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최초의 평화적 정권교체를 이뤄냈던 서아프리카의 내륙국가 니제르에서 군부가 쿠데타를 일으켜 모하메드 바줌 대통령을 구금하고 계엄령을 선포했다. 친서방 성향의 현 정부가 축출될 경우 쿠데타 빈발지역인 서아프리카에 혼란이 가중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AP·AFP통신 등에 따르면 아마두 압드라만 니제르 공군 대령은 26일(현지시간) 국영 TV방송에 동료 장교 9명과 함께 나와 “우리 국방 보안병력은 이 정권을 끝장내기로 결정했다”며 “이는 계속된 안보상황 악화와 경제·사회시스템의 관리 실패에 따른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모든 국가기구의 활동이 중단되며 국경은 봉쇄되고 별도 통지가 있을 때까지 오후 10시에서 다음날 오전 5시까지 통행금지가 실시된다고 덧붙였다.
니제르 군과 경찰은 앞서 이날 오전 수도 니아메의 대통령궁 주변을 에워싸기 시작했다. 모하메드 바줌 대통령은 대통령실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잘 있다”며 군과 경찰이 “이번 소동에 관련된 경호원들이 정신을 차리지 않으면 공격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대통령 경호대 일부 병력이 대통령 관저를 포위하고 바줌 대통령과 그의 가족, 내무장관 등을 구금했다. 미 CNN방송은 "대통령 경호대 일부가 대통령궁을 봉쇄하고 바줌 대통령과 가족, 내무부 장관을 억류하고 있다"고 현지 소식통을 인용해 전했다.
바줌 대통령의 구금 소식이 알려지자 오후 들이 수백 명의 시위대가 수도 니아메에 모여 대통령 지지 시위를 벌였다. 시위대가 대통령궁 300m까지 접근하자 경호원들이 “경고사격”을 가하며 시위대를 해산시켰다. 니제르 집권당은 쿠데타군을 겨냥해 “자멸적이고 미친 반공화국 행위”라고 맹비난했다.
친서방 정부가 위기를 맞으며 서방도 긴장하고 있다. 니제르와 접한 말리·부르키나파소에 잇따라 군사정부가 들어서고 러시아의 입김이 세지면서 서방은 니제르와 협력을 강화해 왔다. 국제사회는 일제히 쿠데타 중단을 촉구했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이날 바줌 대통령과 통화에서 “니제르와의 경제 및 안보 협력은 민주적 통치 체제의 지속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유럽연합(EU)과 유엔, 프랑스 등도 쿠데타를 비판했다.
인구 2200만 명의 니제르는 국토의 3분의 2가 사막이며, 유엔의 인간개발지수가 바닥권인 저개발국가이다. 최근에는 이슬람세력의 지하드 활동이 활발해지며 주민들의 안전도 위협받고 있다. 1960년 프랑스에서 독립한 이래 모두 다섯 차례 군부쿠데타를 겪었다. 바줌 대통령은 2020년 12월 대통령 선거에 당선돼 처음으로 민주적으로 권력을 넘겨받았다. 그러나 그는 취임 직전 공군 장교의 쿠데타 시도로 어려움을 겪는 등 불안한 상황에서 임기를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