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상위 1% 부자들이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기간 동안 나머지 99% 전체보다 6배 이상 많은 부를 축적한 것으로 드러났다.
미국 CNN방송 등에 따르면 국제구호단체인 옥스팜은 15일(현지시간) ‘슈퍼리치의 생존’ 보고서를 통해 지난 2년 간 전세계에서 42조 달러의 새로운 부가 창출됐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상위 1%에 속하는 최상층은 63%인 26조 달러(약 3경 2105억원)를 챙긴 반면 나머지 99%는 37%인 16조 달러, 하위 90%는 겨우 10%를 가져 가는데 그쳤다고 밝혔다.
하위 90%에 속하는 사람이 1달러를 버는 동안 상위 1% 부자의 재산은 약 170만 달러씩 늘어난 것이다. 옥스팜은 그러면서 이 같이 극단적인 분배 불균형을 바로잡기 위해서는 횡재세·부유세 등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물론 과거에도 자산 규모 1% 부자들은 나머지 99%에 비해 재산 축적 속도가 빠른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강했다. 하지만 앞서 10년간은 상위 1%의 부자가 새로 창출된 부의 50%를 가져갔다. 이것이 코로나 팬데믹 기간 중 더 극심해져 63%까지 치솟은 것이다.
옥스팜은 전 세계가 ▲기후위기 ▲전례 없는 인플레이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 ▲코로나19 유행 등 동시다발적 위기로 큰 고통을 겪는 중에도 세계 최상위 부자들은 더 부자가 되고 기업의 수익은 크게 늘어났다고 분석했다.
특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으로 이익이 2배 넘게 늘어나는 수혜를 본 에너지·식량기업이었다고 옥스팜은 강조했다. 옥스팜은 에너지·식량 업 95곳을 분석한 결과 이들이 가격 인상분은 고스란히 소비자에게 떠넘기고 그렇게 거둔 폭리의 84%는 주주에게 나눠줬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유럽연합(EU) 등 일부에선 지난해 석유·가스 등 에너지값이 급등하며 수익이 폭증한 이들 화석연료 업체들에 ‘횡재세’ 부과를 추진하고 있다. 옥스팜은 횡재세를 세계 곳곳에서 일어난 식량난을 이용해 큰 수익을 올린 식량·곡물기업에도 확대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가브리엘라 부커 옥스팜 인터내셔널 대표는 AP통신에 “이번 위기를 이용해 엄청난 이익을 거둔 에너지 기업뿐 아니라 식량 및 곡물 기업에도 횡재세를 적용해 폭리를 환수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옥스팜은 나아가 많은 국가들이 그동안 ‘투자 유치’ 등을 명분으로 부자와 기업의 세금을 깎아줘 부익부 빈익빈 현상을 부채질하고 있다고 밝혔다. 예컨대 세계 최고 부자인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 경영자(CEO)는 2014~2018년 ‘실질 세율’이 3%에 불과했지만, 한 달 소득이 80달러인 우간다의 밀가루상 에버 크리스틴은 세율 40%를 부담했다는 것이다.
옥스팜은 억만장자의 절반이 직계 후손에 대한 상속세가 없는 나라에 살고 있으며 이 때문에 아프리카 전체 총생산(GDP)보다 많은 5조 달러가 세금 없이 다음 세대로 이전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