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살 공무원 사망 다음날, 보고서 작성 방향 언급
"국방부에서 월북 가능성 높다는 방향으로 정리해줘야"
국방부 보도자료에서 '신발만 발견, 실종자는 발견 못했다' 내용 추가 지시
이른바 '서해 피격' 사건 월북 조작 의혹의 윗선으로 지목받는 서훈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사건 당시 피살 공무원의 월북 가능성을 강조하는 자료를 만들어 달라고 관계부처 장관에게 요청한 정황을 검찰이 파악했다.
15일 동아일보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1부(부장검사 이희동)는 해양수산부 공무원 고(故) 이대준 씨의 사망 다음 날인 2020년 9월 23일 오전 11시경, 서 전 실장이 서욱 전 국방부 장관에게 보고서 작성 방향에 대해 언급한 정황을 파악했다.
서 전 실장은 이날 청와대에서 열린 신임 합참의장 및 육해공군 참모총장 보직신고식 참석을 위해 대기하던 서 전 장관에게 "국방부에서 이 씨의 월북 가능성이 높다는 방향으로 정리해줘야 한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한다. 검찰은 이 발언을 '월북몰이'의 시작으로 본다.
서 전 실장은 이후 같은 날 오전 10시 청와대에서 열린 2차 관계장관회의에서 이 씨가 북한군에 의해 피살돼 시신이 소각된 사실을 알면서도 이를 숨기고 북측 해역에서 발견된 사실만 발표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같은 날 오전 8시경 국가정보원으로부터 이 씨의 피살 사실이 공개될 경우 "남북관계 경색 및 북한의 국제 위신 실추와 대외 입지 위축 등이 전망된다"는 취지의 보고를 받은 서 전 실장이 대북 반감 확산 등을 우려해 '월북몰이'를 결심했다고 의심 중이다.
아울러 검찰 조사에서 서 전 실장은 2차 관계장관회의 후 국방부 보도자료에 '배 위에서 신발만 발견되고 실종자는 발견하지 못했다'는 등의 내용을 추가하도록 지시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시를 받은 이영철 전 국방정보본부장은 이 내용이 포함된 보도자료 초안을 서 전 장관에게 보고했고, 이는 다시 서 전 실장과 서주석 전 국가안보실 1차장 검토를 거쳐 최종 배포된 것으로 전해진다.
서 전 실장은 혐의를 부인 중이다. 서 전 실장 측은 "당시 이 씨가 월북한 것으로 단정한 바 없고, 월북에 배치되는 정보를 선별해 삭제했다는 의혹도 사실이 아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