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 사칭…숙박비 결제 않고 돈 빌려 도주
70대로 추정되는 남성이 관공서와 공공기관을 사칭한 뒤 숙박업소에서 사기 행각을 벌이고 있다며 피해 업주가 주의를 당부하는 글을 게재했다.
10일 A씨는 자영업자 카페 '아프니까 사장이다'에 경남 통영시의 한 모텔을 운영하는 가족이 당한 일을 대신 전했다.
A씨에 따르면 70대 중반으로 추정되는 남성 B씨는 지난 2일 오후 2시께 통영의 한 모텔에 방문했다.
B씨는 "2주 정도 머무를 거고, 직원 두 명은 내일 서울에서 내려온다. 통영은 방 잡기가 어려워서 내가 먼저 내려왔다"며 방 3개를 요청했다.
이어 "관광개발공사와 해양수산부 협찬으로 통영 해안도로 절경을 찍기 위해 왔다. 드론을 띄워서 하는 일인데, 이 일을 오래 해서 여기뿐만 아니라 강원도 등 관광공사 일이라면 다 다닌다"고 자신을 소개했다.
업주는 B씨가 나이가 많지만 여전히 현업에 종사하고, 여유로운 모습과 장기 투숙한다는 이야기에 경계를 거뒀다. 아울러 숙박 가격을 낮춰 2주간 사용하는 방 3개 가격을 총 145만원만 받기로 했다.
이에 B씨는 "내일 직원들이 와서 계산하겠다. 아주머니 혼자 고생하시니 (5만원을 얹어) 150만원을 드리겠다"면서 업주의 환심을 샀다.
입실 후에는 업주를 불러 옷가지 등 여러 물건을 펼쳐 보이는 등 장기 투숙자 행세를 했다. 또 "우리는 장기적으로 다니는 사람들이라 이런 건 다 들고 다닌다"며 객실에 비치된 일회용품도 받지 않았다. 대신 얼굴팩을 많이 달라고 말하는 등 행동으로 업주의 신뢰를 얻었다.
여기서 B씨의 숨겨진 계획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이튿날 오전, 외출하고 돌아온 B씨는 돌연 청소하는 업주에게 자기 사정을 털어놓으며 돈을 빌려달라고 요구했다.
B씨는 "시청 직원들하고 간단히 회의가 있어서 하고 왔다. 근데 시청 직원들이 점심을 사달라고 한다. 우리 직원들은 2시나 돼서야 올 텐데"라며 "15만원만 빌려달라. 시청 직원들하고 밥 먹는데 늙은 내가 내야지. 나중에 우리 직원들 오면 숙박비 150만원에 15만원 더해서 165만원 받아라"라고 부탁했다.
업주는 "공사를 땄으니 식사비를 내야 하지 않겠느냐"며 흔쾌히 현금 15만원을 건넸다. 돈을 건넨 업주가 나가는 B씨를 배웅하고 다시 객실을 청소하러 올라가던 순간, B씨의 웃음소리가 멀리서 들려왔다. A씨가 이상한 낌새를 느끼고 B씨가 묵던 객실을 확인했으나 방에는 아무 흔적도 없었고, 객실 물건 등도 사라진 뒤였다.
피해사례는 이번이 처음이 아닌 걸로 추정된다. 인근 숙박업소 업주 역시 CCTV를 확인한 뒤 피해 사실을 공유했다.
이 업주는 "B씨가 통영시청 관광개발과와 계약돼서 방송을 제작하는데 작가들은 내일 온다고 했다. 2주 정도 있는다고 객실을 여러 개 잡았다"면서 "다음 날 시청 직원들 밥을 사야 하니 30만원만 빌려달라고 했다. 저녁에 보니 방에는 아무 것도 남아있지 않았다"고 말했다.
A씨는 "사기꾼이지만 자기 입으로 전국을 다닌다고 하고, 3년 만에 다시 온 걸 보니 통영에서만 이런 짓을 저지르는 것 같지 않다"며 "경찰에 신고했으나 잡기가 쉽지 않다고 하니 사장님들이 각자 조심하셔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