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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도 '테슬라 충전 퓨즈' 쓸까?… "테슬라 체계 종속 우려"


입력 2023.06.20 19:51 수정 2023.06.20 19:55        편은지 기자 (silver@dailian.co.kr)

테슬라 체제 종속 '우려'… "중장기 기회요소 판단해야"

500V 충전 퓨즈, 현대차 EV에선 충전속도 느려

미국 캘리포니아주 에머리빌에 있는 충전소에서 테슬라 차량이 충전하는 모습.ⓒ뉴시스

최근 포드와 GM(제너럴모터스) 등 북미 자동차 제조사들이 테슬라가 주도한 전기차 충전 규격(NACS)을 사용하겠다고 발표한 가운데 현대자동차가 사실상 불참 의사를 표했다.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서 막강한 경쟁 기업인 만큼 테슬라의 충전 규격을 따라가지 않겠다는 '자존심'으로 읽힌다.


장재훈 현대차 사장은 20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 호텔에서 투자자, 애널리스트, 신용평가사 담당자 등을 대상으로 개최한 '2023 CEO 인베스터 데이'에서 "NACS 테슬라 충전 퓨즈는 사실 큰 화두가 되고 있다"며 "많은 고민을 하고 있는데 궁극적으로는 고객 관점에서 판단을 좀 해야 된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객 편의를 중점으로 두고 협의를 거치겠다고 했지만, 사실상 테슬라의 충전 퓨즈 사용에 동참하지 않겠다는 뉘앙스를 풍겼다. 테슬라의 충전 퓨즈를 사용하면 현대차 EV의 충전 속도가 늦어지는 데다 향후 EV전략에서 테슬라가 만든 충전 생태계에 종속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테슬라 체계에 종속되지 않겠다는 일종의 '자존심 싸움'이다.


실제 NACS 충전 표준 일원화는 미국의 전기차 패권 강화의 흐름으로 읽힌다. 현재 테슬라의 충전 규격에 동참한 GM와 포드의 점유율만 해도 이미 미국 시장에선 74%를 차지한다. 여기에 지프, 크라이슬러 등을 보유한 스텔란티스도 동참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차가 우려하는 것 역시 테슬라가 만드는 EV 충전 생태계 종속이다. 이미 IRA(인플레이션 감축법)으로 인해 북미 시장 내 전기차 판매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충전 인프라까지 미국 전기차 기업에 종속될 경우 향후 전동화 경쟁력이 약해질 수 있다는 의미로 보인다.


김흥수 현대차 GSO 담당 부사장은 "전기차라는 것은 단순히 상품 하나로 끝나는 부분이 아니다. 충전, 배터리 라이프 사이클, 또 앞으로 수많은 추가적인 사업 요소, 서비스 요소들 탑재가 되는 하나의 에코시스템이며 당사도 이런 관점에서 여러가지 준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충전 인프라를 800V가 아니라 400V 중심의 플레이어들이 테슬라에서 제공하는 것에 합류해 당장 많은 충전소를 활용할 수 있는 부분도 있을 것"이라면서도 "과연 그 충전기를 활용하면서 발생하는 데이터, 많은 메이커들이 준비하는 부가 서비스 충전 등이 과연 테슬라가 주도하는, 테슬라의 철저한 체계 안에서 종속 되는 것이 중장기적으로 각사가 가지고 있는 EV 전략을 전개하는 데 유효할까 하는 것도 중요하게 따져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테슬라의 충전 퓨즈를 아이오닉5, 아이오닉6 등 현대차 전기차에서 사용할 경우 기존 제공하던 충전 속도가 느려지는 문제도 있다.


장 사장은 "현대차는 800V 초고속 충전이 설계 돼있고, 500V인 테슬라 슈퍼차저의 경우 당사 차량과 연결해서 충전을 하면 현재 기준으론 오히려 충전 속도가 늦어져서 충전 시간이 오래 걸린다"며 "고객이 이 부분을 얼마만큼 받아들일지, 아니면 테슬라가 이 부분에 대해서 변화를 일으켜 고객한테 좋은 충전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충전 규격과 관련해 현대차는 앞으로 고객 편의 관점에서 충분히 분석하고 협의를 거치겠다는 입장이다. 김 부사장은 "철저히 고객 입장에서 분석을 해보되 단기적 그리고 중장기적 기회 요소까지 분석해 판단하겠다"고 했다.

편은지 기자 (silver@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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