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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케의 눈물 69] "음주운전 후 마사지업소 숨어 들어도…영장·동의 없으면 처벌 불가"


입력 2023.04.17 04:40 수정 2023.04.17 04:40        김남하 기자 (skagk1234@dailian.co.kr)

대법 "무면허 운전 등의 혐의 기소자…무면허 운전 유죄, 음주측정 거부 무죄" 판단

법조계 "타인 주거지 수색시 영장이나 주인 허락 필요…강제처분, 위법"

"'독수독과' 원칙 따른 판례…위법 수사로부터 나온 증거는 효력 없다"

"수법 악용한 범죄 생겨날 우려 있으나…형사사건 대원칙 지킨 좋은 판례"

ⓒgettyimagesBank

경찰이 영장이나 주인의 허락 없이 건물에 들어가 음주운전 혐의자를 수색한 경우, 음주측정을 거부하더라도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법조계에서는 "수법을 악용하는 범죄가 향후 발생할 우려는 있으나, 형사소송법상 독수독과(毒樹毒果) 원칙과 적법절차를 중시하는 법원의 태도는 환영할 만하다"며 "형사사건 대원칙을 지킨 좋은 판례"라고 평가했다.


최근 대법원 1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무면허 운전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씨에 대해 도로교통법상 무면허 운전은 유죄, 음주측정 거부는 무죄로 판단해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앞서 A씨는 2021년 4월17일 새벽 충북 소재 한 식당에서 마사지업소 앞까지 약 300m를 무면허 상태로 운전한 혐의로 기소됐다. 또 이 마사지 업소에서 경찰의 음주측정 요청을 거부한 혐의도 적용됐다.


1심은 무면허 운전 혐의만 유죄로 판단하고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음주측정 거부 혐의는 무죄로 판단했다. 경찰관이 정당한 근거 없이 수색한 후 음주측정을 요구했기 때문에 A씨는 이를 거부할 수 있다는 취지다. 검사가 항소했으나 2심과 대법원은 이를 기각해 확정됐다.


법무법인 LF 박성민 변호사는 "도로상이었다면 당연히 음주측정 요구를 할 수 있었겠지만, A씨가 업소로 이미 들어가 버린 상황이었다. 원칙적으로 타인의 주거지를 압수수색하려면 영장을 받아야 하지만 당시 경찰은 영장도 없는 상태였다"며 "업주가 동의했다면 수색이 합법이 됐겠지만 동의가 없었던 것으로 보이고, 영장에 의하지 않은 강제처분이기에 이 부분이 위법으로 판단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형사소송법에는 '영장에 의하지 않은 강제처분'이란 조항이 있다. 이에 따르면 영장이 없어도 상황이 긴급하면 영장 없이 수색할 수 있는 경우가 있다. 영장으로 인한 체포나 긴급체포 혹은 구속, 현행범을 체포하는 경우 등인데 이번 사건의 경우 이 같은 요건에 해당되지 않는다"며 "독수독과(毒樹毒果) 이론이란 게 있다. 위법한 수사로부터 나온 증거에 착안해 또 다른 증거를 얻게 되면 그 증거가 합법적으로 얻어졌다고 하더라도 효력이 없다는 원리인데, 즉 위법한 수색을 하면 그 과정에서의 음주측정 요구도 위법이라는 뜻이다"고 부연했다.


법무법인 호암 신민영 변호사도 이번 판결이 '독수독과' 법칙을 따른 판단이라고 강조하며 "형사법의 가장 큰 존재 이유는 국가가 사법절차를 법의 테두리 안에서 통제하게끔 하는데 의미가 있다. 그렇지 않으면 수사기관들이 법 절차를 무시해 수사를 진행할 우려가 있다. 수사권력을 통제하려는 대원칙이 무너질 수 있다는 것"이라고 전했다.


ⓒgettyimagesBank

법조계는 경찰이 주장한 업주가 고개를 끄덕였으므로 동의를 받고 출입한 것이라는 주장이 받아 들여지지 않은 것에 관련해 "만약 은밀한 안마시술소가 아니라 24시 해장국집처럼 누구나 자유롭게 들어가는 곳이면 묵시적 동의가 인정되기 쉬웠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앞선 재판 과정에서 재판부는 "CCTV에 업주가 고개를 끄덕이는 모습이 전혀 촬영되어 있지 않고 주인의 진술을 보더라도 경찰 측에 출입 내지 수색을 동의하는 취지로 어떠한 언동을 했는지 명확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법률사무소 킹덤컴 박성남 변호사는 "경찰이 영장이나 동의 없이 시설에 들어가 수색할 수 없고, 그럼에도 수색을 했다면 위법하게 수집한 증거인 만큼 증거능력이 없다는 당연한 원리를, 범죄 처벌이라는 다른 정의와 균형을 위해 동원하는 법리가 묵시적 동의"라고 설명하고, "어디까지 묵시적 동의가 인정되느냐가 쟁점인데, 안마시술소 정도면 묵시적 동의 불인정이 크게 어색해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번 판결의 의미에 대해 박성남 변호사는 "아주 새로운 판례라기보다는, 위법한 증거는 사용될 수 없고 사적인 공간은 적법절차 없이는 공권력이 침입할 수 없다는 원리를 구체적으로 확인한 데 의의가 있다"고 밝혔다.


박성민 변호사는 "이번에 다뤄진 사건에서 사용된 방법을 악용하는 사람이 생길 우려가 있기는 하나, 적법하지 않은 수사에 대해 처벌하지 못한다고 본 것은 형사사건의 대원칙을 지킨 좋은 판례라고 생각한다"며 "증거능력이나 음주측정 요구에 대해 법에 따라 엄격하게 판단한 것인 만큼 적법절차를 중시하는 법원의 태도는 환영할만 하고 다른 재판에서도 동일하게 적용되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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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하 기자 (skagk1234@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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