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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이슈] ‘유혹의 도구’ 된 기상캐스터·승무원…여성 직업 향한 드라마들의 왜곡된 시선


입력 2023.01.24 14:01 수정 2023.01.24 14:01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더 글로리’ 호평 가운데, 기상캐스터·스튜어디스 묘사 아쉬움 지적

‘적당히 있어 보이는’ 직업으로 기상캐스터를 선택하는가 하면, 스튜어디스가 유니폼을 입고 부잣집 남자를 유혹하는 모습을 보이는 등 일부 드라마들이 왜곡된 캐릭터를 통해 해당 직업에 대한 선입견을 강화하고 있다는 평을 받고 있다.


유년 시절 폭력으로 영혼까지 부서진 동은(송혜교 분)이 온 생을 걸어 치밀하게 준비한 처절한 복수와 그 소용돌이에 빠져드는 이들의 이야기를 그린 넷플릭스 시리즈 ‘더 글로리’가 호평 속 국·내외 시청자들의 뜨거운 사랑을 받은 가운데, 일부 기상캐스터들이 극 중 박연진(임지연 분)의 캐릭터 묘사에 대해 아쉬움을 토로했었다.


'더 글로리' 기상캐스터 박연진ⓒ넷플릭스

기상캐스터 김가영이 지난 8일 인스타그램을 통해 “‘더 글로리’ 과몰입러로 기상캐스터 팩트 체크”라며 “적당히 화려한 직업? 힘들게 노력하는 직업. 일상뿐 아니라 안전도 책임진다는 사명감으로”라고 말했다. 더불어 “원고를 대신 써준다? CG 의뢰부터 취재와 원고 작성까지, 오롯이 캐스터의 몫. 때로는 제보 사진, 음악과 의상, 소품까지도”라고 덧붙이며 기상캐스터의 역할과 노력에 대해 다시금 짚었었다.


극 중 박연진은 학창 시절 문동은(송혜교 분)에게 폭력을 가하던 가해자로, 성인이 된 이후 기상캐스터로 활동 중인 인물이다. 그러나 기상캐스터가 된 이후에도 스타일리스트에게 갑질을 일삼으며 원고 대필까지 맡기는 모습을 보여줬다. 그가 표현한 것처럼 ‘적당히 있어 보이는 직업’을 가지기 위해 기상캐스터가 된 인물로, 이에 일에 대한 노력보다는 꼼수로 계약을 유지하곤 한다.


지난 2016년 방송된 드라마 ‘질투의 화신’ 당시에도 주인공이 아나운서를 동경하며 잔심부름을 하거나, 아나운서와 비교해 실패한 사람처럼 표현되는 등의 모습이 담겨 지적을 받았으나, 기상 캐스터를 향한 왜곡된 시선이 여전함을 보여주고 있다.


이 드라마에서 스튜어디스로 일하며 재벌을 만나 계급 상승을 하겠다는 욕망을 품고 있는 혜정 역시도 그간의 작품들에서 종종 묘사되고 했던 스튜어디스 캐릭터를 향한 전형적인 시선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모습이다.


문동은이 협박을 가하자 “나 스튜어디스야”라고 외치며 얼굴 보호하는 모습을 조롱하듯 담는가 하면, 비행 도중 “자장가를 불러달라”, “따뜻한 다른 서비스는 없냐”는 전재준(박성훈 분)의 발언에 오히려 유혹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등 자신의 외모, 직업을 활용해 남성을 유혹하는 스튜어디스를 향한 시대착오적인 고정관념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는 것. 디즈니플러스 오리지널 드라마 ‘카지노’의 승무원 출신 호텔 매니저 소정(손은서 분) 또한 자신의 위치, 또는 외모 등을 활용해 누군가를 유혹하는 역할을 소화하는 등 성적 대상화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물론 이 드라마들이 기상캐스터, 스튜어디스라는 직업을 본격적으로 다루는 작품은 아니다. 또 극 중에서도 박연진의 프로페셔널한 모습이 후배 기상캐스터들의 지적 사항이 되는 등 이들의 모습을 긍정적으로 묘사하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일부 시청자들이 기상캐스터 또는 스튜어디스에 대해 가지게 될 편견에 대한 우려가 이어지고 있는 것.


최근 ‘더 글로리’는 물론, ‘일타 스캔들’, ‘대행사’ 등 여성이 주인공인 드라마들이 자연스럽게 시청자들을 만나고 있다. 지난해 ‘작은 아씨들’, ‘글리치’부터 방송을 앞둔 ‘길복순’, ‘마스크걸’ 등에서도 매력적인 여성 주인공들의 활약이 기대 포인트가 되고 있다. 또한 “백마 탄 왕자가 아닌 칼춤 추는 망나니가 필요하다”는 문동은처럼, 능동적이고 또 강인하게 변모하고 있다는 것이 긍정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물론 드라마계에서 긍정적인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것은 사실이나, 아직 일부 캐릭터들을 묘사하는 데 있어서는 편견 조장 또는 강화하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반가운 변화의 긍정적인 측면을 더욱 높이기 위해선 더욱 섬세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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