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알 속도로 가는 달에 총알보다 빨리 움직여 올라타야
우리나라 최초 달궤도선 '다누리'가 135일간 594만㎞를 날아 17일 마지막 고비라 할 수 있는 달 궤도 진입을 시도한다. 시속 약 3600km 총알 속도로 이동 중인 달 궤도에 시속 7500~8000km로 총알보다 빠르게 움직여 진입해야 하는 고난도 임무다.
다누리의 추력기를 가동해 속도를 늦추면서 달 중력에 포획되기 위한 고난도 작업으로, 속도 감속이 잘 이뤄지지 않을 경우 우주 미아가 되거나 달표면으로 추락하게 된다. 최종적으로 29일 달궤도 안착을 확인하면 진정한 성공이라고 말할 수 있으며, 전세계 7번째 달궤도선 보유국이 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항공우주연구원에 따르면 다누리는 오는 17일 오전 2시 45분(한국시간)에 달 임무궤도 진입을 위한 1차 달 임무궤도 진입기동을 한다.
진입기동은 다누리를 달 상공 100km의 임무궤도에 안착시키기 위해 궤도선의 추력기를 사용해 궤도선의 속력을 줄이는 기동이다. 다누리는 17일 달과의 거리가 108㎞까지 근접해 달 주위를 타원형으로 돌면서 28일까지 총 5차례 진입기동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번 1차 진입기동은 다누리가 달의 중력에 안정적으로 포획돼 달을 지나치지 않도록 하는 가장 중요한 기동이다. 총알보다 빠른 시속 8000㎞의 다누리는 이 과정에서 13분간 추력기를 가동해 시속 7500㎞까지 감속한다. 동시에 목표 위치까지 정확히 도달해야 한다.
과기정통부에 따르면 이번 미션은 시속 약 3600km 총알의 속도로 이동 중인 달 궤도에 시속 7500~8000km로 총알보다 빠르게 움직이는 다누리를 진입시키는 고난이도의 작업이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17일 1차 진입기동 후 데이터를 분석해 19일 결과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후 21일, 23일, 26일, 28일까지 2~5차 진입기동을 수행한 뒤 최종 데이터를 분석하면 이달 29일 다누리의 달 100㎞ 상공 임무궤도 안착 성공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지구와 달 사이 직선거리가 38만㎞인데, 다누리가 이보다 15.7배 먼 600만㎞를 돌아서 날아간 이유는 연료를 최대한 절약하기 위함이다. 직선거리로 날려보내면 달 궤도 진입할때 감속하기 위한 추력기 연료를 너무 많이 소모하기 때문에 목표로 하는 1년간의 운용이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다누리는 '탄도형 달 전이 궤도(BLT)'를 택했다. BLT는 지구에서 바로 달을 향하지 않고 태양과 지구가 서로 끌어당기는 힘이 제로인 지점(라그랑주 L1 포인트)까지 갔다가 이 부근에서 궤적수정기동(TCM)을 통해 항행 방향을 바꿔 달로 날아가는 방식이다.
다누리가 29일 달 궤도 안착에 성공하면 내년부터 1년간 달 주위를 돌면서 다양한 정보를 우리에게 안겨준다. 다누리에는 우리나라가 만든 고해상도카메라, 광시야편광카메라, 자기장측정기, 감마선분광기, 우주인터넷, 미국 NASA가 만든 쉐도우캠이 실려 있다.
이중 항공우주연구원의 고해상도카메라는 2031년 우리 달착륙선이 착륙할 후보지를 탐색하기 위해 달 표면 사진을 촬영한다. 지질자원연구원의 감마선분광기는 달 표면에서 감마선 스펙트럼을 검출해 다양한 자원지도를 파악하고 지도처럼 그려낼 계획이다. 우리나라가 달에서 자원 채굴을 시도하려면 이 같은 지도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