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년 전 부산 금정구 한 여고에서 발생한 학교폭력사건, 이른바 '정다금 사망사건'이 재조명됐다.
지난 25일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싶다(이하 그알)은 '1216호에 갇힌 진실-정다금 사망 사건'이라는 주제로 고(故) 정다금양 추락사 사건을 다뤘다.
정 양은 2019년 12월 18일 체험학습으로 떠난 전남 화순군의 금호리조트 1216호에서 추락해 숨을 거뒀다.
당시 정 양과 함께 머물렀던 여학생 4인방은 "정양이 용돈과 학업 등으로 고민이 많았고, 여러 차례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었다"며 "정양이 혼자 베란다로 나간 뒤 얼마 후 비명과 함께 추락했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정 양이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결론 내렸다. 이에 유족은 정 양의 왼쪽 눈두덩이에서만 발견된 멍 자국에 의문을 품었고 부검을 의뢰했다. 부검 결과 높은 혈중 알코올이 검출됐다. 폭행 흔적으로 추정되는 입안의 상처들도 발견됐다.
정 양의 다른 친구는 "같은 방에 머물렀던 4인방이 정양을 폭행했다"고 증언했다. 4인방이 정 양의 미니홈피에 "너 술 마시고 꼬장부리면 12층에서 떨군다"는 내용의 글을 남긴 사실도 드러났다.
조사가 시작되자 4인방은 "함께 술을 마시고 다툼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폭행은 없었다. 머리채만 잡았다"고 말했다. 경찰은 증거불충분으로 사건을 종결했고 4인방 중 학교폭력을 주동한 임가영(가명)에게만 상해 혐의를 적용, 사회봉사 명령을 내렸다.
그알 제작진은 여학생 4인방에 주목했다.
제보자들은 4인방에 대해 "모두 여행 다니고 그냥 평범하게 지낸다" "성형을 다 했고 지나가다 보면 못 알아볼 정도" "○○○은 지금 개명해서 다른 이름이고, 최근에 결혼했더라고요" "결혼하고 아기 낳고 살고 있다고 하더라"라고 전했다.
먼저 이나은(가명)은 이름을 이민하(가명)로 바꿔 결혼한 상태였다. 제작진이 찾아가 '이민하씨 맞냐'는 질문에 "아니다. 누구시냐"며 경계했다. 제작진이 "정다금양 추락 사건에 대해 취재하고 있다. 1216호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여쭤보고 싶다"고 하자 "저는 아니다. 왜 자꾸 따라오시는 거예요. 저 아니라고요. 그분 찾아가시라고요"라며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이때 이나은의 남편은 "결론적으로 아무 일이 없었잖아요. 맞죠?"라며 "극단적 선택이든 타살이든 결론은 극단적 선택으로 된 거잖아요. 세월이 지났는데 와서 아닌 걸 자꾸 파헤치고 그러니까. 뭐 아니더라도 피하게 되잖아요, 솔직히"라며 제작진을 돌려보냈다.
송라현(가명)은 그알 제작진의 전화를 받고선 "네, 알고 있습니다. 죄송한데 저 인터뷰할 생각 없다. (추락사고에 대해) 제가 어떻게 알아요? 제가 걔를 해한 것도 없었는데. 저는 더 이상 인터뷰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후 송라현은 제작진에게 "극단적 선택이라고 알고 있다. 정다금과 임가영(가명)은 저랑 교류가 없었기 때문에 그들의 관계에 대해 잘 알지 못합니다"라고 메시지를 보냈다.
정 양이 숨지기 전 마지막까지 함께 있었던 최다정(가명)은 연락을 받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제작진은 4인방의 주동자로 알려진 임가영(가명)을 수소문했지만, 행방은 묘연했다. 임가영 아버지의 집을 찾아가자, 집주인은 "이사 갔다. 이사 간 지 몇 년 됐다. 우리 집에서 그냥 날라버렸다"고 전했다. 임가영 가족의 지인은 "이사 가면서 아마 이 동네에도 거의 연을 다 끊어버린 걸로 알고 있다"며 "SNS도 전혀 안 한다. 그 나이에 안 맞게 SNS 프로필 사진도 올리지 않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