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에선 올림픽 외교, 뒤론 이어도 군침
전문가 "해양경계 확정안돼 중국 넘봐…과학기지 설치 잘한일"
"독도처럼 조용한 외교 금물…지속적 관심과 실효지배 강화를"
우리나라가 실효적으로 지배하고 있는 ‘이어도’를 중국이 자국 영토로 편입하려는 시도가 노골화되고 있어 파문이 예상된다. 독도를 둘러싸고 일본이 끊임없이 야욕을 드러내는 가운데 이번에는 중국이 ‘이어도’를 자기네 땅이라고 우기고 있어 대한민국 영토를 둘러싼 논란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국가해양국 산하 기구인 ‘중국해양신식망’ 홈페이지(www.coi.gov.cn) 해양문화 코너에서 이어도의 중국식 표기인 ´쑤옌자오´(蘇岩礁)를 자국 영토로 소개하고 있다. 이 사이트에 따르면 “쑤옌자오는 당·송·명·청의 문헌에 기록돼 있으며 고대 역사 서적에도 중국 땅으로 명시돼 있다”며 중국 영해와 200해리 경제 수역 내에 있기 때문에 현재도 중국의 영토라고 주장했다.
중국은 지난해 12월 24일 ‘이어도’ 관련 내용을 손질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중국 정부가 한국측에 이어도 활용 관련 교섭을 요구한 적은 있었으나 공식 문서를 통해 자국 영토라고 주장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어도’ 지정학적으로 어떤 의미 있기에…
지리학적으로 살펴보면 이어도는 대한민국 제도로 남쪽의 마라도에서 80해리, 중국 장쑤성 앞바다에 있는 저우산 군도 동단 퉁다오에서 133해리나 떨어져 있는 양국의 200해리 ‘배타적 경제수역(EEZ)’ 중첩지역에 위치해 있다. 이어도는 정상 수심이 4.6m, 주변해역 평균수심이 50m에 남북으로 1800m, 동서로 1400m에 이르는 타원형 섬이다. 이어도를 기점으로 EEZ를 설정하면 한반도의 두 배 면적인 약 40만㎢의 엄청난 해양지역이 우리측 배타적 관할권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특히 이어도는 서해와 동중국해의 분계선 중간지점에 위치하고 있는데 횡적으로는 중국 양자강의 바다 입구를, 종적으로는 중국 남북해상의 요충지를 장악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이어도 주변해역은 천연가스와 원유 부존량이 풍부하고 고급어종이 서식하는 대형어장이다. 이어도는 군사부문에도 상당한 의미가 있는 지역이다. 보통 미사일 탄도탄의 사정거리를 감안하면 이어도에서 상하이까지 요격가능거리가 된다. 레이더 무선감측으로 중국군함의 입출항, 공군기의 이착륙 일체는 한국의 감측 범위내에 포함된다. 이러한 이유로도 중국에 있어 ‘이어도’는 군침이 도는 지역이다.
중국전문가로 손꼽히는 강효백 경희대 중국법학과 교수는 8일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중국이 지속적으로 이어도를 침탈하려는 이유가 “한국과 중국의 해양경계 획정문제와 직접적 관련이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강 교수는 “중국은 이어도가 국제해양법에 근거해 한국령으로 확정되면 한국이 프랑스면적만한 해역을 영유하게 되는 것을 우려한다”며 “반면 중국이 조어도와 이어도를 상실하면 동중국해의 관할해역은 협소해지고 중국 남북해상 운수통로는 극심한 제한을 겪게 될 것이다”고 설명했다. 조어도는 현재 대만의 영토에 속하는데 중국과 일본이 영토 분쟁을 일으키는 곳으로 중국의 독도라 불린다.
