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상, 올해 1월 30일 보석 신청…김용·김만배는 각각 3월 30, 31일 신청
검찰, 보석 허가시 증거인멸·진술 조작 가능성 제기…'석방 불허' 주장
법조계 "보석 신청, 순수하게만 볼 수 없어…검찰과 기 싸움하려는 듯"
"여전히 증거인멸 가능성 커, 보석 허가는 부적절…신청 기각될 듯"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핵심 측근으로 분류되는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과 정진상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 화천대유대주주 김만배 씨 등이 비슷한 시기에 보석을 신청했다. 대장동 개발 비리 등 각종 의혹의 핵심 인물 3인방이 보석을 신청한 것에 대해 법조계에서는 "피고인들이 보석을 신청하는 것이 이례적인 일은 아니다"라면서도 "구속 기한 만기를 앞두고 보석 신청을 해서 추가 구속영장 발부를 저지하겠다는 의도가 있어 보인다"고 분석했다.
6일 법조계에 따르면 정진상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은 지난 1월 30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조병구 부장판사)에 보석을 신청하고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김 전 부원장도 지난달 30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에 보석을 신청했고, 김만배 씨는 김 전 부원장 보석 신청 하루 뒤인 3월 31일 보석 신청서를 제출했다.
검찰은 이들의 보석 신청이 받아들여질 경우 증거 인멸, 진술 조작 가능성이 있다며 재판부에 "석방을 허락해서는 안 된다"고 호소했다. 반면 피고인 측은 "방어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치열한 공방을 벌이는 상황이다.
법조계에서는 이들이 비교적 비슷한 시기에 보석을 신청한 것을 두고 다양한 의견이 제시됐다. 이와 함께 보석이 허가될 가능성은 대체로 작다고 봤다.
이헌 변호사(홍익 법무법인)는 "구금된 피고인의 보석 신청은 석방을 바라는 것 이외에 다른 노림수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김 전 부원장, 정 전 실장은 제1심 구속기간 만료 관련으로 보석 허가될 가능성이 있지만, 김 씨는 지난번 석방 후 태도나 증거인멸 가능성 등에 비추어 보석 허가가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최건 변호사(법무법인 건양)도 "사실 피고인들이 보석 신청하는 경우가 이례적이지는 않다"며 "방어권 보장을 위해서라면 불구속으로 재판받는 것이 당연히 유리하다"고 전했다.
그는 다만 "이 사건의 경우 도주 우려는 차치하더라도 분명히 증거인멸 우려는 있다. 관련자들의 증언을 유도하거나 증거를 위조할 가능성도 있다"며 "그리고 김 씨는 자해했던 전력도 있어서, 피고인의 안전을 위해서라도 보석 신청이 받아들여지기 어려울 듯하다"고 내다봤다.
검사 출신 안영림 변호사(법무법인 선승)는 이들의 보석 신청을 순수하게만 볼 수는 없다고 꼬집었다. 안 변호사는 "대장동 의혹으로 연결된 관련자들이 동시다발적으로 보석 신청을 했다"며 "구속 기한 만기를 앞두고 보석 신청을 해서 추가 구속영장 발부를 저지하겠다는 의도가 있어 보인다. 또 잘 공략하면 혹시 보석이 받아들여질 수도 있으니 전략적으로 함께 보석 신청을 한 것은 아닐까 싶다"고 지적했다.
이어 "범행을 부인하고 있고 이미 도주, 증거인멸, 증거인멸 시도, 참고인 등 관련자 회유 등의 이력이 있는 피고인들이므로 보석 허가는 부적절해 보인다"며 "증거인멸, 도망은 필요적 보석 제외 사유다. 지금까지 피고인들이 보인 행태를 볼 때, 보석 허가 시 증거인멸 시도가 더욱 노골적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꼬집었다.
현행법에 따르면 ▲피고인이 사형, 무기 또는 장기 10년이 넘는 징역이나 금고에 해당하는 죄를 범한 때 ▲피고인이 누범에 해당하거나 상습범인 죄를 범한 때 ▲피고인이 죄증을 인멸하거나 인멸할 염려가 있다고 믿을 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는 때 ▲피고인이 도망하거나 도망할 염려가 있다고 믿을 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는 때 ▲피고인의 주거가 분명하지 아니한 때 ▲피고인이 피해자, 당해 사건의 재판에 필요한 사실을 알고 있다고 인정되는 자 또는 그 친족의 생명ㆍ신체나 재산에 해를 가하거나 가할 염려가 있다고 믿을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는 때에는 보석을 허가하지 않을 수 있다.
김소정 변호사(김소정 변호사 법률사무소) 역시 "이들이 보석을 신청한 것은 검찰과 기 싸움을 하려는 의도로, 구속의 필요성에 대해 현 공판을 진행 중인 법원에서 판단해달라는 취지로 보인다"며 "이들은 검찰이 이미 주요 증거를 확보하고 있어서 증거를 인멸할 가능성이 적다는 것을 주로 피력할 것으로 보이는데, 보석 신청은 이들이 그동안 다양하게 증거인멸을 시도했던 정황으로 보아 또다시 회유·공모 등을 통해 증거를 인멸하거나 도주할 우려가 있어서 기각될 것으로 판단된다"고 강조했다.
김재식 변호사(법무법인 에이펙스)는 "지금 김용·김만배·정진상이 (대장동 의혹의) 키 맨이지 않느냐"며 "세 사람이 자백해버리면 이재명 대표 입장에서 엄청난 타격을 입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세 사람 입장에서는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고 싶은 마음이 있을 것이다. 지금 법률적으로 할 수 있는 수단이 보석 신청이 있으니, 그것을 그냥 해보는 것 아닌가 싶다. 다만 판사도 특별히 증거 인멸 우려가 없어졌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석 신청은 기각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