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카카오톡
블로그
페이스북
X
주소복사

방탄 탈피 대신 분열 우려만 고조…민주당, '혁신위 무용론' 고개


입력 2023.07.18 06:00 수정 2023.07.18 10:47        김민석 기자 (kms101@dailian.co.kr)

김은경, NY 향해 "계파 살리려는 것 부적절"

설훈 "마녀사냥식 발언 쏟아낸 속내가 뭐냐"

당내선 "혁신위가 분열 촉발 시킨다" 비판도

"당에 오염되고 왜곡된 부분들을 혁파 해야"

김은경 더불어민주당 혁신위원장이 지난 12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더불어민주당 내에서 김은경 혁신위원회에 대한 신뢰가 흔들리고 있다. 앞서 혁신위가 1호 쇄신안으로 제안한 '불체포특권 포기'가 막히면서 동력을 잃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어서다. 아울러 당내 계파를 건드리는 발언을 꺼낸 김 위원장을 향한 반발까지 폭발하면서 그립이 약해진 혁신위를 향한 무용론까지 확산되는 모양새다.


설훈 민주당 의원은 17일 페이스북에 '김은경 혁신위원장은 민주당의 정체성부터 공부하십시오'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면서 공개 사과를 요구했다. 설 의원은 "혁신위가 출범한 이후 사람들의 뇌리에 남아 있는 건 참신한 혁신 의제가 아니라 다른 목소리들을 원천봉쇄하기 위한 '옐로 카드' 뿐"이라며 "지금이라도 민주당의 가치와 민주당 정체성부터 제대로 공부하라"고 지적했다.


설 의원이 이처럼 거센 발언을 쏟아낸 배경에는 혁신위를 이끄는 김 위원장이 전날 한 언론 인터뷰에서 꺼낸 말이 있다. 김 위원장은 해당 인터뷰에서 이낙연 전 대표의 귀국으로 당내 계파 갈등 우려가 높아지는 데 대해 "절체절명의 상황에서 당 원로라면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본인(이 전 대표)이 잘 알 것"이라고 말했다.


또 민주당의 친명·비명 간 갈등 양상에 대해 김 위원장은 "분열은 혁신의 대상"이라고 지적한 뒤, 비명계의 구심점이 될 수 있다는 말이 나오는 이 전 대표를 향해 "자기 계파를 살리려 하는 것은 부적절하다. 그러지 않으리라 기대한다"고 말하면서 견제구를 던졌다.


이에 비명(비이재명)계이자 친낙(친이낙연)계로 분류되는 설 의원은 "혁신위원장이 특정인(이낙연 전 대표)을 겨냥한 마녀사냥식 발언을 쏟아낸 속내가 뭐냐"라며 "김 위원장 발언은 오히려 갈등을 부추기며 당 혼란을 가중시키는 격"이라고 즉각 비판을 꺼낸 것이다.


설 의원의 공세는 이에 그치지 않았다. 설 의원은 혁신위가 참신한 쇄신 의제를 내지 못했다며 "재정비해야 한다"고 쏘아붙였다. 이는 혁신위가 1호 쇄신안으로 제출한 '불체포특권 포기'가 일부 의원들의 반발에 막혀 지난 13일 의원총회에서 추인을 받는데 실패한 것을 꼬집은 것으로 풀이된다. 혁신위는 지난달 23일 '불체포특권 포기 서약'을 1호 쇄신안으로 꺼내든 이후 의총에 오르는 데만 20일이 걸렸으나 이조차 추인을 받는데 실패한 것이다.


설훈 더불어민주당 의원 ⓒ데일리안DB

혁신위를 향한 당내 불만은 설 의원에게서만 분출된 것은 아니다. 당내에선 이번 불체포특권 포기안이 추인을 받지 못한 것이 단순히 쇄신안에 대한 불만보단 현재 당내 혁신의 방향성을 잡지 못한 혁신위의 지지부진한 행태에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아울러 '전당대회 돈 봉투 의혹'으로 민주당 의원들에 대한 검찰의 압박이 커지는 가운데, 불체포특권을 포기하면 이들에게 줄줄이 구속 영장이 청구될 우려가 있는데도 혁신위가 이를 정무적으로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불체포특권 포기는 사실 이재명 대표가 먼저 꺼낸 것을 되풀이 한 것에 그친 것이 아닌가"라며 "진짜 혁신적인 안들을 내놔서 민심을 잡을 수도 있는데 굳이 민감한 계파를 건드리는 이유가 무엇인지 잘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더 큰 문제는 이번 '혁신위 사태'가 당내 계파 갈등으로 번질 염려가 있다는 점이다. 이번 혁신위의 1호 쇄신안을 거부한 건 친명계가 대부분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비명계 의원 31명은 지난 14일 불체포특권 포기 서약에 동참하면서 당이 갈라지는 분위기가 감지된 바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이 전 대표를 고리로 비명계인 설 의원이 김 위원장에게 공개 사과를 요구하면서 혁신위는 친명과 비명 양쪽에게서 환영받지 못하게 된 셈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당내에선 혁신위 무용론까지 분출되고 있다. 실권을 쥐지 못한 혁신위가 결국 빛 좋은 개살구에 지나지 않겠느냐는 시각이다. 애초 오는 18일 본회의 전 의총에서 다뤄질 것으로 전망됐던 불체포특권 포기안도 결국 논의되지 않을 예정이다. 일각에선 지도부가 외부인사로 꾸려진 혁신위에 정무적인 정보도, 실권도 제대로 주지 않았다는 지적까지 내놓고 있다.


5선 중진 이상민 의원은 혁신위가 당내 '살아있는 권력'인 이재명 대표측 당권파와 이를 둘러싸고 있는 강성 팬덤, 이른바 '개딸'들에게는 수술칼을 들이밀지 못한 채, 오히려 비주류·비당권파인 이낙연 전 대표측을 겨냥해 견제구를 던진 것은 누가 봐도 공정하지 못한 처사로 비쳐질 것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이상민 의원은 YTN라디오에서 "더 힘 센 당권을 쥐고 있는 분들은 그대로 놔두고 혁신위원장이 말했듯 특정인을 겨냥해 '계파주의한다'고 하면 그쪽(이낙연 전 대표 측)에선 공정하다고 생각하겠느냐"라며 "일그러진 팬덤 현상들, 이런 것들에 대해서는 아주 당에 상당한 오염되고 또 왜곡된 부분이 있으니까 이런 것들을 각오하고 혁파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민석 기자 (kms101@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관련기사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