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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해 곡물협정 깨고 오데사 한 곳만 줄곧 때리는 러시아의 속내는


입력 2023.07.21 17:38 수정 2023.07.21 17:39        김상도 기자 (marine9442@dailian.co.kr)

러, 우크라 오데사 사흘째 공습···中 영사관까지 피해

러. 흑해곡물협정 중단 선언 이후 밀 가격 13% 상승

세계식량시장 취약성 증가…아프리카 등 빈곤국 타격


20일(현지시간) 러시아의 대규모 미사일 공습으로 인해 우크라이나 오데사 시 행정건물이 붉은 화염에 휩싸여 있다. ⓒ 로이터/연합뉴스

러시아가 세계인들의 먹을거리를 놓고 ‘비열한 도박판’을 벌이고 있다. 흑해 곡물협정 종료를 선언해 곡물수출 길을 막은 데 이어 우크라이나의 주요 곡물수출 항구를 공격해 곡물수출 인프라를 파괴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특히 국제 곡물가격이 들썩이면서 이미 기아에 허덕이고 있는 아프리카 등 가난한 나라들이 더 큰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러시아군은 20일 우크라이나 남부 항구도시 오데사에 사흘 연속 대규모 공습을 가했다. 러시아군의 공격으로 30여 명의 민간인 사상자가 발생하고, 오데사 항만의 크레인과 곡물창고 등 주요 시설이 파괴됐다. 오데사시 군정 당국은 “19일 새벽 60여 기의 순항미사일과 드론이 날아와 전례 없는 규모의 공습을 한 데 이어 20일 새벽 러시아 폭격기가 미사일 공격을 가했다”며 “곡물수출 시설이 큰 타격을 입었다”고 밝혔다. 오데사는 흑해에 면한 우크라이나의 최대 항구도시로 현재 우크라이나 곡물 수출의 약 40%를 담당하고 있다.


더군다나 러시아의 공격으로 오데사에 있는 중국 영사관 건물이 파손된 것으로 알려졌다. 오데사 군정 책임자인 올레흐 키페르는 이날 텔레그램을 통해 밤새 이어진 러시아의 공격으로 중국 영사관 건물이 손상됐다며 창문이 깨진 건물 사진을 올렸다. 키페르는 “러시아는 의도적으로 항구 인프라를 공격하고 있다. 인근의 행정 및 주거용 건물뿐 아니라 중국 영사관도 손상됐다”며 “이는 적이 아무것도 신경 쓰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러시아가 우방국인 중국의 외교시설까지 피해를 입힐 정도로 무차별 포격을 계속하고 있는 것이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가 흑해 곡물협정을 종료한 뒤 의도적으로 우크라이나의 곡물 수출로를 공격했다고 비판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19일 야간 연설에서 “러시아군의 공습으로 중국에 수출할 예정이었던 곡물 약 6만t이 소실됐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앞서 지난 17일 러시아의 흑해 곡물협정 참여 중단 선언에 “우크라이나는 유엔과 튀르키예의 협조를 받아 곡물 수출을 계속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발끈환 러시아가 아예 곡물수출 능력을 마비시키려 하는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 국방부는 “20일부터 흑해에서 우크라이나 항구로 향하는 모든 선박을 잠재적 군용 화물 운송선으로 간주하겠다”는 경고했다. 곡물 운반선에 대한 나포 혹은 격침 가능성을 시사한 것으로 분석된다.


20일(현지시간) 러시아의 대규모 공습으로 인해 파손된 우크라이나 오데사의 한 건물에서 구조대원들이 구조 활동을 하고 있다. ⓒ AP/연합뉴스

러시아가 한편으로는 서방에 ‘청구서’를 슬쩍 내밀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19일 “서방이 다섯 가지 요구 조건을 수용하면 즉시 흑해 곡물협정에 복귀하겠다”고 밝혔다. 다섯 가지 조건은 러시아농업은행의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 재가입과 농기계 및 부품 대(對)러 수출 재개, 러시아 선박의 보험 가입 및 항만 접안 금지 조치 해제, 파괴된 비료 수출용 암모니아 수송관의 복구, 러시아 비료 회사의 계좌 동결 철회 등이다. 이중 핵심은 국가간 자금결제에 쓰이는 SWIFT 재가입이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서방의 제재로 SWIFT에서 퇴출되는 바람에 농산물과 비료수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주장해 왔다.


국제사회는 “러시아가 세계 최빈국 수억의 목숨을 담보로 우크라이나 침공을 합리화하는 거래를 하려 한다”고 맹비난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성명을 통해 “오데사와 그 밖의 우크라이나 흑해 항구시설을 상대로 한 러시아의 공격을 강력히 규탄한다”고 말했다. 아날레나 베어보크 독일 외무장관은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의 곡물을 원하는 나라들의 희망을 빼앗고 세계 최빈국들을 강타했다”고 비판했다.


국제 곡물가격은 벌써부터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러시아의 흑해곡물협정 파기로 우크라이나가 흑해를 통한 안전한 곡물 수출을 보장받을 수 없게 된 이후 밀 가격의 상승 속도가 가파르다. 미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20일 밀 가격은 러시아가 협정 중단을 선언한 17일보다 13% 상승했다. 19일 시카고상품거래소(CMA)에서 거래된 9월 인도분 밀 선물 가격은 전날보다 11.4% 상승한 부셸당 7.43달러로 마감했다. 옥수수 가격도 이틀 연속 오르며 8.8% 급등했다.

김상도 기자 (sara0873@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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