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BC 대회 기간 중 음주 논란 선수들에게 경징계
불명확한 규정이 낳은 예견된 조처라는 비판
중징계 피했지만 태극마크 권위는 그만큼 추락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회 기간 중 음주 논란으로 물의를 일으킨 선수들에 대한 징계 결과를 놓고 이런저런 말들이 많다.
특히 징계 내용이 발표되자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앞서 WBC에 야구국가대표로 출전한 김광현(SSG), 이용찬(NC), 정철원(두산)은 지난 3월 일본 도쿄에서 열린 대회 기간 중 숙소 밖 유흥주점에서 술을 마신 사실이 적발됐고, 이에 최근 KBO로부터 징계를 받았다.
KBO 상벌위원회는 숙의를 거쳐 KBO 규약 제 151조 ‘품위손상행위’에 근거해 대회기간 2차례 유흥주점을 방문해 국가대표의 품위를 손상시킨 김광현에게 사회봉사 80시간 및 제재금 500만원, 1차례 유흥주점을 출입한 이용찬, 정철원에게 각각 사회봉사 40시간, 제재금 300만원 징계를 결정했다.
국가대표 자격 정지 징계는 빠졌다. 앞서 축구대표팀의 경우 지난 2007년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도중 음주 파문을 일으킨 국가대표 선수 4명이 자격정지 1년 징계를 받았다.
이에 비하면 KBO가 내린 징계는 솜방망이 처분이라는 게 중론이다.
김광현의 지난해 연봉은 무려 81억 원이었다. 올해 그의 연봉은 10억 원이다. 이용찬 역시 고액연봉자고, 지난해 신인왕을 차지한 정철원도 억대 연봉에 진입했다. 이들에게 벌금 징계는 사실상 큰 타격이 없다고 해도 무방하다.
물론 상벌위원회도 사정이 있다.
다른 종목에서 흔히 부과되는 국가대표 자격 정지 징계는 실효성이 떨어진다. 30대 중반의 김광현은 이번 WBC를 끝으로 국가대표 은퇴를 선언했고, 동년배인 이용찬도 앞으로 태극마크를 달 가능성이 높지 않다.
그나마 국가대표 발탁 금지나 출장 정지 징계는 정철원 정도만 타격을 입을 수 있다. 하지만 정철원에게만 국가대표 관련 징계를 부여 하는 것은 처벌의 형평성에 어긋난다.
여기에 대표팀 소집 기간 국가대표 선수들의 음주 등 품위 손상 행위와 관련해 명확한 처벌 규정이 없다는 점도 이번 솜방망이 처벌 논란을 어느 정도 예상하게 했다.
어느 정도 불가피한 측면이 있었던 처벌 내용은 그렇다 치자. 아쉬운 것은 추락할 대로 추락한 태극마크 권위다.
2013년과 2017년 WBC에서 두 번 연속 1라운드 탈락의 충격을 겪었던 한국 야구는 이번 대회를 야구 인기 회복의 기회로 삼았다.
팬들의 성원과 사랑으로 먹고 사는 대표팀 선수들이라면 이번 WBC에 책임감은 물론 사명감을 가져야 했다.
하지만 경기 전날이 아니라 해도 대표팀 소집 기간 음주 사실은 일부 선수들이 얼마나 해이한 마음가짐으로 대회에 나섰을지 짐작할 수 있다.
특히 KBO조사위원회 조사 결과 김광현은 선수단이 도쿄에 도착한 7일 곧장 유흥주점으로 향했다. 선수 한 명이 선수단 전체를 대변할 순 없지만 그래도 대표팀에서 산전수전 다 겪은 베테랑 김광현이기에 팬들이 느끼는 실망과 배신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
KBO의 솜방망이 처벌 논란 속 태극마크 권위는 고액 연봉자들에게 부과된 고작 500만원 정도에 불과한 것 같아 씁쓸하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