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리지만 깊은 맛 ‘오늘은 좀 매울지도 몰라’ 호평
‘시멘틱 에러’부터 각종 다큐까지. 마니아 취향 저격하며 쌓는 신뢰
여러 OTT(온라인 동영상 시버스)들이 스타들을 앞세우고, 스케일을 키우며 뜨거운 오리지널 콘텐츠 경쟁을 펼치고 있다.
이 가운데, 왓챠는 다시금 ‘오늘은 좀 매울지도 몰라’의 착한 맛으로 시청자들을 스며들게 만들고 있다. 점점 더 높은 자극을 추구하는 콘텐츠들이 쏟아지는 가운데, 느리지만 깊이 있는 콘텐츠들로 신뢰를 쌓던 그간의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를 남긴다.
왓챠 오리지널 드라마 ‘오늘은 좀 매울지도 몰라’가 지난 1일부터 공개를 시작, 4회까지 방송됐다. 점점 음식을 먹을 수 없는 상태가 돼가는 다정(김서형 분)의 건강을 챙기기 위해 그의 남편 창욱(한석규 분)이 좋은 식재료와 건강한 레시피를 개발하는 과정을 그리는 작품이다.
암 투병 중인 아내를 위해, 집을 떠났던 창욱이 돌아와 아내를 돌본다는 서사 자체는 ‘어디서 본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하지만, 다소 독특한 전개 방식을 통해 시청자들에게 새로운 재미를 안기는 드라마다. 매회 창욱이 고심 끝에 선택한 요리를 하는 과정을 차근차근 담아내면서 정성이 담긴 요리, 음식이 주는 치유의 힘을 보여주는 것이다. 한석규의 목소리로 표현된 창욱의 담담한 내레이션과 정갈한 요리가 완성되는 과정에 초점을 맞추면서 착한 전개를 이어나가고 있다.
초반 성적은 나쁘지 않다. 공개 직후 왓챠 시청 순위 1위를 기록한 이후 이 순위를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 왓챠에 따르면 공개 첫 주말 왓챠 전 콘텐츠 중 유입 기여도 1위를 기록했으며, 왓챠피디아에서도 높은 별점 숫자를 기록하면서 완성도에 대한 인정도 받고 있다. 보고 있으면 왠지 편안해지는, 힐링 드라마의 매력을 제대로 구현하면서 시청자들의 호평 속 안정적인 성적을 기록 중인 것이다.
다만 왓챠 내의 성적에 비해 온라인상에서 높은 화제성을 기록하거나 큰 파급력을 만들어내는 작품은 아니다. 그럼에도 이 시기 함께 공개되고 있는 타 OTT 오리지널 콘텐츠들이 보여주는 흐름과 달리 꾸준히 왓챠만의 색깔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은 높게 평가할만하다는 긍정적 반응들도 이어지고 있다. 치열해지는 경쟁 속 다수의 OTT들이 고자극 콘텐츠를 통해 시청자들의 이목을 끌고자 분투 중인 가운데, 오히려 과할 만큼 순한 맛을 내세운 왓챠의 작품이 또 다른 의미로 눈에 띄는 콘텐츠가 되고 있다는 것이다.
올해도 ‘수리남’을 비롯해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 시리즈를 통해 긴장감 가득한 장르물 매력을 구현 중인 넷플릭스는 ‘종이의 집’ 파트2 공개를 최근 시작했다. ‘유 레이즈 미 업’, ‘위기의 X’ 등 시청자들의 공감을 바탕으로 하는 드라마 장르를 선보이던 웨이브는 수위 높은 청소년 액션물 ‘약한 영웅 Class1’을 선보이며 구독자들 관심을 이끌고 있다. ‘돼지의 왕’으로 학교폭력 문제를 적나라하게 보여줬던 티빙은 최근 ‘몸값’을 통해 또 한 번 장르물 마니아들을 겨냥 중이다.
여기에 ‘너와 나의 경찰수업’, ‘키스 식스 센스’ 등 ‘디즈니스러운’ 저자극 콘텐츠들을 선보이던 디즈니+도 ‘형사록’, ‘커넥트’ 등을 통해 콘텐츠의 표현 수위를 한층 높이고 있다. 다수의 OTT들이 이전까지 보여준 색깔과는 조금 다른 방향의 콘텐츠들을 선보이기도 하면서 구독자 사로잡기에 열을 올리고 있는 것이다.
물론 왓챠 또한 청소년 관람불가 콘텐츠를 통해 액션 스릴러의 묘미를 보여준 바도 있다. 앞서 공개된 ‘최종병기 앨리스’가 범죄 조직에 쫓기는 10대들의 사투를 액션 스릴러 문법 안에 녹여냈었다. 그러나 이 콘텐츠 역시도 B급 감성을 가미해 독특함을 살리는 대신 표현, 전개의 자극을 낮추면서 최근 주목받는 10대 액션물들과는 다소 다른 결을 보여줬었다.
‘최종병기 앨리스’, ‘오늘은 좀 매울지도 몰라’가 보여준 행보는 왓챠 콘텐츠 전반의 흐름과도 무관하지 않다. 시청자들의 뜨거운 사랑을 받으며 왓챠가 한방이 있음을 보여준 BL 드라마 ‘시멘틱 에러’를 비롯해 대한민국 중소기업의 현실을 담아낸 ‘좋좋소’, 프로야구단 한화이글스의 리빌딩 과정을 담은 다큐멘터리 ‘한화이글스 클럽하우스’, 이주민들의 삶과 음식을 다루는 ‘조인 마이 테이블’, 음악인들의 내면을 파고든 ‘인사이드 리릭스’까지.
스타 배우나 큰 스케일을 앞세우는 것이 아닌, 착한 매력을 통해 편안한 재미를 선사하면서도 높은 완성도로 만족감을 선사하는 곧 왓챠의 색깔이 되고 있다. 소재에 대한 진지하면서도 깊이 있는 접근을 보여주면서 마니아들의 선택을 이끈다는 점이 왓챠 콘텐츠의 힘이 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늘 대중성 확보에 대한 숙제를 안고는 있지만, 가장 색깔이 뚜렷한 OTT라는 평을 받기도 한다. 대형 OTT들과의 경쟁 속에서 아직은 존재감이 미미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왓챠에도 콘텐츠를 통해 쌓는 구독자들과의 신뢰가 결코 무의미하지는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