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해양학회, 원전수 방류 심포지엄
오염수 위험성 ‘과학적’ 분석 접근
정경태 박사, 5개 연구 결과 비교
“일부 과도한 기준으로 정보 왜곡”
일본 후쿠시마 원자력발전 오염수 방류가 우리나라 해역에 미칠 영향은 매우 미미한 수준이 될 것이라는 주장이 학술 심포지엄에서 다시 한번 나왔다. 다만 오염수 방류 계획이 30~40년 장기간에 걸쳐 진행되는 만큼 계획대로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며 이에 대한 충분한 대비와 감시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사)한국해양학회는 5일 서울대학교 호암교수회관에서 ‘후쿠시마 원전 방류수 확산에 대한 과학적 이해’를 주제로 심포지엄(학술회)을 개최했다.
학술회는 이재학 (주)지오시스템리서치 고문(박사)가 좌장을 맡고, 김규범·조양기 서울대 교수, 정경태 (주)오셔닉 해양환경연구소장(박사), 김경옥 한국해양과학기술원(KIOST) 박사 등이 발표를 담당했다.
이 자리에서 정경태 박사는 ‘대표적인 북태평양 해양 방사능 모델링(모형화) 결과들에 대한 고찰’을 주제로 발표했다.
정 박사는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발표된 오염수 관련 일본과 독일, 중국 5개 연구 결과들을 비교 분석했다. 그는 ▲안정화 계산 실시 여부 ▲해상도 ▲방출량 ▲대기 낙진의 고려 여부 또는 범위 ▲제시된 농도 하한치 등을 살폈다.
결과적으로 연구마다 다소 차이는 있었으나, 오염수 방출 이후에도 세슘이나 삼중수소와 같은 방사성 물질 농도는 인체에 유해할 수준으로 늘어나지 않았다. 일부 연구에서는 오염수 방류에 따른 방사능 농도 증가 값이 배경농도(바닷물 자체가 가지는 방사능 농도)의 100분의 1 수준에 그쳤다.
특히 정 박사는 최근 언론 보도로 화제가 된 독일 헬름홀츠해양연구소(GEOMAR)의 오염수 방류 시뮬레이션(동영상)이 가지는 문제점을 지적했다.
GEOMAR 동영상은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 방류와 관련해 가장 많이 인용된 논문 가운데 하나다. GEOMAR가 논문을 바탕으로 만든 동영상에 따르면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방출 시 세슘(Cs137) 등 핵종 물질이 1㎥당 10의 마이너스 20제곱 바크렐(Bq) 이상 포함될 경우 1년 이내에 제주도와 서해에 도달할 수 있다. 참고로 중국 칭화대학교 연구진도 GEOMAR와 유사한 결과를 내놓은 바 있다.
정 박사는 GEOMAR 동영상에 대해 배경농도보다 지극히 낮은 값을 대입해 극적인 효과를 끌어낸 결과라고 지적했다. 사실상 무의미할 정도로 낮은 세슘 수치를 측정값으로 정해서, 마치 유의미한 것처럼 시각화했다는 의미다. 더불어 동영상과 실제 연구 논문이 내용에서도 차이를 보인다고 주장했다.
정 박사는 “동영상에서는 약 270일이면 (방류수가 우리나라에) 도달하는데, 학술지 논문을 보면 5년 경과 후 우리나라 영향 준다고 돼 있다”며 “(동영상과 논문이) 차이가 나는 이유는 농도 하한치를 어떻게 설정하느냐의 차이”라고 설명했다.
정 박사에 따르면 동영상에서는 10의 마이너스 8승 농도의 세슘값을 표시했지만, 논문에서는 10의 마이너스 2승까지만 대입했다. 쉽게 설명하자면 동영상에서는 아주 작은 값을 기준 삼아 표현하다 보니 시각적으로 훨씬 많은 양의 세슘이 퍼져나가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는 의미다.
정 박사는 “배경 농도에 비해 극히 낮은 농도까지 제시하는 동영상은 일반인들에게 왜곡된 정보를 전달할 수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논문에 나오는 세슘137의 농도는 실제 농도가 아니라 10PBq과 비교한 상대적인 농도”라며 “실제 농도로 바꾸면 부피당 1000만분의 1에서 1억분의 1Bq 수준인데, 이는 바닷물을 떠서 분석하면 측정이 안 될 만큼 극미량”이라고 덧붙였다. 참고로 학계에서는 바닷물에서 방사성 물질의 농도가 1㎥에 0.01Bq 수준이어야 검출 가능하다고 본다.
다만 정 박사는 오염수 방출에 따른 피해 여부는 일본 측이 제시한 계획을 그대로 실천했을 때의 결과라는 사실을 거듭 강조했다.
정 박사는 “결국 여러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일본이 계획대로 오염수를 방출할 경우 사실상 우리나라 주변 해수 영향이 없다고 나타났다”며 “다만 (오염수 방류는) 앞으로 30~40년에 걸친 계획이므로 방출이 계획대로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이 커 돌발사고 발생에 관한 지속적인 감시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