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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영화 뷰] "세상을 바꾼 여성 연대"…여성의 날,낙태권 쟁점 다룬'콜 제인'


입력 2023.03.08 14:01 수정 2023.03.08 14:01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8일 개봉

필리스 나지 연출

1908년 열악한 작업장에서 화재로 숨진 여성들을 기리며 미국 노동자들이 궐기한 것을 기념하는 세계 여성의 날이 115주년을 맞았다. 대중문화계가 여성 서사가 돋보이는 콘텐츠를 준비해 의미를 기리는 가운데 영화 '콜 제인' 역시 여성의 날 개봉해 과거와 현재에도 이슈가 되고 있는 낙태를 화두에 올린다.


'콜 제인'은 1960년대부터 1973년 ‘로 대 웨이드’ 판결로 여성의 임신 중단 권리가 보장되기까지 시카고에서 약 1만 2000명의 여성이 안전한 임신 중절 수술을 받을 수 있도록 도운 비밀 단체 제인스를 2023년에 소환했다.


1968년 주인공 조이는 심근병증으로 임신을 유지하는 것이 위태로운 상황에 처한다. 조이는 긴급 임신 중절 위원회에 참석하지만 남성으로 구성된 위원회는 임신 당사자인 자신의 생각이나 상태는 철저히 무시되는 걸 느낀다. '무사히 낳을 수 있는 가능성이 없지는 않다'라는 한 남성의 말을 끝으로 조이는 결국 전원 반대라는 결과를 받는다. 변호사 남편을 둔 중산층 여성인 조이 역시 예외는 아니었던 것. 그는 계단에 굴러 유산시킬 생각도 하지만 차마 용기는 내지 못한다.


절망에 빠진 나날을 보내던 조이는 어느 날 '임신으로 불안하다면 제인에게 전화하세요'라는 낡은 광고를 본 후 연락을 취한다. 조이는 제인스 도움을 받아 무사히 임신 중절 수술을 마치고 그들이 사명을 가지고 하는 이 비밀스러운 조직에 몸 담기 시작한다. 조인은 제인이 미국의 가장 흔한 여성의 이름으로, 어떤 여성이든 제인이 될 수 있다는 걸 깨달으며 조금 더 깊숙하게 관여하기 시작한다.


미국은 1910년 낙태 금지법을 내리고 임신의 모든 단계에서 낙태를 전면 불법화했다. 환자의 생명을 구하기 위한 예외조차 95%가 남성인 의사들이 판단했다. 여성들은 임신에 대한 자기결정을 빼앗기고 잠재적 위험에 노출돼 왔다.


당시 경제력이 없었던 대다수의 여성들은 계단에서 구르거나 옷걸이 같은 도구를 신체에 삽입하는 등 위험천만한 방법으로 자해적인 유산을 시도하다 건강을 해치거나 심각한 경우 사망에 이르렀다. 1965년 당시 19세의 헤더 부스는 같은 여성으로서 이 같은 비극에서 여성들을 구하기 위해 법적 처벌의 위험을 무릅쓰고 제인스를 결성했다. 제인스는 절망한 여성들에게 실질적인 돌파구를 제공했으며, 신체적인 고통과 더불어 심리적으로도 엄청난 압박감을 느꼈을 여성들에게 비밀스러운 안식처가 됐다.


1972년 7명의 제인스 멤버들이 불법 낙태 혐의로 체포되기 전까지 제인스는 전문적인 중절 수술을 통해 단 한 명의 희생 없이 여성 1만 2000명의 낙태 수술을 진행했다. 그리고 1973년 성폭행으로 임신을 한 여성이 낙태 허용을 요구한 소송 '로 대 웨이드'(Roe v. Wade) 판결이 내려지자 제인스는 축배를 들며 해산된다.


하지만 지난해 49년간 유지돼 온 로 대 웨이드 판결이 폐기 됐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포함해 많은 유명인사들과 미국 시민들은 정부를 향해 역사적 후퇴이고 수많은 여성의 생명과 건강을 위협하는 결정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국내에서도 낙태 이슈가 오랜 시간 화두에 올랐다. 1910년 일제강점기 일본 형법 낙태죄 직역형 적용된 후 1953년 법전편찬위원회 형법 낙태죄 제정됐다. 이후 2019년 헌법재판소 ‘낙태죄는 헌법정신에 위배된 법률’ 헌법 불일치 결정이 내려져 67년 만인 2021년 낙태죄가 효력 상실 됐다.


'콜 제인'은 1960년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현재 진행형의 인권 의식 개선과 여성연대에 대한 커다란 울림, 지금까지도 팽팽하게 대치 중인 사회적 이슈를 쟁점을 던진다는 점에서 여성의 날 개봉 영화로 더할 나위 없는 선택이다.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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