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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계에 물어보니 89] '탈북어민 강제북송'은 文에 닿을 수 있을까?


입력 2022.12.28 05:15 수정 2022.12.28 05:45        황기현 기자 (kihyun@dailian.co.kr)

검찰, '서해 공무원 피격' 이어 '탈북 어민 강제 북송' 사건 관련 서훈 소환 조사

文 정부 인사, 2019년 북한이탈주민법 제9조 근거 탈북 어민 2명 강제 북송

법조계 "강제 북송, 재판 청구권 침해하는 위헌적 행위"

"문재인 전 대통령 조사, 쉽지 않을 듯…확실한 진술·증거 확보해야 가능"

판문점을 통해 강제 북송되는 탈북 어민의 모습 ⓒ 뉴시스

검찰이 '서해 피격' 사건 관련 혐의로 구속기소 된 서훈 전 국가정보원장을 소환 조사했다. 이번엔 '탈북 어민 강제 북송' 관련 혐의다. 사건에 연루된 문재인 정부 인사들은 당시 탈북 어민들이 16명을 살해하고, 나포 후에야 귀순 의사를 밝혀 진정성이 없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검찰은 헌법상 대한민국 국민이었던 이들을 강제 북송한 것은 엄연한 범죄 행위라고 보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강제 북송 사건 핵심 쟁점은 헌법과 '북한이탈주민법'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당시 문재인 정부 인사들은 탈북 어민들의 살인 혐의가 '북한이탈주민법 제9조'를 위반한 것이라며 이를 송환 근거로 삼았지만, 북한이탈주민법 제9조는 강제 북송 근거가 되지 못한다는 게 중론이다. 이와 함께 법조계 관계자들은 문재인 전 대통령을 조사하기 위해서는 그가 사건에 부당하게 관여하거나 지시한 증거를 파악하는 게 급선무라며, 지금까지 드러난 정황만으로는 조사가 어려울 것으로 예상했다.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3부(이준범 부장검사)는 지난 26일 오전 서울구치소에 수감 중인 서 전 원장을 불러 조사했다. 서 전 원장이 강제 북송 사건과 관련해 검찰에 소환된 건 이날이 처음이다. 앞서 국정원은 서 전 원장을 직권남용과 허위공문서작성 등 혐의로 고발했다.


서 전 원장은 2019년 11월 2일 한국 해군에 나포된 북한 어민 2명이 귀순 의사를 밝혔음에도 강제 북송한 사건에 연루돼 있다. 당시 문재인 정부는 통신 감청 등을 통해 이미 탈북 어민의 살인 정황을 파악하고 있었다고 한다. 정부는 이들의 살인이 해상에서 벌어진 데다, 증거도 인멸돼 혐의 입증이나 처벌이 어렵다며 북송을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탈북 어민에 대한 북송 방침은 나포 이틀 후인 11월 4일 청와대 대책 회의에서 결정됐다. 당시 청와대 대책 회의 주재자는 노영민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었다. 회의에서 북송 방침이 결정된 후, 탈북 어민들은 11월 7일 판문점을 통해 북한당국에 신병이 인도됐다.


이후 국정원이 서 전 원장을 고발하고, 통일부가 강제 송환에 저항했던 탈북 어민의 사진을 공개하며 비판 여론이 타오르기 시작했다.


이번 사건의 쟁점은 탈북 어민의 북송 근거다. 대법원 판례(96누1221)에 따르면 1996년 대법원은 북한 신분증(공민증)을 발급받은 사람을 출입국관리법을 근거로 강제 퇴거시키는 것이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헌법상 북한은 대한민국 주권이 미치는 영토이기 때문에, 대한민국 국적을 취득하는 데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이를 근거로 검찰은 대한민국 국민 신분이었던 탈북민을 격렬한 저항에도 불구하고 짧은 조사 후 강제 북송한 것은 직권남용이라고 의심한다.


