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 24개 마을 침수…우크라 주민 1만7000여명 대피
젤렌스키 "러, 댐 파괴 혐의로ICC제소"
페스코프 "우크라 고의적 사보타주"
美·英 "배후 단정하기 아직 일러…조사 중"
우크라이나 남부 헤르손주 드니프로강 노바 카호프카 댐 폭발 사건을 둘러싸고 우크라이나와 러시아가 서로 배후라고 주장하며 공방을 벌이고 있다.
AP·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카호프카댐은 6일(현지시간) 새벽 폭발과 함께 붕괴됐다. 높이 30m, 길이 3.2㎞의 카호우카 댐은 헤르손·자포리자주 등지에 걸친 2155㎢ 크기의 호수를 만든다. 이 호수의 저수량은 18㎦로 미국 그레이트솔트호에 비슷하고 우리나라 충주호가 담은 물(27억 5000t)의 6.7배 규모다.
우크라이나 당국은 카호프카댐 붕괴로 모두 24개 마을이 침수되고 주민 1만 7000여명이 대피했다고 밝혔다. 안드리 코스틴 우크라이나 검찰총장은 "4만명 이상이 홍수 위험에 처해 있다"며 "러시아가 점령 중인 드니프로강 쪽에서도 2만 5000명을 추가 대피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러시아가 임명한 블라디미르 레인티예프 카호프카 시장도 도시 침수로 수백 명의 주민이 대피했다고 전했다.
우크라이나 남부를 관통하는 드니프로 강에 있는 카호프카 댐은 수력발전 및 우크라이나 남부에 식수와 농업용수 등을 공급하는 역할뿐 아니라 전쟁에서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에 전략적 요충지 중 한 곳이다. 특히 유럽 최대 규모의 자포리자 원전이 이 댐에 저장된 물을 냉각수로 쓰고 있어 원전도 위험에 노출돼 있다.
미하일로 포돌랴크 우크라이나 대통령실 고문은 "자포리자 원전이 냉각 수원을 잃으면서 세계는 다시 한번 핵 재앙의 위기에 처했다"고 경고했다. 우크라이나 국영 원전기업 에네르고아톰도 "카호프카 저수지 수위가 급속히 감소하고 있으며 이는 자포리자 원전에 추가적인 위협이 되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즉각적 핵 안전 위험은 없다"고 밝혔다.
유엔은 댐 폭발로 전장 곳곳에 심어졌던 지뢰가 홍수에 떠내려가면서 더 큰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가 댐을 고의로 폭파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사보타주(비밀파괴공작) 공작이라며 반박하고 있다.
우르카이나 남부군 사령부는 이날 "카호프카 댐이 러시아 점령군의 포격으로 파괴됐다"고 밝혔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도 "폭발이 고의적이었다"며 국제형사재판소(ICC)에 댐 파괴 혐의로 러시아를 제소할 것이라고 밝혔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우크라이나의 고의적인 사보타주"라며 "우크라이나가 크림반도의 물 공급을 막고 전장에서 주의를 돌리려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다만 이와 관련 미국과 영국 등 서방은 배후를 단정하기 이르다며 신중한 입장이다.
존 커비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미국은 댐 붕괴를 초래한 것과 관련한 보고서를 확인하고 있다"면서도 "지금 시점에선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단정적으로 말할 수 없다"고 밝혔다.
리시 수낵 영국 총리도 미·영 정상회담을 위해 탑승한 전용기에서 기자들에게 "영국 정보기관이 조사 중"이라면서 "단정적으로 말하기엔 이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