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에 국제 체제 합류할 기회 주는 것 중요"
국제정치학자이자 전 미국 국무부 장관 헨리 키신저가 러시아의 침공으로 우크라이나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이 적절해졌다고 주장했다. 과거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을 반대한 입장을 번복했다.
블룸버그 등에 따르면 키신저 전 장관은 17일(현지시간)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 연차총회에 화상으로 참석해 "전쟁 전에는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을 반대했다"며 "지금 우리가 본 것과도 같은 과정들이 시작될까 두려웠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제 이러한 일이 발생했기 때문에 우크라이나의 중립은 더는 의미가 없다"며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이 적절한 결과(appropriate outcome)일 것이라고 믿는다"고 밝혔다.
앞서 우크라이나는 지난해 9월 30일 나토에 신속 가입 신청서를 제출한 바 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를 가입시켜 러시아를 자극하기보다 현상 유지가 낫다는 판단 속에서 전체 회원국의 동의를 얻기는 어려워 보인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우크라이나는 이보다 앞선 2008년에도 나토 가입을 신청한 바 있다. 당시 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 등 주요 나토 회원국 회의에서 앙겔라 메르켈 당시 독일 총리와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당시 대통령 등이 반대했다. 러시아의 천연가스 의존도가 높은 유럽에서 우크라이나의 가입 찬성이 까다로운 측면도 있기 때문이다.
키신저 전 장관은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 지원을 이어가야 하며 휴전하거나 휴전을 위한 예비 논의가 성사되기 전까지 지원을 멈춰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도 "러시아 자체에 맞서는 전쟁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하며 러시아가 국제 체제에 다시 합류할 기회를 주는 것 역시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거대한 핵무장 국가의 불안정을 피하는 것은 필수"라며 외교적 절차가 러시아의 역사적 지위를 재고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 피력했다.
또한 전쟁 도중에도 러시아와의 대화를 유지해야 한다며 "이것이 전쟁 격화를 막을 방법이라고 믿는다"고 덧붙였다.
한편 키신저 전 장관은 이날 포럼에서 미중 관계를 개선하는 데 있어 제한적이고 구체적인 조치가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그는 양국이 대만 문제와 관련해 "결전이 임박한 듯한 행동과 위협적인 언사도 피하며 대화 여건을 조성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