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부 공무원, 재판과정서 "관행 따른 자료 삭제…고의 없어" 주장
재판부 "감사원 요구 자료 제출 않고 삭제까지 해 감사 방해"
"포렌식 몰랐어도 자료 제출 요구상황 모두 알고 있었던 점, 자료 삭제 시간 오래 걸린 점 감안"
방실침입 혐의 대해서는 무죄
월성 1호기 원전 자료를 삭제해 감사원 감사를 방해한 혐의로 기소된 산업통상자원부 공무원들에게 집행유예가 선고됐다.
9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전지법 제11형사부(재판장 박헌행)는 이날 오전 11시 316호 법정에서 공용전자 기록 등 손상, 방실침입, 감사원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산업부 국장급 공무원 A(54)씨에게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또 같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다른 산업부 공무원 B(51)씨와 C(46)씨에게는 각각 징역 8개월과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됐다. 다만 방실침입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 판결이 나왔다.
A씨와 B씨는 감사원의 자료 제출 요구 직전인 2019년 11월께 월성 1호기 관련 자료 삭제를 지시하거나 이를 묵인·방조한 혐의 등을 받는다.
C씨는 같은 해 12월2일 오전에 감사원 감사관과의 면담이 잡히자 일요일인 전날 오후 11시께 정부세종청사 산업부 사무실에 들어가 약 2시간 동안 월성 1호기 관련 자료 530건을 지운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은 감사원이 제출을 요구하는 자료를 제출하지 않고 삭제하기까지 해 감사원은 한국수력원자력의 월성 1호기 조기 폐쇄 결정과 관련한 산업부의 개입 의혹을 제대로 파악하기 어려웠다"며 "이 때문에 감사 기간이 예상했던 기간보다 7개월가량 지연되는 등 감사원의 감사를 방해했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A씨 스스로도 검찰에서 자료 삭제와 관련해서 '감사원이 불필요하게 오해할 수 있는 자료를 정리하자'는 뜻이었다고 진술한 바 있다"며 "이는 오히려 산업부가 월성 1호기 조기 폐쇄 즉시 가동 중단에 개입한 정황을 감사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될 자료를 확인할 수 없도록 자료를 삭제하자는 의미로 보인다"고 부연했다.
재판 과정에서 이들은 "인사이동 과정에서 관행에 따라 자료를 삭제했을 뿐 감사 방해에 고의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이에 재판부는 "감사원의 포렌식을 몰랐다 하더라도 자료 제출을 요구하는 상황임을 모두 알고 있었던 점, 다른 자료보다 월성 1호기 조기 폐쇄 관련 자료를 삭제하는 데 유독 시간이 오래 걸린 점 등을 감안하면 인정하기 어렵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공용전자기록 등 손상 혐의에 대해서도 변호인들은 자료가 개인이 작성한 중간 보고서 형태인 만큼 공용전자기록물로 볼 수 없다는 주장을 펼쳤으나, 재판부는 당시 이미 탈원전 정책에 대한 보고가 이뤄진 시점임을 고려하면 자료를 삭제하는 것이 불가능할 정도로 객관화된 자료에 해당한다고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