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9월 도입 대검 예규, 특별수사 담당 부서 검사의 금융투자상품 매매 금지
2020년 11월, 대검 예규 어겨 견책 처분…불복해 소송 제기
1억 7500만원 대출 받아 배우자에 송금…승진자 재산 검증 과정서 드러나
재판부 "통상 생활비 훨씬 초과하는 돈 송금…주식거래에 쓸 것 적어도 묵인"
정치권과 재벌 등의 부정부패를 수사하던 특수부 검사가 대출을 받아 배우자의 주식 투자를 도왔다는 이유로 경징계 처분을 받자 이에 불복해 소송을 냈으나 2심에서도 패소했다.
15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서울고법 행정1-3부(이승한 심준보 김종호 부장판사)는 최근 A 검사가 서울고검장을 상대로 낸 견책 취소 소송을 1심과 마찬가지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A 검사는 지난 2020년 11월 대검찰청 예규(금융투자상품 거래금지 및 재산내역 제출에 관한 지침)를 어겨 견책 처분을 받았으나, 이에 불복해 소송을 제기했다.
A 검사는 재판 과정에서 구체적 정보를 취득하지 않은 채 주식을 매수했으며 자신이 직접 주식을 사는 데 관여한 바가 없다는 주장을 펼쳤으나 인정되지 않았다.
1심 재판부는 "직접 매수 주문하고 결제하는 행위를 하거나 배우자와 구체적으로 공모해야만 지침을 위반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원고 패소 판결했다.
이에 불복해 항소한 A 검사는 "돈을 보낼 때 배우자에게 돈을 어디 쓸지 듣지 못했고 용도를 묻지도 않았다"고 항변했으나 2심 역시 A 검사의 패소 판결을 내렸다.
2심 재판부는 "과거에도 배우자가 같은 증권계좌로 주식을 거래해온 점을 원고(A검사)가 아는 상태에서 배우자의 요청으로 통상의 생활비를 훨씬 초과하는 돈을 송금했다"며 "돈을 주식거래에 쓸 것에 동의했거나 적어도 묵인한 것으로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금융투자상품 거래금지 및 재산내역 제출에 관한 지침은 지난 2016년 9월 도입됐다. 예규를 보면, 특별수사 담당 부서 검사의 금융투자상품 매매를 금지하고 있다. 검사장 출신인 홍만표 변호사와 진경준 전 검사장 등 전·현직 고위 검사의 관련 비리가 이어지자 검찰이 내부 단속을 위해 마련했다.
A 검사는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 부서에 근무하던 2017년 1억7500만원을 대출받아 배우자의 증권계좌에 송금했다. 배우자는 이후 1억9560만원어치 주식을 산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사실은 2019년 승진 대상에 오른 A 검사가 자신의 동의를 거쳐 재산을 검증하는 과정에서 뒤늦게 드러났고, 대검은 그가 예규를 어긴 것으로 판단해 경징계인 견책 처분을 했으나 A 검사가 불복하면서 소송으로 이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