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만배, 15일 김용 뇌물 재판 증인 출석…추측성 답변만 반복해 재판부에게 강한 질책
김만배 "돈 전달하거나 받은 사실 기억 안 나…인정하는 부분에 대해선 책임질 것"
재판부 "질문 따라 자꾸 답변 달라질 경우에는 신빙성 판단 안 돼" 경고·질타
검찰 "지금도 말하는 취지 계속 바뀌고 있어…이 자리에선 사실만 말해야" 압박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 씨가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의 뇌물혐의 재판에 다시 증인으로 나왔으나 추측성 답변만을 반복해 재판부로부터 강한 질책과 질타를 받았다.
15일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23부(부장 조병구)는 김 전 부원장,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본부장, 남욱, 정민용씨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에 대한 15차 공판을 진행했다. 이날 김 씨는 증인으로 출석했다.
김 씨는 지난 2014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남 씨가 1억 5000만원 현금을 김 씨에게 전달했다는 주장에 대해 심리하는 과정에서 "돈을 전달받았다거나 전달했다는 사실은 기억이 안 난다"면서도 "인정하고 책임지겠다"는 입장을 반복했다.
김 씨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성남시장 재선 국면이던 2014년 지방선거 전후 남 씨 등을 통해 받은 돈을 유 전 부장에게 전달했다는 의혹에 대해 "추측해서 진술했다", "잘 기억 안 나는데 돈을 줬다거나 받았다는 사람이 맞다고하니 인정했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이 자리는 입장이 아니라 기억하는 것을 말하는 자리"라며 "검찰에서 구체적으로 나온 (피고인) 진술이 있으니 기억을 명확히 해달라"고 요구했다.
검찰은 남 씨가 당시 박영수 전 특검의 인척이자 대장동 분양대행업자인 이기성 씨로부터 20억원을 받았고, 김 씨는 이 중 12억원을 남 씨로에게 받아 사용한 사실이 있느냐고 물었다. 김 씨는 "전 8억7000만원이라고 생각하는데 준 사람이 그렇다면 인정하겠다"며 "계산법에 차이가 있는 것"이라고 답했다.
이에 재판부는 김 씨 발언을 재차 지적했다. 조병구 부장판사는 "8억 7000만원은 본인이 썼다는 건데, 어떻게 썼는지 말씀해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러자 김 씨는 "성남 지역 유력자와 토호들..."이라고 말을 흐렸고, 조 부장판사는 "유력자 토호 누구한테 줬다는 것이냐"라고 목소리 높였다.
김 씨가 "이 8억7000만원을 이미 사망한 인물에게 썼다"고 하자, 재판부는 "돌아가신 분 이야기하는 거냐. 자꾸 이렇게 증언할 거면 증언거부권을 행사하라. 질문에 따라 자꾸 (답변이) 달라지면 신빙성 판단이 안 된다"고 거듭 질책했다.
이어 재차 8억 7000만원을 시 동향 파악을 위해 공무원에게 줬다는 건지 묻는 질문에 김 씨가 "아니요 공무원 준 적은 없습니다"라고 답하자, 조 부장판사는 "유동규는 공무원 아니에요?"라고 호통쳤다. 이에 김 씨는 "유동규한테도 준 적 있습니다"라고 시인했다.
검찰 측도 김 씨의 답변에 불편한 내색을 드러냈다. 검찰 측은 "지금 이 순간에도 말하는 취지가 계속 바뀌고 있다"며 순간순간 모면하는 것이 아니라 기억나는 사실을 말하는 자리다. 기억나는데 나지 않는다고 하는 것도 위증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김 씨는 "취지는 안 바뀐다. 2021년 조사부터 지금까지 말한 게 사실이다. 시가 대장동 (사업) 방향을 어떻게 하는지 정보를 알아 오는데 경비도 드렸고 유 전 본부장에게 준 것도 있다"며 "재판장님이 죽은 사람 핑계 대낟고 하지만 그분들 만난 정황이 다 있다"고 반박했다.
그는 이날 증언을 마치며 "제가 잘못한 부분은 충분히 처벌받을 생각을 하고 있고 제 잘못에 대해 누구한테 떠넘기거나 전가하고 싶은 생각도 없다"며 "진솔하게 말하고 있으니 믿어주시면 좋겠다. 사회적 물의를 일으켜 법리적 판단을 떠나 죄송하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다음 공판기일에서 대장동 분양대행업자인 이기성 씨에 대한 증인 신문을 진행할 예정이다.
한편 김 씨는 이날 유 전 본부장을 깎아내리는 증언을 이어가기도 했다. 김 씨는 유 전 본부장에 대해 "약속이 지켜지지 않는 것을 여러 번 봤다"며 "주변을 취재해 보면 스스로 얘기하듯 그렇게 힘 있는 사람은 아니었다"고 꼬집었다.
앞서 유 씨는 다른 대장동 재판에서 2014년 당시 이재명 시장의 재선을 위해 2억3000만원을 한 종교단체에 전달했다고 증언했는데, 김 씨는 실제 전달된 돈의 액수는 다르다고 증언했다.
김 씨는 "솔직히 종교단체에 전달한 건 1000∼2000만원이나 2000∼3000만원인 거 같다"며 "나머지 돈은 개인적으로 썼고 정확한 기억은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선거 후인 2014년 6월 말 정도에 정진상과 김용을 함께 만나는데 (유동규) 본인은 공사 사장에 가고 싶은데 과시해 달라고 했다"며 "사실 창피한 일인데 종교단체 이야기를 하며 선거를 열심히 뛰었다고 (정진상·김용에게) 말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