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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들어 벌써 1조4천억…강해지는 외인 매도세


입력 2022.12.08 16:28 수정 2022.12.08 16:29        이홍석 기자 (redstone@dailian.co.kr)

주식 보유 비중 큰 반도체 업황 하락에 순매도 전환

환율도 변동성 확대 속 하락세…1310원대로 밀려

내주 FOMC 불확실성에 산타랠리 어려운 상황도 영향

미국 뉴욕증권거래소 주변의 가로등이 월스트리트 도로 표지판을 밝히고 있다.(자료사진)ⓒAP=연합뉴스

이달 들어 외국인들이 국내 증시에서 1조4000억원 이상을 순매도하면서 향후 지속 여부가 주목된다. 반도체 업황 악화로 인한 매도세에 산타랠리 기대감 하락 등 복합적 요인이 겹친데 따른 영향으로 풀이된다.


국내 증시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는 외국인들의 이탈은 악재로 작용할 수 밖에 없어 연말 지수 추이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4485억원을 순매도했다. 이달 들어 전날인 7일까지 외국인의 순매도 규모는 9632억원으로 이날 순매도분을 포함하면 이달 들어 6거래일만에 1조4117억원을 팔아치운 셈이다.


외국인은 지난 10월과 11월 두 달간 7조2220억원어치 주식을 사들이며 지수 상승을 주도했는데 이달 들어 양상이 사뭇 달라진 모습이다. 불과 6거래일만에 순매도 규모가 1조4000억원을 돌파했다는 점에서 3분기 마지막 달이었던 9월(-2조1239억원)보다도 확연히 빠른 속도다.


이같은 매도세 전환은 보유 비중이 큰 업종에서 업황 악화 전망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들의 매도세는 실적 부진 우려가 커지고 있는 반도체 종목들에 집중됐다.


외국인은 이달 들어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주식을 각각 4237억원과 2712억원어치를 팔아치웠는데 이들 두 종목은 이달 외국인 순매도 1·2위 종목에 랭크돼 있다. 3위가 LG이노텍으로 순매도 규모가 814억원인 것을 감안하면 압도적 격차의 투 톱이다.


특히 외국인이 앞서 지난 두 달(10~11월)간 각각 2조2452억원(삼성전자)와 6426억원(SK하이닉스)을 순매수한 것을 감안하면 격세지감이 느껴질 정도다.


이 달 외국인의 순매수 상위 1·2위 종목은 삼성SDI(1480억원)와 호텔신라(714억원)로 두 종목을 합한 순매수 금액이 순매도 2위 삼성전자에도 못 미치는 것을 감안하면 반도체에서의 강한 순매도세가 외국인 전체 매도세를 주도하는 양상이다.


외국인 투자자들의 매매에 영향을 미치는 환율도 최근 변동성 확대 속에서 하락하는 추세라는 점에서 이들의 강한 매도세가 더욱 주목된다. 8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일(1321.7원) 대비 3.7원 내린 1318.0원에 마감했다.


지난달 말 하락 폭을 키워가던 환율은 지난 1일에는 하루 동안 19.1원이 하락하며 1299.7원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지난 8월5일(1298.3원) 이후 4개월 만에 1300원 아래로 내려간 것이었다. 이후 다시 1320원대로 올라서긴 했지만 1400원 중반대까지 찍었던 지난 10월과는 분위기가 많이 달라졌다.


환율이 상승하면 종국에는 국내 주식을 매도해 원화를 달러로 환산해야 하는 외국인 투자자 입장에서는 달러화 강세로 원화 가치가 하락하면 주식을 팔때 막대한 환차손이 발생할 수 있어 불리하다. 반대로 환율이 하락하면 달러로 환산시 금액이 커지는 효과가 있어 수익성 측면에서 유리하다.


아직 환율이 롤러코스터 장세를 보이고 있어 환율 하락 효과가 크게 나타나기는 어렵기는 하지만 향후 환율 추이가 외국인 매매 변화에 미칠 영향에 귀추가 주목된다.


8일 오후 서울 중구 을지로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지수, 원·달러 환율, 코스닥 지수 종가가 표시돼 있다.ⓒ연합뉴스

여기에 더해 보통 연말 증시가 상승세를 보이는 ‘산타랠리’가 올해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외국인 매도세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미국 증시를 기준으로 보면 추수감사절 이후 블랙프라이데이로 시작되는 연말 쇼핑시즌 기간에 주가가 상승세를 보이는 것이 보통이다. 국내 증시에서도 최근 3년간 12월 코스피 지수 상승률은 5∼10%대에 이르는 등 산타 랠리가 확연히 나타났다.


하지만 산타랠리가 연말 보너스로 인한 소비가 늘면서 기업의 이윤도 늘어나면서 발생하는 현상이라 최근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나타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지난달 2472.53로 마무리한 코스피지수의 8일 종가는 2371.08로 이달 들어 6거래일만에 100포인트 이상(101.45p) 빠진 상태다.


여기에 오는 13일(이하 현지시간)과 14일 열리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올해 마지막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앞두고 높아지는 불확실성에 변수를 줄이기 위해 매도라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 폭과 향후 경기 침체 전망 등을 주시하면서 내년 투자 준비를 해 나가겠다는 신중한 스탠스로 전환하고 있다는 것이다. 당장 연말뿐만 아니라 내년 초까지 연준이 긴축 완화로의 피봇(Pivot·정책 전환)이 나타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도 있어 외국인들의 귀환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원주 키움증권 연구원은 “내년 미국 경제의 둔화, 혹은 침체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성장주 종목들의 아웃퍼폼을 기대하기 위해서는 급격한 금리 인하가 필수적”이라면서도 “급격한 금리 인하와 저금리 장기화 시나리오를 기대하는 어렵다는 판단”이라고 예상했다.

이홍석 기자 (redston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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