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경기 침체 속 '모듈러 주택' 블루오션 각광
관련 기술개발 통한 신성장동력확보 주력
여전히 협소한 국내 시장…정부 공감, 제도 개선, 지원 필요
건물을 공장에서 사전 제작해 현장에서 조립하는 모듈러 공법이 건설업계 미래 먹거리로 부상하고 있다.
정부도 나서서 관련 공공 발주를 늘리는 등 시장 저변 확대에 적극적인 의지를 밝혔지만, 업계에선 모듈러 공법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 제도 개선에 속도를 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29일 국토교통부와 관련 업계 등에 따르면 국내 모듈러 건축 시장은 지난해 1757억원 규모로 집계됐다. 1년 전보다 300억원가량 몸집이 커졌다. 올해는 2500억원 수준으로 올라설 전망이며 2030년에는 2조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점쳐진다.
모듈러 주택은 주택의 주요 구조물과 설비, 마감재 등을 포함한 유닛을 공장에서 사전 제작해 현장으로 옮겨와 조립하는 '탈(脫)현장' 건축 방식이다. 전통적인 건축 방식보다 공사 기간이 짧고 공장에서 사전에 제작하기 때문에 일정한 품질을 유지할 수 있다.
건설현장에서 발생하는 크고 작은 안전사고도 방지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비용 절감 효과도 뛰어나다. 여기에 버려지는 건설 폐기물이 적고 소음과 분진 등 우려가 적어 친환경 공법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미 세계 모듈러 건축 시장 규모는 2022년 기준 120조원까지 확대된 상황이다. 오는 2030년에는 200조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측된다. 대내외 경기 침체와 부동산경기 불황, 자잿값 인상 등으로 수익성을 꾀하기 힘든 건설사들은 모듈러 주택을 통해 신성장동력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최근 GS건설은 자회사 '자이가이스트'를 통해 국내 모듈러 주택 B2C 사업 진출을 알렸다. 모듈러 공법을 적용해 소비자 입맛에 맞춘 단독주택을 제작해 공급하는 방식이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지난해 5월 '스마트건설지원센터 제2센터'를 모듈러 공법으로 준공하며 시장에 본격 진입했다.
국내 최고 13층 높이의 모듈러 주택을 시공한 현대엔지니어링은 2012년부터 관련 연구개발에 착수해 현재까지 건설 신기술 1건, 특허 11건을 획득한 상태다. 포스코건설은 포스코A&C, 삼성물산과 함께 모듈러 공법을 적용, 사우디 네옴시티 프로젝트 수주 관련 업무협약을 맺었다.
업계에선 건설사들이 이처럼 모듈러 공법 연구개발에 집중하는 만큼 정부 차원의 지원도 절실하단 목소리가 나온다. 올 들어 LH와 SH공사 등 공공을 중심으로 모듈러 주택 프로젝트 발주가 잇따를 예정이지만, 여전히 국내에선 관련 사업을 뒷받침할 제도가 미흡하단 점에서다.
현대엔지니어링 관계자는 "아직 각종 인허가권자의 모듈러 공법에 대한 이해도가 부족해 최초 받은 심의가 향후에 번복되는 경우도 있다"며 "국내에선 아직 한 동짜리 사업이 발주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단지형으로 사업이 발주가 되면 건설사들도 사업성을 맞추기 더 유리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포스코건설 관계자는 "공공 발주 물량이 많이 나와서 시장이 개방되면 모듈러 자동화 설비를 구축하고 관련 기술로 해외 시장까지 진출하기 유리해질 것"이라며 "자동화 설비를 갖추는 데 500억~1000억원 정도 비용이 투입되는데, 현재는 모듈러 주택 발주 물량이 어느 정도 될지 예측할 수 없으니 설비도 제대로 갖춘 업체가 없는 실정이다. 국내에서 마중물을 만들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모듈러 공법 관련 스타트업에 대한 지원도 확대돼야 한단 의견도 있다.
모듈러플랫폼 엠쓰리시스템즈 관계자는 "업계의 시장 진출입이 활발해지려면 관련 제도나 정책, 지원이 마련돼야 한다. 기존 건설업과 달리 모듈러 주택은 다른 제조건설업 규제나 제도도 손질해야 한다"며 "업력이 짧은 스타트업은 관련 특허를 취득하고 실력을 인정받아도 실적기준을 충족하지 못해 시장에 진입조차 할 수 없다"고 했다.
배규웅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출발은 늦었지만 모듈러 주택 선진국으로 충분히 갈 수 있다. 모듈러 핵심 기술은 기술적·제도적 난관에도 불구하고 해결 가능한 수준까지 올라섰다"며 "다만 국내에서 아직 활성화되기 어려운 이유는 여전히 제도가 과거 건설현장, 타설 공법에 익숙해져 있다는 점이다. 대기업들도 해외에서 길을 찾는 만큼 관련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