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롱, TV인터뷰 통해 연금개혁 입장 밝혀
"거덜 난 연금재정 방치 안돼"…대국민 설득
야당 “불난집에 기름” 노조 “시위 업신여겨”
정년 연장이 주요 내용인 연금개혁안을 관철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간) 올해 말 연금개혁안을 시행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마크롱 대통령이 ‘연말’을 시한으로 거론한 것은 속도전 의지를 다시 한번 피력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AFP통신 등에 따르면 마크롱 대통령은 이날 오후 TF1, 프랑스2 방송이 생중계로 진행한 인터뷰에서 "더 오래 기다릴수록 (연금제도 적자가) 악화한다"며 “내가 (2017년) 첫 임기를 시작했을 때만 해도 연금 수급자는 1000만명이었지만, 지금은 1700만명이 됐다”며 연금개혁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연금개혁으로 떨어진 지지율을 받아들일 준비가 됐다며 “단기적인 여론조사 결과와 국가의 일반적인 이익 중에서 선택해야 한다면 후자를 선택하겠다”고 덧붙였다.
진행자 2명의 질문에 답하는 형식으로 35분간 이어진 이날 인터뷰에서 마크롱 대통령은 “내가 이 개혁을 즐기는 것처럼 보이는가? 그렇지 않다”며 다른 대안이 없다고 역설했다. 마크롱 정부가 국민 다수의 반대에도 하원 표결을 건너뛰면서까지 연금개혁안을 밀어붙인 이후 첫 공개 발언이다.
마크롱 대통령은 법안을 강행한 것에 후회는 없다면서도 왜 연금 개혁이 필요한지 설득하는 데 성공하지 못했다고 인정했다. 그는 노동조합이 합법적으로 시위와 파업할 권리는 존중하지만, 어떤 노조도 타협안을 제시하지 않은 것은 유감이라고 밝혔다. 이어 “일부 시위가 폭력적으로 변질”하는 것에 우려를 표명하기도 했다.
마크롱 대통령의 인터뷰가 전파를 타자 야당과 노동계는 강하게 반발했다. 프랑스 주요 노동조합들은 지난 1월 정부의 연금개혁안 발표 이후 대규모 반대 시위와 파업을 이어오고 있다. 노동계는 23일 프랑스 전역에서 연금 개혁에 반대하는 9차 시위를 예고했다.
필리프 마르티네즈 노동총동맹(CGT) 사무총장은 마크롱 대통령이 “지금까지 시위해온 수많은 사람을 업신여겼다”고 비판했고, 올리비에 포르 좌파 사회당 대표는 “불난 곳에 기름을 끼얹었다”고 말했다.
마크롱 행정부는 현재 연금 100%를 받을 수 있는 정년(법정은퇴 연령)을 현행 62세에서 64세로 2년 연장하는 안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연금개혁법안 공포를 앞두고 있다. 마크롱 대통령은 앞서 연금개혁법안이 하원에서 부결될 가능성이 커지자 헌법 49조3항을 사용해 표결을 생략했다. 이에 반발한 야당 의원들이 엘리자베트 보른 총리에 대한 불신임안을 제출했지만 과반에서 9표가 모자라 부결됐고, 연금개혁안은 자동으로 하원을 통과한 효력을 가지게 됐다.
우여곡절 끝에 입법절차를 마친 연금개혁법안은 이제 한국의 헌법재판소 격인 헌법위원회에서 검토받아야 한다. 연금개혁에 반대하는 극우 성향의 국민연합(RN)과 좌파 연합 뉘프(NUPES)는 전날 헌법위원회에 연금개혁 법안의 위헌 여부를 따져달라고 신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