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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식품업계, ‘소비자 직접 판매’ 강화로 불황 뚫는다


입력 2023.03.06 06:49 수정 2023.03.06 06:49        임유정 기자 (irene@dailian.co.kr)

충성고객 확보 통해 정기적 수익 창출

유통 경로 줄여 가격 경쟁력 제고에도 탁월

소비자 데이터 구매 분석해 신제품 개발 반영

월간과자ⓒ롯데제과

유통·식품업계를 중심으로 ‘소비자 직접 판매(D2C·Direct to Consumer)’ 비즈니스 구조에 대한 관심이 갈수록 뜨거워지고 있다. 다양한 보유 제품을 소개할 수 있을뿐 아니라 불황 속 충성고객 확보를 통해 정기적인 수익을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D2C는 제조 업체가 쿠팡이나 네이버 같은 거대 유통 플랫폼을 거치지 않고 직접 온라인 몰을 구축해 소비자에게 제품을 판매하는 방식을 말한다. 온라인 시장의 확대에 따른 대형 이커머스 기업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려는 대표 전략 중 하나로 손 꼽힌다.


보통 식품업계는 심혈을 기울여 내놓은 제품을 잘 팔리게 하기 위해 쿠팡이나 네이버 같은 대형 플랫폼에 제품을 입점시킨다. 하지만 문제는 이 과정에서 플랫폼이 일종의 ‘갑’이 되고 식품기업은 ‘을’이 되는 상황이 발생한다는 점이다. 플랫폼기업으로부터 경쟁사보다 싼값에 제품을 납품해 달라는 요청이 대표적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식품 제조사로서는 큰 돈을 투자해 제품을 만들어도 손해를 보기 일쑤다. 식품의 경우 기본적으로 수익이 크지 않은 데다 마케팅 비용에 대형 플랫폼 수수료까지 지불하다 보니 마진이 적어지는 탓이다.


마케팅 전략에도 영향을 미친다. 플랫폼을 거쳐 판매가 이뤄지면 제품의 고객 정보나 구매 유형 등의 데이터는 모두 해당 플랫폼이 갖는 구조여서다. 이 때문에 온라인 데이터에 기반한 마케팅 전략을 펼치려고 해도 실행에 옮기기 힘든 실정이다.


그러나 D2C를 강화하면 이런 구조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다. 유통 경로를 줄여 가격 경쟁력을 제고하고 수익성을 높일 수 있다. 자사 몰에서 이뤄진 소비자들의 구매 데이터를 직접 읽고 분석해 마케팅 전략을 펼칠 수 있고 신제품 개발에도 반영할 수 있다.


신세계 백화점 과일 구독 서비스.ⓒ신세계백화점
◇ 소비자와 접점 좁히고 수익성 확보


장점이 부각되면서 D2C 서비스는 업종을 가리지 않고 확장·도입되는 추세다. 과거만 하더라도 구독 마케팅은 온라인 기업들의 전유물처럼 여겨져왔다. 그러나 오프라인 베이스의 백화점 역시 온라인 전환 과정의 일환으로 ‘구독 서비스’를 선택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유통업계 중에선 신세계백화점이 재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2020년 5월 업계 최초 VIP 고객을 대상으로 과일 구독 서비스를 시작했다. 시행 10개월 만에 신청 고객이 200% 늘자 최근엔 일반 고객을 상대로 반찬 구독 서비스를 선보이면서 구독 카테고리를 확장했다.


신세계백화점의 경우 전형적인 큐레이션 구독 서비스라고 할 수 있다. 특이한 점은 오프라인 유통업체의 대표 주자인 백화점에서 온라인 기업들이 활발히 도입하는 구독 서비스를 혁신적으로 실시했다는 점이다.


이것이 가능한 이유는 신세계백화점이 '무엇'을 판매할지보다 새로운 구독서비스의 '가치제안(value proposition)'에 더 집중했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은 신세계가 매번 좋은 품질의 과일, 반찬을 맞춤형으로 제안해 줄 것이라는 ‘신뢰’를 구매하는 셈이다.


식품업계도 일찌감치 이 서비스에 주목했다. 대표적으로 롯데제과는 지난 2020년 6월 제과업계 최초로 과자 구독 서비스 ‘월간 과자’를 론칭한 후 대박을 터뜨리면서 빵 구독 ‘월간생빵’과 가정간편식 정기 구독 서비스 ‘월간 밥상’을 연이어 론칭했다.


당초 롯데제과는 팬데믹 기간 사회적 거리두기로 외출이 줄어들자 소비자가 집에서 과자를 받아볼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구독 서비스를 론칭했다. 이후 월 정기 구독자가 평균 3000명에 이르자 카테고리를 대폭 확장하기 시작했다.


하림은 정기구독 서비스로 포화 상태인 반려견 사료 시장에서 차별점을 뒀다. 하림펫푸드는 2021년 2월부터 ‘가장 맛있는 30일’ 프리미엄 휴먼그레이드급(사람이 먹을 수 있는 재료 등급을 사용한) 사료에 대한 정기 구독 서비스도 시행했다.


하림펫푸드에 따르면 수입 사료 대비 신선한 품질을 강조하면서 이 제품의 매출 약 40%가 정기구독자일 정도로 구독 서비스 모델이 안정적으로 자리잡았다. 서비스를 론칭한 2021년 대비 지난해 구독자가 97% 이상 증가했다.


전통주 업계서도 소비자와의 접점을 좁히기 위한 하나의 전략으로 D2C 강화에 속도를 내는 중이다. 술담화가 대표적이다. 술담화는 담화컴퍼니가 국내에서 처음으로 만든 전통주 구독플랫폼이다. 2018년 사업을 시작해 만 4년을 넘긴 지금까지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술담화가 2019년 1월 출시한 전통주 정기 배송 서비스 ‘담화박스’는 4년 만에 구독자가 1만 3000명까지 증가했다. 담화서비스 구독자는 한 달에 한 번 전통주 소믈리에가 엄선한 전통주 2~4병을 받을 수 있다. 2022년 4월에는 전통주뿐 아니라 증류주로도 영역을 넓혔다.


업계 관계자는 "구독서비스의 경우 큐레이션을 기본으로 제공하기 때문에 스테디셀러 제품과 동시에 신제품을 함께 보내준다"며 "기업 입장에서는 새로운 제품을 소비자에게 빠르게 전달하고 반응을 살필수 있다는 장점이 무엇보다 크다”고 설명했다.

임유정 기자 (iren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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