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전 기자, 2020년 5월 주택 매입자금 마련 명목 김만배로부터 1억원 빌려
"이자율 등 상궤 벗어나지 않아…김만배 계좌 압류로 이자 지급 어려웠다" 해명
한국일보 "사인 간 거래 정상성 불분명…인사 규정·취업규칙·청렴 행동 규정 위배"
중앙일보도 '돈거래' 간부 사표 수리…한겨레는 해고
한국일보가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 씨와 1억원 규모 돈거래를 한 간부급 기자를 해고했다. 한국일보를 끝으로 김 씨와 돈거래 의혹이 불거진 기자 3명이 모두 소속 언론사를 떠나게 됐다.
한국일보는 13일 자 신문 1면에 실은 '독자와 국민께 깊이 사과드립니다'라는 제목의 글에서 해당 기자를 해고했다고 밝혔다.
한국일보는 해당 기자가 지난 2020년 5월 주택 매입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차용증을 작성한 뒤 김 씨로부터 1억원을 빌렸다고 설명했다.
이 기자는 전날 열린 인사위원회에서 ▲이자율 등이 상궤를 벗어나지 않았고 ▲김 씨 구속에 따른 계좌 압류로 이자 등을 제때 지급하기 어려웠다고 해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한국일보 측은 사내 진상조사와 당사자 소명을 종합한 결과 "사인 간 거래 정상성이 불분명하고, 이자 지급 시기, 이자율도 사인 간 거래에서 통상적이지 않은 것으로 판단했다"고 전했다.
한국일보는 "(해당 기자는) 2021년 9월 대장동 사건이 불거진 후 김 씨와의 금전 거래 사실을 회사에 보고하고, 신속히 해소할 직업윤리적 책무가 있다"며 "이를 이행하지 않아 고도의 도덕성이 요구되는 언론기관으로서 한국일보의 신뢰성·공정성이 크게 훼손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인사 규정, 취업규칙, 청렴 행동 규정을 위배했다고 판단해 해고 조치했다"고 밝혔다.
한국일보는 "뉴스룸 주요 간부의 사건 연루와 부적절한 사후 대응에 참담함과 함께 책임을 통감하며, 독자 여러분과 국민께 다시 한번 고개 숙여 사과드린다"며 "재발 방지 대책을 충실히 마련하고 신뢰받는 언론사로 거듭나도록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중앙일보 역시 이날 자 신문 2면에 실은 사과문을 통해 "중앙일보 전직 간부가 김 씨와 2018년부터 2020년까지 금전 거래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전했다.
중앙일보는 이 간부가 2018년 김 씨에게 8000만원을 빌려준 뒤 7개월여 만에 이자를 합해 9000만원을 돌려받았고, 2020년에는 김 씨에게 1억원을 빌렸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6일 해당 간부를 직무에서 정지하고 진상조사위원회를 꾸려 조사한 결과, 금액 규모 등으로 볼 때 청탁금지법 위반 소지가 있을 수 있으며 법조기자와 논설위원 등을 거친 언론인으로서 직업윤리를 심각하게 훼손했다고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이 간부는 조사 과정에서 도의적 책임을 지겠다며 11일 사표를 제출했고, 중앙일보는 이를 수리했다.
중앙일보는 "취재윤리에 어긋나는 해당 간부의 행위에 대해 책임을 통감하고 있다"고 고개를 숙였다.
한편, 한국일보를 끝으로 김 씨와 돈거래를 한 3명의 기자는 모두 몸담고 있던 언론사를 떠나게 됐다. 한겨레는 이달 9일 해당 기자에 대한 징계 해고를 의결한 뒤 10일 사과문을 발표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