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박영수 구속영장 기각 이후…피의자 주변인 소환 및 딸·아내 가족에도 수사 확대
재판부, 검찰 파악 사건의 전모에 대해 전반적 의문 제기…더욱 촘촘하고 확실한 혐의구성 불가피
기소 단계까지 진행된 곽상도도 1심서 무죄받고 사실상 원점…권순일·김수남 등 '산 너머 산'
'50억 클럽' 국회 신속처리안건 지정, 검찰로선 호재…속도 더 내 국민 앞에 의혹 명명백백 밝혀야
"만약 구속영장이 기각되면 기각 사유에 따라서 50억 클럽 수사 동력이 힘을 잃을 수도 있다"
검찰이 지난 달 박영수 전 특별검사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한 당시 법원의 영장 발부 가능성을 두고 기자가 던진 질문에 법조계 전문가는 이같이 답했다. 결국 영장은 기각됐고 검찰은 박 전 특검 신병 확보에 실패했다. 영장 기각 직후 "구속영장 재청구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밝힌 검찰은 지금까지 보강 수사를 이어오고 있지만 아직 눈에 띄는 뚜렷한 성과는 나오지 않고 있다. 정말 검찰의 수사 동력이 힘을 잃기라도 한 것일까.
물론 검찰은 혐의 입증을 위해 사실상 쓸 수 있는 모든 카드를 써가며 '다지기'에 주력하고 있다. 과거 국정농단 특검팀에서 박 전 특검과 함께 특별수사관으로 근무한 인연이 있는 측근 변호사들을 줄줄이 소환했고 자금의 흐름을 추적하기 위해 딸과 아내 등 가족에 대해서도 수사를 확대하고 나섰다.
이처럼 핵심 피의자 외에 주변인을 돌아가며 불러 관련 진술을 확보하고 혐의를 보강하는 것은 흔히 하는 수사의 기본이다. 50억 클럽 의혹을 수사하고 있는 검찰 역시 이런 방식을 통해 난항을 보이는 수사에 돌파구를 찾으려는 모양새다. 그러나 워낙 그간 수사 속도가 늘어진 탓에 '뒷북 수사'라는 지적을 피하지 못하고 있다.
나아가 관련자들을 더 조사해 검찰 주장에 부합하는 진술을 받아내더라도 법원에서 기존과 다르게 판단할 것이라는 보장이 없다는 우려도 나온다. 앞서 지난달 법원은 영장을 기각하면서 "피의자의 직무 해당성 여부, 금품의 실제 수수 여부, 금품 제공 약속의 성립 여부 등에 관해 사실적, 법률적 측면에서 다툼의 여지가 있다"고 판단했다. 검찰이 파악한 사건의 전모에 대해 전반적으로 의문을 제기한 셈이어서 검찰로서는 더욱 촘촘하고 확실한 혐의 구성과 증거 확보가 불가피하게 됐다.
박 전 특검 관련 수사만 난항을 겪고 있는 것도 아니다. 2021년 9월 정영학 회계사가 검찰에 '(50억 클럽 멤버들이) 대장동 일당으로부터 50억원씩 받기로 약속돼 있다'는 내용의 녹취록을 제출한 이후 본격적으로 수사가 시작된 지 22개월이 지났으나 50억 클럽 대부분 기소조차 이뤄지지 않았다. 그나마 수사가 진전을 보여 기소 단계까지 진행된 곽상도 전 의원의 경우도 결국 1심에서 무죄 판단을 받고 사실상 원점으로 돌아간 상황이다.
화천대유 고문에 올라 월 1500만원씩 총 1억5000만원을 받았던 권순일 전 대법관의 재판거래 의혹과 김만배 씨의 부탁으로 최윤길 전 성남시의회 의장의 뇌물수수 수사를 무마해 줬다는 의혹을 받는 김수남 전 검찰총장 사건 등 밝혀내야 할 의혹이 산더미다. 그나마 50억 클럽에 대한 특검법안이 최근 국회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으로 지정돼 수사에 힘을 실어주는 분위기라는 점은 분명 검찰로서는 호재라 볼 수 있다. 동력을 얻은 검찰은 조만간 곽 전 의원을 불러 1심 무죄 이후 아들 곽병채 씨를 뇌물수수 공범 등으로 입건하고 진행해 온 보강 수사도 마무리 할 전망이다.
신속하고 완벽한 수사. 결코 쉽지 않겠으나 불가능한 일은 아니라고 본다. 차곡차곡 수사 계단을 밟아온 만큼 조금만 더 속도를 내서 의혹을 명명백백히 밝히고 국민들에게 진실을 알려야 한다. 주어진 '검찰의 시간'을 온전히 200% 활용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