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구 수서 차량기지처럼 복합 개발 방침…상부에 아파트, 공원 지을 전망
서울시가 양천구 신정 차량기지를 서울시 외곽으로 이전하는 대신 덮개를 씌워 상부를 개발하는 쪽으로 방향을 바꾼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 인근의 지자체로 이전하려 했지만 반대가 거듭되면서 대안으로 덮개를 씌우는 방식을 고민하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9일 조선일보에 따르면 서울시는 신정 차량기지를 강남구 수서 차량기지처럼 복합 개발한다는 방침이다.
시는 지난 2월 '수서 차량기지 입체복합개발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수서 차량기지 선로 사이에 콘크리트 기둥을 세우고 덮개를 씌운 뒤 그 상부에 로봇·IT(정보통신) 산업단지를 조성하는 내용이 골자다.
서울시 관계자는 "신정 차량기지 상부에도 공원과 아파트, 빌딩 등을 지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신정 차량기지 이전은 양천구 주민들의 숙원 사업이다. 아파트 단지 사이에 대규모 차량기지가 있다 보니 소음과 진동으로 불편이 크고, 동네가 서로 단절되는 문제도 있었다.
시는 당초 지하철 2호선을 경기 부천 대장지구로 연장하면서 차량기지도 함께 옮기는 방안을 검토했지만 부천시가 계속 거절하면서 이전이 어려워졌다. 주변 지자체들이 차량기지 이전을 반대하자 대안을 찾아 나섰고, 결국 가장 현실적인 방인이 덮개를 씌워 복합 개발하는 것이라 결론 내렸다고 한다.
서울 시내에 있는 차량기지는 총 13곳으로 면적을 모두 합치면 292만㎡(88만3300평)다. 여의도보다 큰 수준이다. 처음 지을 때는 도심 외곽이었으나 도시가 팽창하며 현재는 시내 요지에 자리를 잡게 됐다.
시는 이 땅을 더 효율적·입체적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13곳 중 창동 차량기지(노원구)와 방화 차량기지(강서구)는 각각 경기 남양주와 김포로 이전 중이다. 두 곳 모두 서울 지하철을 경기도로 연장하면서 차량기지도 함께 이전하게 됐다.
이 외의 대부분 차량기지 이전은 난항을 겪고 있다. 서울 인근의 지자체들이 지하철 연장은 반기지만 차량기지는 받고 싶어 하지 않기 때문이다. 일례로 중랑구 신내 차량기지 이전은 지하철 6호선 남양주 덕소 연장 사업과 함께 추진했으나 경기도의 반대로 일단 무산됐다. 수서와 신정을 포함해 고덕(강동구), 이문(동대문구) 차량기지는 이전 대신 복합 개발을 추진 중이다.
수서 차량기지 복합 개발은 최근 변수가 생겼다. 경기 수원과 용인·성남·화성 등 4개 시가 지하철 3호선 연장을 추진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서울시는 하지만 지하철 3호선을 연장하려면 수서 차량기지를 경기 남부 지역으로 이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서울시의 한 관계자는 "지하철 연장만 요구할 뿐 차량기지를 수용하겠다고 밝힌 곳은 없다. 3호선 연장도 타당성을 따져봐야 한다"고 했다.
수서 차량기지가 이전하면 서울시는 광화문광장 5개 크기인 20만7000㎡ 부지를 활용할 수 있게 된다. 덮개를 씌워 개발하면 상부에 고층 빌딩 등을 세우기 어렵지만, 차량기지가 이전하면 부지를 온전히 활용할 수 있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