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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광훈·이정근 핵폭탄, 두 개의 광기를 넘어


입력 2023.04.18 05:05 수정 2023.04.18 06:43        데스크 (desk@dailian.co.kr)

국힘, 전광훈 내홍 모호하게 처리

민주당, 이정근 부패 아닌 정치 문제

민주화·베이비 붐 세대 인구규모

정통과 이단 중시에서 더 극단화·강경화

전광훈 목사와 이정근 전 민주당 사무부총장. ⓒ 데일리안 DB

전광훈 목사와 관련된 국민의힘의 내홍이 심화하고 있다. 홍준표·하태경 등 국힘의 유력 정치인들이 개입되었음에도 전광훈 목사 문제는 해결되지 않거나 모호하게 처리되는 듯하다. 이는 전광훈 목사 문제가 만만치 않은 역사적 뿌리를 갖고 있음을 의미한다. 전광훈 목사 문제는 하나의 해프닝이 아니라 국힘의 보수적 체질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다.


문제의 시작은 베이비 붐 세대이다. 현재의 40~50대인 63~82년생만 1600만명으로 전체 인구의 30%를 넘는다. 이 집단은 산업화와 민주화의 진원지로 한국 사회를 최대 파란으로 몰고 간 거대 인구군이다.


2005년 노무현 정권의 경제 실정으로 궁지에 몰리자 2008년 이명박 정권이 들어섰다. 이명박 정권은 보수적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경제를 이슈로 대선에 승리했다. 돌이켜 보면 민주화 세대는 보수 정부였음에도 경제를 고리로 이명박 정부의 승리에 동의했던 맥락대로 경제성장·현대화의 길을 걸었어야 한다.


2008년 광우병 촛불~2009년 노무현 대통령의 사망을 계기로 민주화 세대가 반동화하기 시작한다. 2012년 대선이 하나의 계기였다. 민주화 세대는 안철수가 상징했던 경제와 과학이 아니라 이미 시효가 끝난 문재인 후보의 민주와 통일을 전면화한다. 보수진영 또한 박근혜 후보를 앞세워 경제 선진화 이념보다는 보수적 행보를 가속화한다. 과거를 지향하는 두 개의 진영은 마침내 2014~2016년 대충돌한다.


충돌을 결정한 것은 민주화·베이비 붐 세대의 인구 규모이다. 베이비 붐 세대의 맏형격은 1955년생이 2015년 당시 60세로 민주화 세대는 사회를 완전히 장악한 상태였다.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이 커다란 충돌 없이 마무리된 것은 이 같은 인구 구성을 빼놓고서는 생각할 수 없다.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에 대한 보수세력의 반응은 짐작할만하다. 그들은 보수세력을 대표했던 대통령의 어이없는? 탄핵을 납득하기 어려웠던 것 같다. 그들은 이를 극복하기 위해 역사와 이념을 꺼내 든다.


주자 성리학이 그랬을 것 같다. 병자호란에서 조선은 폐허가 되었다. 조선의 성리학자들은 오랑캐의 침략에 몸을 떨었다. 그들이 꺼내는 카드는 정통과 이단이었다.


보수세력의 키워드 대부분은 주자 성리학과 유사하다. 그들은 중도실용, 연대를 주장하는 보수 내부의 견해를 위장보수로 단죄했다. 민주당을 공격하는 방향 또한 그들이 진보이기 때문이 아니라 보다 근원적인 체제전복 세력 또는 종북주사파이기 때문이다. 세상을 변혁하는 것은 정권교체를 넘어 국가를 개조하거나 천지가 개벽 되는 것과 연관이 있다.


이 모든 것들 박근혜 탄핵에 대한 보수세력의 감정적 대응이다. 그들은 2007년 대선에서 노무현을 넘어 경제와 선진화를 택했던 경제 보수의 길이 아니라 이념 보수의 길이었다.


이정근 사무부총장 문제를 계기로 민주당은 쑥밭이 되고 있다. 아래 데일리안 보도는 이정근 부총장 문제가 단순한 부패 문제가 아니라 중대한 정치적 문제임을 잘 보여준다.


민주당 의원실 관계자는 “2021년 4·7 서울시장·부산시장 재·보궐선거 참패와 직후 5·2 전당대회에서의 송영길 당 대표 당선은 그때까지 공고했던 친문계의 당내 헤게모니가 교체되는 흐름이었다”라며 “홍영표 의원이 당 대표가 됐더라면 이낙연 전 대표가 대선후보가 됐을 가능성이 큰데, 송 전 대표가 당 대표가 되면서 비문(비문재인)계로 정치를 해온 이재명 대표가 대선후보가 됐다고도 볼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 글과 연관을 지어 생각하면 2008년 촛불, 2009년 노무현 대통령 죽음에 따른 민주화 세대의 반동화 국면이 최종 국면에 접어들었음을 의미한다.


민주화 세대의 반동화 국면과 쌍을 이루는 것이 보수세력의 반동화이다. 정통과 이념을 중시하는 보수세력은 이른바 광화문이라는 이름으로 박근혜 탄핵에 항변했지만, 세상을 넘어서지 못했다. 그들 일부는 2020년 총선을 부정선거라 주장하며 스스로를 어떤 세계에 가두었다.


그들이 세상에 다시 모습을 드러낸 것은 강력한 반문재인 정치연합에 동의하면서이다. 그들은 잠시 정통-이단 논쟁을 접어두고 윤석열 후보를 지지하는 것에 동의했으며 중도 세력이 합류할 정치적 공간을 열었다.


윤석열 후보, 보수-중도-20~30대 청년으로 이어진 정치연합은 대선 이후 빠르게 해체되었다. 정치연합의 중심은 윤석열 대통령과 보수진영인데 윤석열 대통령은 보수진영에 대한 명료한 입장을 보이지 않고 있고 보수진영은 정치연합을 유지할 철학과 비전을 갖고 있지 않았다. 그들은 병자호란의 폐허 위에서 정통을 쫓던 조선조 성리학자들의 심성을 물려받았다. 정통을 추구하는 그들의 관점에서 연합과 연대는 위선과 타락의 징후였고 시간이 흐르면서 대선을 승리로 이끌었던 정치연합은 허무하게 와해되었다.


정통과 이단을 중시하기 시작하면 점점 더 극단화·강경화되기 마련이다. 대선 이후 1년여 만에 국힘은 손쓰기 어려운 지경에 이르렀다. 전광훈 목사는 “정치인은 종교인의 통제를 받아야 한다”라고 주장한다. 정교분리와 세속화된 정치에 익숙한 필자로서는 역사책에 봄 직한 희한한 주장이다. 더 큰 문제는 이런 주장을 하는 사람을 현대적인 정당이 감당하지 못하고 있는 점이다. 이런 터무니없는 논란을 보고 있는 것 자체가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민주당이 이재명-이정근 사태로 몰락하는 것처럼 국힘 또한 전광훈 사태를 계기로 식물정당으로 변할 것이다. 2016~2020년 총선까지 광화문은 ‘경멸’의 언어였다. 세상의 외면과 멸시에도 그들은 꿋꿋이 세상을 향해 항변하며 세를 키워왔다. 그러나 결국 그들의 DNA가 결정적으로 발목을 잡았다.


바야흐로 2010년을 뿌리로 하는 두 개의 광기가 종말을 고하고 있다.

글/ 민경우 시민단체 대안연대 상임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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