반면 혐의 당사자들은 탈북 어민이 선원 16명을 살해하는 등 흉악범죄를 저지른 상황에서 섣불리 귀순을 받아들였다가 국가안전보장과 질서유지 등에 명백한 위해를 가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고 반박했다. 서 전 원장·노 전 비서실장 등은 10월 국회 기자회견을 통해 "이들의 수용 여부를 판단하는 건 전적으로 대한민국 정부 권한과 책임"이라며 "정부는 우리 국민의 사회질서 유지를 위해 이들을 수용하지 않기로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 ⓒ 국회사진취재단

야권은 또 북한이탈주민법 제9조에 강제 송환 근거가 있다고도 주장해왔다. 현행 북한이탈주민법 제9조에는 ▲항공기 납치, 마약 거래, 테러, 집단살해 등 국제형사범죄자 ▲살인 등 중대한 비정치적 범죄자 ▲위장 탈출 혐의자 ▲국가안전보장·질서유지·공공복리에 대한 중대한 위해 발생 우려 등 상황에서 보호 대상자로 결정하지 않을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하지만 법조계에서는 해당 탈북 어민을 '보호 대상자'로 지정하지 않은 사실이 강제 송환 근거는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구주와 변호사는 "'보호 대상자'로 지정되지 않은 것을 강제 송환 근거로 적용할 수는 없다"며 "상식에 해당하는 것이며, 강제 북송 자체가 범죄 구성 요건에 해당한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강제 북송 관련 혐의에) 직권남용죄 외에도 체포감금죄·강요죄를 적용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김재식 변호사도 "해당 법은 '보호 대상자'로 지정하지 않을 수 있다는 내용이지, 강제 추방하라는 것이 아니다. 이 법에는 추방·송환 관련 조항이 전혀 없다"며 "만약 그 탈북 어민이 '살인 등 중대한 비정치적 범죄자'였다고 하더라도, 재판부의 판단을 받기 전까지는 해당 조항을 적용할 수 없다. 임의로 범죄자라고 결론짓고 뒤 강제 북송한 것은 재판 청구권을 침해하는 위헌적인 행위"라고 설명했다.


혐의 입증을 위한 재판 과정을 거치지 않은 채 탈북 어민들을 단 5일 만에 북한으로 강제 송환한 것은 헌법을 위반한 행위라는 지적이다. 따라서 검찰 수사를 받는 문재인 정부 인사들이 추후 재판 과정에서 북한이탈주민법 제9조 관련 주장을 다시 펼치더라도 재판부가 받아들일 확률은 낮다고 법조계 관계자들은 예측했다.


그렇다면 이번 사건과 관련해 문 전 대통령이 직접 수사받을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법조계에서는 현재까지 드러난 정황만으로 문 전 대통령을 조사할 가능성은 작다고 봤다.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처럼 정의용 전 국가안보실장 또는 노 전 비서실장 선에서 수사가 마무리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검사장 출신 강경필 변호사는 "사실관계 확인을 위해 전직 대통령을 소환하는 것은 검찰로서는 매우 부담스럽다"며 "소환한다는 것은 결국 기소한다는 뜻인데, 기소 가능한 증거나 진술이 확인되어야 부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역시 검찰에서 근무했던 조주태 변호사도 "탈북 어민 강제 북송도 (서해 피격처럼) 물증을 확보하긴 어려운 사건 같다"며 "수사는 상식이 아닌, 증거로 하는 것이기 때문에 증거가 없으면 (진행이 어렵다)"고 설명했다.


반면 최건 변호사는 '원칙적으로' 문 대통령 소환 조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다만 "섣부르게 불렀다가 프레임이 씌워지고, '역풍'이 부는 것을 우려할 수 있다"며 "편의를 봐준다면 서면 조사로도 가능한데, 서면 조사로 끝날 사안은 아니다. 증언을 확보한다면 조사 가능성은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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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기현 기자 (kihyun@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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