‘이어도’ 해양경계 확정되지 않은 상태
문제는 이어도가 해양법상 섬이 아니고 암초이기 때문에 해양경계가 확정되지 않은 상태다. 섬이 아닐 경우 ´유엔해양법 협약 121조´에 의거해 그 자체의 영해 접속수역 배타적 경제수역 등 관할수역을 가질 수 없다. 더구나 이어도의 위치가 한·중·일 3국의 200해리 배타적 경제수역 및 대륙붕의 권원이 중첩되는 한중어업협정상 현행조업질서유지수역으로 현재 해양경계가 확정되지 않은 상태다.
하지만 이어도에 설치된 해양과학기지로 인해 기지 주위에 있는 반경 500m의 안전수역을 설정(협약 제60조 5항)할 수 있다.
강 교수는 “우리나라가 2003년에 이어도에 해양과학기지를 건설해 운영하는 것은 매우 잘한 일”이라며 “이어도 암초 자체는 특별한 법적 지위가 부여될 수 없지만 중국이 주장하는 경계획정 방식에도 해양과학기지가 한국이 축조한 구조물로 국제법상 합법적이고 정당한 권리를 행사한 결과를 보여준다”고 말했다.
해양경계에 있어 한국은 이어도를 중간선 방식으로 주장해 왔고 중국은 대륙붕의 경계획정 원칙을 주장했다. 대륙붕의 경계획정 원칙이란 중국의 황해와 동중국해 대륙붕은 실트라인까지 나아간다는 것이다. 황하와 양자강을 타고 상류에서 흘러내려온 퇴적물이 쌓이면서 형성된 이 선을 따르게 되면 한국과 중국간 수역의 3분의 2가 중국에 속하게 되어 형평에 크게 어긋나는 결과를 가져온다.
강효백 교수 “마라도에 있는 ‘대한민국 최남단’ 표지석, 이어도로 이전을”
중국이 이처럼 이어도에 대한 야욕을 드러내는 것은 중국이 세계의 중심이라는 뿌리 깊은 중화사상에서 나왔다는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뿐만 아니라 최근 중화제국의 재현에 비견되는 국력신장에 따른 필연적 모습이라는 지적이다.
더구나 중국의 육지영토 면적은 세계 3위인데 비해 관할 해양면적이 일본의 5분의 1도 안될 정도로 좁다. 중국 최고지도층들은 지난 200여년 동안 중국이 슬럼프에 빠진 가장 중요한 이유 가운데 하나를 해양경시에서 비롯된 결과라고 본다는 게 전문가들의 전언이다.
그렇기에 중국이 이어도를 자기 땅이라고 우긴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1999년부터 10여 차례 지속적으로 제기해왔으며 한국이 이어도에 해양과학기지를 건설할 때도 강력히 반발했다.
이번뿐 아니라 향후 이어도 문제에 대한 한국정부의 대처에 대해 강 교수는 “독도문제처럼 무관심과 안일함, 저자세와 패배주의에 기반한 ‘조용한 외교’는 절대 금물”이라며 “이어도에 대한 실효적 지배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강 교수는 그 대안으로 △대한민국 지도에 포함 △이어도와 이어도 해상부근의 일기예보 매일 방송 △제주도 마라도에 있는 ‘대한민국 최남단’ 표지석, 이어도로 이전 △주민 이주 △우편번호와 주소지 설정 등을 제안했다.
강 교수는 “중국은 독도를 둘러싼 한·일분쟁을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며 “독도 문제에 대해 일본에 한치의 양보도 있을 수 없다는 영토주권의 확고한 태도를 견지하는 것이 이어도의 한국관할권 확보 강화에도 직결된다”고 밝혔다.
한편 정부는 중국의 이어도 논란에 대해 “한·중 양국은 2006년 이어도가 수중암초로 섬이 아니며 따라서 영토분쟁의 대상이 아니라는데 합의한 바 있다”며 “이어도를 자국 영토라고 주장한 중국 국가해양국 사이트는 이 합의에 반한 것으로 중국측에 시정 요구 등 필요한 외교적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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