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계 "검찰이 확보한 증거 확인한 김성태…더 이상의 혐의 부인, 무의미하다고 판단한 듯"
"수사협조 사실, 추후 양형에도 유리한 요소…앞으로도 반박 힘들다 생각되는 부분은 협조할 듯"
"김성태 일명 '독박' 쓰는 것, 매우 위험하고 억울하다고 판단했을 가능성 높아"
"이재명, 300만 달러 보낸 것 인지·관여했다면…남북교류협력법위반 등 반국가적행위"
검찰이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으로부터 2019년 북한 측에 총 800만 달러를 건넸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회장은 이 가운데 300만 달러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방북(訪北)을 위한 비용이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이 대표와의 관계를 전면 부인하던 김 전 회장의 진술 태도가 바뀐 것인데, 법조계에서는 검찰이 중요 증거를 상당부분 확보했다는 방증으로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즉, 검찰의 보유증거를 확인한 김 전 회장이 더 이상의 혐의 부인은 무의미하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법조계는 특히, 김 전 회장에게 외국환거래법 위반과 남북교류협력에 관한 법률 위반 등이 적용될 가능성이 크고, 추징 등으로 회사 경영에도 치명타를 줄 수 있는 상황에서 일명 '독박'을 쓰는 것이 매우 억울하다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강조했다.
지난달 30일 김 전 회장은 검찰 조사에서 2019년 북한 측에 총 800만 달러를 전달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가운데 500만 달러는 이 대표(당시 경기도지사)가 추진한 '북한 스마트팜 개선 사업' 비용을 대납한 것이고, 나머지 300만 달러는 이 대표 방북 추진과 관련해 지난 2019년 만난 북한 국가안전보위부(현 국가보위성) 소속 리호남이 요구한 돈을 준 것이라는 취지의 진술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귀국 후 검찰 조사에서 이화영 전 경기도 부지사에 대한 뇌물공여와 증거인멸교사 등 일부 혐의를 인정하면서도, 나머지 혐의는 강력하게 부인해왔다. 특히 이재명 대표와의 관계에 대해서는 귀국 직전 태국 공항에서조차도 "이재명 씨와 전화나 뭐 이런 거 한 적 없다"며 모르는 사이라고 분명한 선을 그었다. 이 대표 역시 이달 13일 유튜브 채널을 통해 "도대체 저는 김성태라는 분 얼굴도 본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다만 이 대표는 18일 KBS 9시 뉴스에 출연해서는 "누군가가 술을 먹다가 (김 전 회장과) 전화를 바꿔줬다는 얘기가 있는데, 기억이 나진 않는다"고 전했다.
법조계에서는 검찰의 보유증거를 확인하 김 전 회장이 더 이상의 혐의 부인은 무의미하다는 사실을 깨달고 이 대표와의 관계를 인정하며 진술 태도를 바꿨을 것으로 분석했다.
최건 변호사(법무법인 건양)는 "이전에는 검찰이 관련 증거를 확보하고 있는지 알 수 없어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보인다"며 "조사 과정에서 검찰이 증거를 확보하고 있는 것이 확인되자, 계속 부인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판단해 수사에 협조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수사에 협조했다는 사실이 추후 양형에도 유리한 요소로 작용한다"며 "(앞으로도) 반박이 힘들다고 생각하는 부분은 협조를, 증거가 존재하지 않는 부분은 우선 부인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부연했다.
이헌 변호사(홍익 법무법인)는 "(김 전 회장이) 앞으로 조사에 협조할 것이고, 적당한 시기에 변호사비와 이 대표의 관여 등 사항도 진술할 것으로 예측된다. 이는 검찰이 중요한 증거를 상당부분 확보하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이 변호사는 그러면서 "북한에 이 대표 방북대가로 300만 달러를 보낸 사실은 대장동, 변호사비 대납, 성남FC 후원금 모두를 합쳐도 모자랄 엄청난 내용"이라며 "이 대표가 인지하는 등 관여했다면, 남북교류협력법위반 등 반국가적 행위 및 유엔 등 국제사회의 북한 제재 위반 행위로 평가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소정 변호사(김소정 변호사 법률사무소)는 "(김 전 회장에게) 외국환거래법위반, 남북교류협력에 관한 법률위반, 특경가법위반(배임) 등이 적용돼 큰 처벌을 받을 수 있다"며 "동시에 추징 등으로 회사 경영에도 치명타를 줄 수 있는데, 수사과정에서 이를 인지한 김성태가 이런 행위에 대해 일명 '독박'을 쓰는 것이 매우 위험하고 억울하다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이어 "쌍방울 관계자가 김성태와 이재명이 가까운 사이라는 법정증언까지 한 상황에서, 이재명과의 관계를 부인하는 것은 자신에게 어떤 도움도 되지 않는다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며 "이재명과의 관계를 부인하면서 바랐던 조력자 혹은 비호세력에 대한 기대도 현재 거의 없어진 것이 아닌가 싶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이 대표 측은 "아마 검찰의 신작 소설이 나온 것 같다"며 "(검찰의) 종전 창작 실력으로 봐서 잘 안 팔릴 것"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