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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류하는 혁신금융①] [단독] 핀테크 규제 개선 5건 중 1건 그쳐


입력 2023.02.14 06:00 수정 2023.02.14 06:00        김효숙 기자 (ssook@dailian.co.kr)

80%는 시범 운영으로 끝나

대기업·금융기관 절반 차지

금융 규제 샌드박스 제도를 두고 현장에서 볼멘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아이들이 모래놀이터에서 안전하게 뛰놀 수 있듯 금융사들이 마음껏 혁신에 나설 수 있도록 규제를 풀어주겠다 공언했지만, 이상과 현실의 괴리는 점점 커져만 가는 분위기다. 시장에서는 금융당국이 초심을 잃고 있다는 불만의 목소리도 나온다. 표류하는 혁신금융의 현 주소를 톺아봤다.<편집자주>

금융규제 샌드박스 이미지. ⓒ연합뉴스

금융당국이 규제 샌드박스 제도를 통해 시범 운영을 허용해 준 서비스가 200건을 넘어서고 있지만, 이 가운데 계속해 서비스를 운영할 수 있도록 법령 개선까지 이어진 사례는 전체 중 5분의 1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권 혁신을 위해 도입된 혁신금융서비스가 규제 개선이라는 이름값만큼 제대로 된 역할을 해내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4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2019년부터 지난해 말까지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된 사례 237건 중 21.5%인 51건만 관련 법령이 개선됐다. 혁신금융서비스는 새로운 금융서비스가 기존 법 등 규제로 실현되기 어려울 경우, 한시적으로 규제를 면제해주는 제도다.


하지만 절차에 따라 어렵게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돼도 5건 중 4건은 관련 규제를 끝까지 벗어나지 못해 서비스 운영에 차질을 빚고 있다는 얘기다. 금융사나 핀테크들이 이렇게 잠시 특례를 부여받는 기간은 2년으로, 한 차례 연장심사까지 통과하면 최대 4년까지 서비스를 시범운영할 수 있다. 다만 이 기간 안에 법령이 고쳐지지 않으면 시범운영하던 서비스는 중단돼야 한다.


제도 초기인 2020년에는 규제 개선이 활발했지만, 이후 성과는 들쭉날쭉했다. 연도별 법령 개정 건수를 보면 2020년에는 35건이었지만 2021년은 3건에 그쳤고, 지난해는 13건이었다.


특히 회사별로 보면 규제 개선까지 이어지는 사례들 중 절반 가량인 24건은 카드사와 증권사, 은행, 금융유관기관 등과 관련된 사안이었다.


2020년 2월 현대카드, SK텔레콤, 비씨카드, 신한카드 등 8곳이 신용조회업 허가 대상 확대 등을 골자로 하는 신용정보법이 개정되면서 개인사업자 관련 신용평가 서비스를 영구적으로 운영할 수 있게 됐다.


KT 역시 같은해 5월 지역사랑상품권법이 제정되면서 지역사랑상품권 플랫폼을 지속적으로 운영할 수 있게됐다. 우리은행과 대구은행은 그해 10월 외국환거래규정이 개정되면서 드라이브 환전 서비스, 항공사 환전 서비스가 지속가능해졌다.


또 한국투자증권과 교보증권, 신한금융투자 등 7개 증권사 및 자산운용사가 지난해 7월 유권해석을 받으면서 금융투자상품권 거래 서비스를 계속 운영할 수 있게 됐다. 이밖에 신용보증기금과 기술보증기금이 업무범위에 매출채권 팩토링이 추가되는 신보법, 기보법 개정도 이뤄졌다.


이처럼 기존 금융사를 위한 규제 개선 사례가 다양했던 반면, 핀테크들이 바뀐 법령을 적용받은 사례는 비교적 단순했다.


2020년 3월 대출 업무에서 1사전속주의 예외를 허용하는 금융소비자보호법 제정으로 핀다, 뱅크샐러드 등 15개 핀테크사가 대출비교·추천 서비스를 지속 운영할 수 있게 됐다.


또 신용정보법 개정으로 씨비파이낸셜, 뱅크샐러드 등이 예적금 비교 서비스에서, 은행업감독업무시행세칙 개정으로 빅밸류 등 4곳 핀테크가 빅데이터 기반의 부동산 시세 자동평가 서비스를 지속 운영할 수 있게 됐다.


핀테크업계 관계자는 "혁신금융서비스 지정까지도 2~3년 준비, 심사 기간이 필요한데, 실제 법령 개정으로 이어진 사례는 극소수"라며 "법령 개정 문턱이 너무 높다"고 말했다.

김효숙 기자 (ssoo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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