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재현장 보고 어르신 등 8명 직접 대피시켜…유독가스 마셔 응급실 치료
"술 먹고 다친 사람 치료비는 세금으로 메꾸면서…너무 어이가 없다"
"성격상 다음에도 또 이런 행동을 하겠지만…허탈하다"
30대 남성이 화재 현장에서 발 빠르게 나서 8명의 생명을 구하다 다쳤는데 치료비는 본인이 내게됐다는 허탈한 후기를 남겨 화제다.
20일 복수의 언론보도에 따르면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사람은 구했지만 돌아오는 건 후회였습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글쓴이 A 씨는 자신을 인천에 사는 39세 가장으로 소개하며 "지난달 일하는 장소 근처 빌라에서 불이 나 119에 신고한 뒤 무작정 화재 현장으로 달려갔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그는 빌라에서 짙은 연기가 피어오르는 것을 보고 화재가 크게 번질 것 같다는 생각에 직접 구조활동에 나섰다고 한다.
A 씨는 "불이 번질 수 있다는 불안감에 '불이야'를 외치며 1층부터 5층까지 주민들을 대피시켰다"며 "상황을 모르는 주민과 어르신 등 8명을 대피시켰다"고 밝혔다.
A 씨는 그러나 아무런 보호 장비 없이 화재 현장에 뛰어들었고, 주민들을 대피시키는 과정에서 유독가스를 마셔 응급실로 실려갔다. 그는 극심한 가슴 통증과 기침이 계속돼 기도 확장 등 응급처치를 받았다고 한다.
병원은 이후 A 씨에게 치료비를 요구했다. A 씨는 "사람을 구하고 내가 다치면 내가 병원비를 내야 한다는 것을 정말 몰랐다"며 "나름 좋은 일을 했다고 생각했는데 치료 후 치료비를 내고 가라는 얘기에 황당함을 느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술 먹고 다친 사람들은 병원으로 이송해서 치료해주고, 돈 안 내고 가도 '어쩔 수 없다. 치료비는 세금으로 메꾼다'고 하던데 너무 어이없었다"며 "성격상 다음에도 또 이런 행동을 하겠지만 허탈하다"라고 전했다.
A 씨가 언급한 화재 사건은 지난달 4일 오전 10시 17분께 인천시 미추홀구 한 빌라 옥상에서난 사건으로 파악됐다. 당시 소방당국은 펌프차와 구급차 등 장비 17대와 50명의 인력을 투입해 5분 만에 불을 완전히 껐다.
화재로 인해 소방서 추산 48만원의 재산 피해가 났지만 인명피해는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