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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이재명 구속영장' 살펴보니…"징역 11년 이상 선고 명백"


입력 2023.02.17 13:19 수정 2023.02.17 13:48        황기현 기자 (kihyun@dailian.co.kr)

검찰 "구속하지 않으면 일방적 출석 연기 등 통해 수사·재판 지연 초래"

증거인멸 관련 우려에만 5000자 이상 할애…위례·대장동 사건 정점 지목하며 구속 필요성 강조

"증거 인멸과 실체 진실 은폐 시도 지속될 것이라는 점, 삼척동자도 알 수 있을 정도로 명백"

정성호 의원 회유 시도 정황도 영장 청구서 적시…"실체 은폐·왜곡하도록 종용"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6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긴급최고위원회의에서 눈을 감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검찰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구속영장 청구서에서 "징역 11년을 훨씬 웃도는 형이 선고될 것이 명백하다"며 "구속하지 않으면 일방적 출석 연기 등을 통해 수사·재판 절차 지연을 초래하고 추가적 증거 인멸을 시도할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17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검찰은 이 대표 구속영장 청구서를 작성하며 증거인멸 관련 우려에만 5000자 이상의 분량을 할애해 그의 구속 필요성을 강조했다. 검찰은 청구서에서 1년 반 동안 이어진 위례·대장동 개발 비리 의혹의 배후이자 정점으로 이 대표를 지목했다.


검찰은 이 대표가 2021년 9월 대장동 의혹이 처음 제기된 이후부터 꾸준히 '실체적 진실' 은폐 시도를 반복하고 있다며 "개전의 정이 전혀 없다는 점을 고려하면, 증거인멸과 실체 진실 은폐 시도가 지속될 것이라는 점은 삼척동자도 알 수 있을 정도로 명백하다"고 적었다.


특히 성남시장·경기도지사·여당 대선후보·제1야당 대표를 역임한 이 대표가 막강한 영향력을 이용해 관련자들에게 향후 자신에게 불리하게 진술하지 못하도록 하거나 이를 번복하도록 종용할 우려가 매우 크다고 지적했다. 또 제1야당 대표로서 공당의 공보자료를 이용한다고도 의심했다.


검찰은 구체적 근거로 심경 변화로 진술을 번복한 유동규·남욱씨를 향해 이 대표가 공개 비판했던 발언 중 '회유', '조작', '포획' 등의 단어를 들었다. 최측근인 정진상 전 대표실 정무조정실장이 영장심사에서 검찰에 진술한 성남시 공무원들에게 적대감을 드러내며 '정권만 바뀌면 진술서 100장을 받을 수 있다'고 말한 것도 "앞으로도 은폐할 수 있다는 자신감의 발현"이라고 꼬집었다.


검찰은 이 대표가 세 차례 검찰 조사의 날짜와 시간을 일방적으로 결정한 것을 두고도 "수사기관의 집행 절차를 무시하는 행태"라고 비판했다.


검찰은 이 대표 가담 사실을 숨기기 위한 측근들의 증거 인멸 시도도 부각하면서 구속 필요성을 강조했다. 정진상 전 실장,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 등 공범의 증거인멸 시도가 소기의 성과를 거두면서 2021년 말 1차 수사 당시 전모가 드러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또 정 전 실장이 유 전 본부장에게 휴대전화를 버리라고 한 점, 김 전 부원장이 지난해 9월 유 전 본부장이 선임하지도 않은 이른바 '가짜 변호사'를 보내 수사상황을 확인한 점, 주요 문건들이 고속도로변 배수구에 버려져 있던 점 등을 증거인멸 시도로 봤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6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긴급최고위원회의에서 안경을 만지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검찰은 '이재명계 좌장'으로 분류되는 정성호 의원의 회유 시도 정황도 증거인멸 우려로 영장에 적시했다. 정 의원이 정 전 실장이나 김 전 부원장에게 '마음 흔들리지 마세요', '다른 알리바이를 만들지 생각해 보세요', '책임을 좀 분담하게 하고, 당신(정진상)이나 김용이나 이재명이나 결정적인 증거가 없다고만 하면 이재명이 대통령 되는 거예요', '알리바이 만드는 게 중요해'라는 말을 하며 실체를 은폐·왜곡하도록 종용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궁극적으로 그 책임이 가장 중한 이 대표에 대해 구속 사유가 존재한다는 점은 명백하다"며 "죄질과 범행 수법이 매우 불량하고 취득한 이익이 막대하지만, 사건을 정치의 영역으로 끌어들여 처벌을 피하려 한다"고 강조했다. 검찰은 또 범행의 중대성을 설명하며 이번 사건을 "지방자치 권력을 사유화한 '시정농단'으로 규정하기도 했다.


