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지난 국정연설서 뉴스타트 참여중단 선언
러 상·하원 참여중단 법안 통과…푸틴, 서명
크렘린 궁 "모든 것은 서방 태도에 달려있어"
바이든 "매우 무책임…우리가 해결할 수 있을 것"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 국정연설에서 미·러 핵무기 통제 조약인 신전략무기감축협정(New START·뉴스타트) 참여 중단을 선언한 데 이어 자국 핵 전력 증강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일 것이라고 밝혔다.
AP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23일(현지시간) '조국 수호자의 날' 기념 연설에서 "우리 군은 계속해서 첨단 장비를 갖출 것이며, 우리 산업은 재래식 무기의 생산을 증대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이전과 마찬가지로 우리는 3대 핵전력 증강에 더 많은 관심을 쏟을 것"이라고 말했다.
3대 핵전력(Nuclear Triad)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장거리 전략폭격기를 칭한다.
그는 또 핵탄두 여러 개를 탑재할 수 있는 신형 ICBM '사르마트'를 올해 배치하는 등 첨단 무기를 지속해서 갖춰나가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공중 기반 극초음속 킨잘 시스템의 대량 생산을 계속하고 해상 기반 지르콘 극초음속 미사일 대량 공급을 시작하겠다"고 덧붙였다.
앞서 푸틴 대통령은 전날 국정연설에서 미국과의 뉴스타트 참여를 중단한다고 선언했다.
타스통신 등에 따르면 러시아 상원과 하원은 이날 만장일치로 뉴스타트 참여 중단 법안을 통과시켰다. 이에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즉시 서명했다.
뉴스타트 협상은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과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전 러시아 대통령의 주도로 2010년 체결됐다. 양국이 실전 배치 핵탄두 수를 1550개 이하로 감축하고, 핵탄두를 운반하는 ICBM·SLBM·전략폭격기 등을 700기 이하로 줄이는 내용이 핵심이다. 아울러 쌍방 간 핵시설을 주기적으로 사찰해 협정 준수 여부를 확인한다.
다만 러시아는 뉴스타트에 복귀하는 것은 서방의 태도에 달려있다면서 해당 문제를 서방에게 돌렸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뉴스타트 조약 복귀와 관련해 "모든 것은 서방에 달려 있다"며 "서방이 우리의 우려를 고려할 준비가 되는 즉시 복귀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러시아는 안보 보장을 위해 군비 통제를 비롯해 모든 것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이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날 ABC와의 인터뷰에서 푸틴 대통령의 뉴스타트 중단과 관련해 “큰 실수를 하는 것이다. 매우 무책임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도 “우리가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또 뉴스타트 조약 중단이 핵무기 사용 가능성을 열어두는 것이냐는 질문에 "그들이 하는 것에 어떤 변화도 보지 못하고 있다"며 "어떤 식으로든 그들이 핵무기 사용이나 ICBM 사용을 고려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증거는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