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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거래 플랫폼, 눈부신 성장…‘수익성’은 여전히 과제


입력 2023.03.27 06:45 수정 2023.03.27 15:00        임유정 기자 (irene@dailian.co.kr)

중고거래 3사, 성장성은 좋지만

돈 되는 사업 없어 ‘적자 늪’ 지속

새로운 전략 수립, 고정수익 내기 속도

지역 커뮤니티 플랫폼 ‘당근마켓’의 중고 거래 서비스 관련 광고의 한 장면.ⓒ당근마켓

중고거래 시장 규모가 20조원으로 불어났지만 중고거래 플랫폼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개인 간 거래(C2C)의 특성상 수익성을 높이는 게 쉽지 않기 때문이다. 플랫폼들은 새로운 전략을 수립하고 서비스를 본격 확장해 고정적인 수익을 끌어내는데 속도를 내고 있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중고거래 플랫폼의 지난해 거래액은 중고나라 5조원, 번개장터 1조3000억원, 당근마켓 1조원 규모로 추정된다. 이 중에서도 당근마켓은 지난 3월 기준 월 이용자 수가 전년 대비 840만 명 증가한 1500만 명을 기록하며 ‘중고거래 1000만 명 시대’를 열었다.


코로나19 팬데믹의 변화가 중고거래 플랫폼을 키우는 동력으로 작용했다. 경기 침체가 지속되면서 고가의 제품 구매보다 저렴한 중고거래에 소비자가 몰렸고, 모바일 플랫폼을 통한 중고 거래가 보편화되면서 중고 물품에 대한 소비자 인식 역시 변화하며 중고거래 시장을 키웠다.


다만 수익이 문제다. 중소기업현황정보 시스템에 따르면 중고나라와 번개장터는 2020년 각각 47억원, 135억원의 영업손실을 봤다. 번개장터는 네이버 계열사였던 2016년 첫 흑자를 냈지만 2019년부터 다시 적자로 돌아섰다. 당근마켓은 2015년 설립 후 흑자를 낸 적이 없다.


특히 당근마켓은 지난해 말 기준 회원 수 3200만명을 돌파하는 등 승승장구하고 있다. 월간 이용자는 1800만명, 주간으로도 1200만명에 달한다. 7년 만에 많은 가입자를 모으며 중고거래 시장을 이끌고 있다. 하지만, 수익은 사업에 쓰이는 영업비용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그동안 당근마켓은 외형적 성장은 눈부시지만 이면에는 수익모델이 부족해 ‘풍요 속 빈곤’이라는 말이 계속돼 왔다. 특히 당근마켓은 중개 수수료를 받아 꾸준히 수익을 창출하는 경쟁사와 달리 수수료 0원에 대기업 광고도 하지 않아 안정적인 수익모델이 절실한 상황이었다.


당근마켓이 2022년 한해동안 이룬 성과ⓒ당근마켓

이에 당근마켓은 내부적으로 올해 사업 키워드를 ‘수익성 강화’로 설정했다. 2022년까진 플랫폼 경쟁력 강화에 집중했다면, 올해부턴 적자 탈피 전략에 사업적 역량을 쏟아붓는다. 지난해 말에는 창립 7년 만에 처음으로 대표이사 교체 카드도 꺼내 들었다.


황도연 신임 대표에겐 당근마켓의 성장세를 이어나가는 한편 수익실현까지 도모하는 일이 가장 큰 과제가 됐다. 현재 당근마켓의 주 수익원은 동네 광고 등이지만 비용이 높지 않다. 지난해 2월 시작한 간편송금·결제 목적의 당근페이 서비스도 수수료 0원으로 운영중이다.


당근마켓은 다양한 실험을 진행 하고 있다. 대표족으로 광고사업 활성화를 통한 수익성 개선에 드라이브를 걸었다. 적자가 쌓이는데도 구체적인 수익 모델을 내놓지 못하는 것에 대한 시장의 의구심을 종식하려는 의도다. 기업 광고도 게재 중이다.


지난해 6월부터 프랜차이즈 기업을 대상으로 ‘브랜드 프로필’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브랜드 프로필은 당근마켓 비즈 프로필의 기업용 계정이다. 지난해 말에는 기업 마케팅 담당자 등 전문 마케터를 위한 광고 솔루션도 서비스도 선보였다.


아울러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잇는 ‘로컬 커머스’로 전략을 수정 중이다. 롤 모델은 ‘카카오’다. 상공인들로부터 소액 광고를 유치하고, 청소연구소 등과 같이 특정 영역에 특화된 ‘버티컬 플랫폼’들을 여럿 입점시키고 있다. 동네 소모임들을 활성화시키고 다양한 정보를 집결시키고 있다.


ⓒ번개장터

중고나라는 롯데그룹과의 합작을 수익성 개선의 발판으로 삼겠다는 전략이다. 롯데그룹은 지난 2021년 200억원을 투자해 재무적 투자자(FI)들과 중고나라를 공동 인수한 바 있다.


번개장터는 안전결제 시스템 번개페이와 포장택배 등 중고거래 부가서비스를 통한 수익모델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번개장터 거래액 1조7000억원 중 번개페이를 통한 거래액은 3000억원으로 18% 수준이다. 결제 수수료가 3.5%인 것을 감안하면 수수료 수익만 연간 105억원이다.


안전거래를 원하는 고가제품 거래 비중이 경쟁 업체보다 높은 것도 번개장터의 강점으로 꼽힌다. 번개장터 중고거래의 건당 평균 단가는 10만원 이상이다. 이에 더해 향후 번개장터는 신세계와의 합작으로 명품, 골프, 스니커즈 등 럭셔리 중고거래 경쟁력을 키울 계획이다.


이 밖에도 중고나라와 번개장터는 직거래와 안전결제 거래를 병행하고 있다. 광고도 배너광고, 키워드광고에서 더 나아가 판매자가 돈을 내면 상품을 플랫폼 상단에 노출해주는 ‘상단업’ 광고 등으로 형태를 세분화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중고거래 플랫폼 관계자는 "최근 몇 년간 ‘가치 소비’를 지향하는 MZ세대를 주축으로 중고 거래가 활발해지면서, 삶의 자연스러운 소비 패턴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며 "과거에는 자원 절약 차원의 아나바다 운동, 불황에 강한 산업이라는 인식이 강했지만 최근에는 MZ세대를 주축으로 합리적인 소비, 가치 소비, 가심비 소비라는 측면에서 새롭게 조명받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단편적인 유행으로 그치는 것이 아닌, 하나의 행동양식으로 자리 잡은 시대정신"이라며 "향후 중고거래 뿐 아니라 다양한 서비스로 확장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임유정 기자 (iren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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