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면식도 없는 여성을 오피스텔까지 쫓아가 발로 여러 차례 가격한 이른바 '부산 돌려차기 사건'의 가해 남성이 형을 마치면 피해 여성에게 보복하겠다는 협박성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성범죄를 저지를 목적으로 폭행했다는 증언이 나와 충격을 주고 있다.
지난 8일 SBS '그것이 알고싶다'는 '사라진 7분 - 부산 돌려차기 사건의 진실'편을 통해 당시 사건 정황과 피해자의 근황 등을 다뤘다.
사건은 지난해 5월 22일 부산 진구의 한 오피스텔 공동현관에서 발생했다. 영상에서 가해 남성 이 씨는 피해 여성 박 씨가 1층 엘리베이터 버튼을 누르고 기다리자 뒤따라가더니 갑자기 돌려차기로 후두부를 가격했다.
갑작스런 이 씨의 공격에 박 씨는 건물 벽면에 머리를 크게 부딪히고 바닥으로 고꾸라졌다. 이 씨는 쓰러진 박 씨가 살짝 움직이자 발로 머리를 수차례 밟았다. 결국 박 씨는 의식을 완전히 잃은 채 그대로 기절했다.
이 씨는 경직된 박 씨를 다시 발로 내려 찍더니 옷을 잡아당겼다. 그리고 박 씨의 목덜미 부근을 잡아 끌더니 어깨에 들쳐 메고 자리를 CCTV 사각지대로 떠났다. 이후 다시 와서 바닥에 떨어진 박 씨의 구두를 챙겨갔다.
박 씨는 이 씨의 폭행으로 외상성 두개 출혈과 뇌 손상, 다리 마비 영구장애 등 심각한 상해를 입어 8주 이상의 치료를 받아야 했다.
사건 당시 기억을 잃었던 박씨는 오피스텔 CCTV를 통해 남성이 쓰러진 자신을 어깨에 메고 CCTV 사각지대인 엘리베이터 옆 통로로 사라진 뒤 7분이 지난 후 오피스텔을 빠져나갔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박 씨는 기억을 잃은 7분 동안 성폭행이 있었을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박 씨의 언니가 병원에서 동생의 바지를 벗겼을 때 당시 속옷이 없었고, 오른쪽 종아리 한쪽에만 걸쳐져 있었다고 증언했다.
또한 이 씨의 지인들은 그가 "피해자를 봤는데 꽂힌 것 같다"는 말을 했다고 밝혔다. 사건 당일 이 씨가 성적인 행위를 목적으로 거리를 배회하다 박 씨를 만나고는 "사고 한번 쳐야겠다"며 쫓아갔단 말을 했다는 내용의 증언도 나왔다. 이어 "그걸 했다. 그거 하고 그냥 사고 쳐버렸다"는 말도 했다고 전했다.
또한 이 씨는 전혀 반성의 기미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자뿐만 아니라 조사에 도움을 준 전 여자친구에게도 살해 협박을 했다는 것.
이 씨와 함께 구치소에 있었다는 수감 동기는 "입만 열면 (이 씨가) 피해자를 죽여버린다고 했다. 피해자의 주민등록번호와 집 주소도 알고 있다"고 폭로했다. 또 "이 씨는 전혀 반성하지 않고 있고, 반성하는 사람이 그런 식으로 말할 수가 없다"며 "본인은 억울하다며 '재판부 쓰레기다' '걔들도 다 죽어야 한다'고 이렇게 얘기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씨는 경찰 조사에서 성폭행 의혹에 대해 "절대 아니다"라며 "여자친구도 있는데 그 상태에서 성행위가 일어나는 게 말이 안 되지 않느냐"고 성범죄를 완강히 부인했다.
표창원 범죄심리분석가는 이 씨의 범행이 '묻지마 범죄'로 불리는 데 대해 "'묻지 마'라는 용어는 어울리지 않는다"며 "명백한 목적과 이유를 가진 사건"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특정한 목적을 가지고 누군가를 쫓아가 가혹한 폭력을 저지른 것"이라며 "성폭행 목적의 불특정 대상 스토킹 살인 미수 사건"이라고 강조했다.
전직 경호업체 직원인 이 씨는 강도상해죄로 6년을 복역한 뒤 공동주거침입으로 또다시 2년을 복역하고 나온 상태에서 이 같은 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씨는 살인미수 혐의로 12년형을 선고받았으나 "살인미수 형량 12년은 과도하다"며 항소했다. 그는 항소이유서에 "이 정도 폭행이 왜 살인미수냐, 내가 잘못은 했지만 살인미수까지 된 이유를 모르겠다. 나와 비슷한 묻지마 범죄를 한 사람들도 죄명과 형량이 제각각"이라며 "형량 12년은 너무하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