대장동 사업과 관련해서는 "공범인 유동규 등과 범행을 모의한 정도의 그친 것이 아니라 구성요건적 행위를 직접 실행했음이 인정된다"며 "성남도시개발공사에 손해를 가한다는 사실에 대한 피의자의 확정적 인식과 의도가 있었음이 넉넉히 인정된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이 대표가 그 대가로 치적 쌓기 용도인 공사 설립이나 1공단 공원화 과정에서 도움과 편의를 받고, 시장 재선에서 불법적인 선거운동이나 자금 지원을 받았다고 지적했다.


성남FC 후원금 의혹의 경우 '인허가 장사'로 규정하며 "독단적 결정으로 성남시민은 본의 아니게 피의자의 치적 쌓기에 들러리까지 서게 됐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이 대표가 범행을 정당한 것처럼 보이도록 '공공 환수', '시민구단 운영' 등의 모양새를 취하면서 국민의 신뢰를 극단적으로 훼손한 '내로남불, 아시타비(我是他非·나는 옳고 남은 그르다는 뜻의 사자성어)'의 전형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6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긴급최고위원회의에 들어서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검찰은 영장에서 이 대표가 성남도시개발공사에 끼친 손해액 4895억원이 2015∼2020년 성남시 1년 평균 예산의 16%에 해당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검찰은 이러한 정황을 고려하면 이 대표에게 징역 11년을 훨씬 넘는 형량이 선고될 것이 명백하므로 그의 구속이 필요하다고 결론내렸다.


검찰은 구속 필요성의 근거로 각 사업과 관련한 물증, 진술 등을 법원에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장동 개발 사업과 관련해 정영학 녹취록과 회의자료, 대장동 사업 진행 과정에서 이 대표가 직접 첨삭하거나 서명한 보고·결재 서류, 2014년 9월 중간보고회 회의록을 종합하면 이익 확보를 의도적으로 포기한 채 이익을 민간업자에게 몰아줬다는 사실을 두고 "다툼의 여지가 없다"고 강조했다. 또 "모든 특혜성 조치는 본인의 치적 쌓기와 민관유착에 의한 사익추구로 귀결돼 최대 수혜자는 피의자 자신"이라고 강조했다.


위례신도시 개발 사업 물증으로는 공사와 성남시 담당자들의 이메일, 공모절차 전 사업타당성 평가 용역을 실시한 서류, 남욱 씨 등의 요구가 그대로 반영된 공모지침서, 호반건설을 시공사로 내정한 이면합의서, 이 대표 자필 결재 문건 등을 제시했다. 두 사업에 대해 이 대표 자신과 정진상, 김만배씨 등이 범행을 부인하는 반면 유동규·남욱 씨는 형사처벌을 감수하면서도 이뤄진 객관적 진술이라 신빙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성남FC 후원금 의혹에 대해서는 이 대표와 성남FC 대표이사에게 발신한 이메일이나 지급 경위·흥정 상황이 기록된 기업의 보고 문건, 각종 회의록 등의 물증을 봤을 때 인허가권을 적극적으로 이용해 현안 해결을 대가로 거액의 뇌물을 공여하도록 한 사실이 객관적으로 인정된다고 봤다. 검찰은 이 대표 요구로 기업이 뇌물을 공여했고, 액수 또한 일방적으로 정해줬다는 두산건설·네이버·차병원·푸른위례 등 업체 관계자의 일관된 진술이 있었다고 부연했다.

황기현 기자 (kihyun@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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