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제적으로 핵무기 쓰지 않을 것"
"특별 군사 작전 기간 길어질 것"
"추가 군 동원령 없을 것…의미 없어"
美, '핵' 언급 비판…"무책임하고 위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다른 국가가 자국을 공격한다면 모든 수단을 동원할 것이라며 또 다시 핵무기 사용 가능성을 시사했다.
리아노보스티(RIA) 통신, AP통신 등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7일(현지시간) 열린 인권이사회 회의에서 화상 연설에서 "핵전쟁의 위험이 고조되고 있다. 우리는 가장 앞선 핵무기들을 보유했지만 무기처럼 휘두르고 싶진 않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러시아는 미치지 않았다. 우리는 핵무기 사용을 언급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는 어떤 상황에서도 선제적으로 핵무기를 쓰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우리는 방어전략을 갖추고 있고 누군가가 우리를 공격한다면,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방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는 미국과 달리 다른 국가에서의 전술 핵무기를 가지고 있지 않다. 다른 국가에 전술적 핵무기를 배치한 것은 러시아가 아니라 미국"이라며 "우리는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영토와 동맹국들을 방어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침공을 단행한 지난 2월 이래 핵무기 관련 언급하거나 연상 되는 발언을 해 왔다. 이에 미국과 서방, 국제사회는 러시아의 핵 사용 가능성을 규탄하며 주시해왔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 9월 21일 예비군 30만명 동원령 발표 관련 대국민 연설 당시 서방이 러시아에 '핵위협'을 한다고 주장하며 핵 사용 가능성을 시사한 바 있다. 그는 "러시아도 다양한 파괴수단을 갖고 있음을 상기시키고 싶다"고 강조했다.
이어 30일에도 우크라이나 내 점령 영토 4곳의 합병 조역식 연설에서 지역 방어를 위해 "러시아는 모든 수단을 동원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2차 세계대전 때 일본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서의 미국 핵 공격을 거론하며 "전례가 있다"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우크라이나전 장기화 가능성을 밝혔다. 그는 "특별 군사 작전의 기간은 긴 과정이 될 수 있다"며 "새로운 영토의 등장과 아조우해의 내해로의 전환은 특별 군사 작전의 중요한 결과물이다. 결과가 분명해지려면 오랜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푸틴 대통령은 추가 동원령을 내리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현재 상황에서 추가 소집은 필요하지 않다. 지난 9~10월 우리가 부분적으로 동원한 병사 30만명 중 15만명이 우크라이나 군사 작전에 동원됐다. 이들 중 7만7000명은 전투 부대에 있고 나머지는 영토방위군에 배치되거나 추가훈련 중에 있다"며 "현재로서는 추가 동원령은 의미가 없다"고 밝혔다.
이에 미 국무부는 푸틴 대통령의 핵무기 발언과 관련해 비판했다.
네드 프라이스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핵 위협이나 전술핵 무기 사용 가능성 시사는 무책임하고 위험할 뿐만 아니라 냉전 이후 핵무기 비확산 체제의 근본정신에 위배되는 것"이라며 "냉전 이후에 전 세계 여러 국가가 '핵전쟁은 있어서는 안 되며 누구도 승자가 될 수 없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중국과 인도, 러시아도 재확인한 입장"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