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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수감된 美 농구스타 석방…美 구금된 러 무기밀매상 '포로교환'


입력 2022.12.09 09:33 수정 2022.12.09 09:34        이한나 기자 (im21na@dailian.co.kr)

러 요구로 '죽음의 상인' 부트 풀어준 美 정부

함께 논의된 폴 휠런 여전히 수감…스파이 혐의

지난 여름 美 정부 석방 협상 시도해와

UAE 아부다비 공항서 교환

미국 농구 스타 브리트니 그라이너가 지난 8월 유죄인정 후 1심서 9년형을 받은 뒤 선고 재판을 끝내고 호송되고 있다. ⓒAP/뉴시스

러시아에 수감된 미국 농구선수가 포로교환으로 풀려났다.


AP,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미국정부가 8일 (현지시간) 러시아 국적 무기상 빅토르 부트를 러시아로 돌려보냄에 따라 러시아에 잡혀있던 미국여자프로농구(WNBA) 스타 브리트니 그라이너 석방됐다. 다만 그라이너와 함께 교환 논의가 이뤄졌던 미국인 폴 휠런은 여전히 러시아에 수감 중이다.


백악관은 그라이너 석방이 48시간 이내에 이뤄졌으며, 바이든 대통령과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은 그라이너과 통화했다고 전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그라이너가 안전하게 비행기를 타고 미국으로 오고 있다고 발표했다. 그는 "우리는 이날을 위해 오래전부터 노력해왔다. 힘들고 치열한 협상이었다"면서 "그를 석방하기 위해 지치지 않고 열심히 노력한 행정부 직원들에게 감사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폴 휠런을 잊지 않았다. 그의 석방을 위해 협상을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휠런은 미국 해병대원 출신의 기업 보안 책임자로 2020년 스파이 혐의로 체포돼 징역 16년을 선고받았으며 약 4년째 수감 중에 있다.


미국 고위 당국자는 러시아가 휠런은 간첩이라는 점에서 그의 석방 문제를 그라이너와 다르게 취급하고 모든 제안을 거부했다면서 "(그라이너와 휠런) 둘 중 누구를 데려올지 우리가 선택하는 상황은 분명 아니었다"고 말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부 장관은 "바이든 대통령이 적어도 지금은 그라이너를 우선 데려오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했다"며 "우리는 그들 중 한 명이라도 석방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간 미국 정부는 러시아와 비밀리에서 협상을 시도해왔다. 지난 7월 블링컨 장관은 그라이너와 휠런의 석방을 위해 러시아에 '실질적인 제안'을 했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 블링컨 장관은 구체적인 조건을 밝히지는 않았지만 사안에 정통한 소식통들은 부트를 제안했다고 전했다.


AP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긴장이 고조된 가운데 8개월 만에 이뤄진 러시아와의 2번째 거래로 미국 정부와 관리들은 엄청난 대가를 치렀다고 평가했다.


미국에서 구금돼 왔던 러시아 무기상인 빅토르 부트가 러시아에 구금됐던 미국 농구선수 브리트니 그라이너와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 공항에서 교환된 뒤 러시아행 항공기에 앉아있다. ⓒAP/연합뉴스

러시아 외무부도 성명을 통해 미국에 수감된 부트와 러시아에 있던 그라이너를 교환한 사실을 알리며 이날 UAE 아부다비 공항에서 교환이 이뤄졌다고 밝혔다.


외무부는 "러시아는 오랜 기간 부트의 석방에 대해 미국과 협상했다"며 "미국이 부트를 교환 계획에 포함하는 데 대한 대화를 극구 거부했지만 러시아는 동포를 구출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했다"고 밝혔다.


'죽음의 상인'으로 불리는 부트는 수백만 달러 상당의 무기를 불법적으로 판매한 혐의로 2012년 미국에서 25년의 징역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에 있었다. 아프가니스탄과 아프리카 등 분쟁지역의 무기 밀매에 깊숙이 관여한 인물로 이번 사례가 범죄자 석방의 나쁜 전례가 될 수 있다는 일각의 우려도 나온다.


특히 공화당은 관련 거래에 대해 계속 비판을 해왔다. 케빈 매카시는 공화당 하원 원내대표는 "이것은 블라디미르 푸틴에 대한 선물이고, 미국인들의 생명을 위태롭게 하는 것"이라면서 "휠런을 뒤로 배제시킨 것은 비양심적"이라고 비판했다.


바이든 행정부 고위당국자는 이날 브리핑에서 "러시아는 브리트니를 돌려받는 유일한 방안은 러시아 국적자 부트 석방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며 "다른 모든 대안을 시도해봤다"고 말했다.


앞서 WNBA 피닉스 머큐리 구단소속으로 오프시즌 동안 러시아 팀에서 활동하던 그라이너는 올해 2월 휴가를 마치고 러시아에 입국하다가 마약 밀반입 혐의로 체포됐다. 그는 지병 치료를 위해 합법적으로 의료용 대마초를 처방받았고, 급하게 짐을 싸다 실수로 이를 넣었을 뿐 법을 어길 의도는 없었다고 주장했지만 러시아 법원은 지난 8월 그에게 징역 9년을 선고했다.


한편 로이터에 따르면 UAE와 사우디아라비아는 이날 공동성명을 내고 무함마드 빈 자예드 알 나흐얀 UAE 대통령과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가 그라이너 석방을 위한 중재 노력을 이끌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카린 장-피에르 백악관 대변인은 "협상은 미국과 러시아 정부 사이에서 진행됐고 중재는 없었다"며 "교환 장소를 제공한 UAE에 감사한다"고 일축했다.

이한나 기자 (im21na@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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