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오전 청계천 자율주행버스 타보니 '텅텅'…시민들 "단거리 코스면 굳이 탈 필요 없어"
"지금은 무료니까 탈 의향 있지만 나중엔 비용 얼마인지 관건…요금 보고 판단할 것"
전문가 "이동수단으로서 가치 없으니 시민 외면 받는 것"…시 "자율주행 가능한지 실증용인 단계"
"올 여름 종로5가로 연장, 가장 어려운 구간 운행으로 봐도 무방…차근차근 안전운행 실증해 볼 것"
서울 청계천 일대를 다니는 자율주행 전용버스의 탑승객 수가 운행 3개월 동안 30% 정도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기자가 17일 오전 9시 30분께 청계천 자율주행버스에 직접 타고 취재해 본 결과, 정류장마다 0~1명의 시민들만이 버스에 올랐다. 청계천 자율주행버스는 현재, 청계광장~세운상가(청계4가) 순환버스로 20분 간격으로 운행된다.
자율주행버스를 처음 탑승한 김모(60)씨는 "청계광장에서 매일 출발하는 걸 봤는데 세운교에 갈 일이 있어 이번에 처음 타 본다"며 "지금은 무료니까 탈 의향이 있는데 단거리 코스면 굳이 탈 필요가 없는 것 같다. 종로5가까지 노선이 늘어나도 잘 모르겠다. 비용이 얼마일지가 관건인데 요금을 보고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자율주행버스에 동승한 안전관리요원은 "오후 1시~4시 3시간 동안 평균 12~13명 정도가 탑승한다"며 "주말에 승객이 더 많은데 요즘 촛불집회를 계속해 운행을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서울시에서 정해준 노선을 돌아야 하는데 집회로 사람이 도로를 꽉 메우면 통행 자체가 불가능해진다"며 "경찰청에서 집회 규모 토대로 운행 여부를 판단하는데 전날 10만명 규모의 집회가 있다고 해 아쉽게도 운행하지는 못했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박상혁 의원이 서울시로부터 제출받은 '청계천 자율주행버스 운행 현황'을 보면, 지난해 11월 25일 이후 지난달 30일까지 총 2331명이 탑승했다. 월별 탑승객 현황을 살펴보면 ▲2022년 11월(25일부터 운행) 201명 ▲12월 910명 ▲2023년 1월 438명 ▲2월 404명 ▲3월 378명이다. 1월 7·16·17·26일은 승객이 0명이었다. 1회 운행 시 평균 탑승객은 0.5명, 최대 탑승객은 6명이었다.
전문가들은 이렇게 자율주행버스가 외면받은 이유가 교통수단으로서 기능이 떨어지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유정훈 아주대 교통시스템공학과 교수는 "청계천 자율주행버스는 20분에 1대씩 오가고 교통수단으로 선택하기에 현재 경쟁력이 부족하다"며 "정기적으로 이용하려면 이동 수단으로 가치가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보니 이용객이 떨어진 것이다. 지금은 자율주행 안전성 등을 실증해 보는 것이 우선인 단계"라고 전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청계천 자율주행버스는 자율주행 대중교통 실험 데이터를 쌓아 버스로 자율주행이 가능한지 실증용인 측면이 기본적으로 크다"며 "초반에는 굉장히 많은 사람들이 모였고 지금은 지역 서비스를 하는 수준으로, 이용객이 전혀 없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당초보다 수요가 줄었지만 큰 걱정은 하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다. 현재 자율주행버스 운행은 일반 승용차나 버스처럼 어떤 구간이든 다 운행할 기술을 실증하는 데 우선 목표가 있다는 얘기다.
이 관계자는 또 "당초 계획처럼 종로 5가까지 운행 노선을 올 여름 정도에 연장하고, 운행 시간도 늘릴 예정"며 "종로 5가는 오토바이 천국이라고 할 만큼 굉장히 위험한 지역이기 때문에 가장 어려운 구간을 운행한다고 봐도 무방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보행자와 혼용된 구간에서 얼마만큼 자율주행차가 안전 운행을 할 수 있는지 실증하는 게 청계천 구간이기 때문에 기술적 테스트와 더불어 차근차근 해나갈 예정"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