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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주‧맥주 가격 1000원 시대?”…주류업계 마케팅 방향 바뀌나


입력 2023.08.02 14:35 수정 2023.08.02 14:37        임유정 기자 (irene@dailian.co.kr)

정부 “소매업자, 주류 할인 판매 가능” 고지

경쟁 유도, 가격 인하…“내수 활성화 도모”

자칫 점유율 싸움 및 마케팅 경쟁으로 번질 수도

외식업계, 실효성‧현실성 떨어지는 정책…‘맹비난’

서울 시내 한 가게에 소주 가격이 적혀있다.ⓒ뉴시스

주류업계를 중심으로 하반기 매출 확대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앞으로 소매업자들이 술값을 자율적으로 정해 판매할 수 있도록 관련 규제가 개선되면서다. 소매업체 간 자율 경쟁을 통해 주류 가격 인하를 끌어낼 경우 주류 소비 역시 촉진 될 것이라는 계산이다.


국세청은 최근 ‘주류 거래질서 확립에 관한 명령위임 고시' 관련 안내사항을 한국주류산업협회 등 관련 단체에 전달했다. 주류산업협회 측 질의에 대한 회신으로 소매업자는 소비자에게 술을 구입 가격 이하로 팔 수 있다는 것이 주된 내용이다.


그동안 국세청은 주류 거래질서 확립에 관한 명령위임 고시에 따라 ‘주류 소매업자는 주류거래질서 확립을 위해 주류를 구입가격 이하로 판매할 수 없다'는 방침을 고수해 왔다. 소매점이 술값을 저렴하게 판매해 손실액을 공급업자로부터 보전 받는 등의 편법을 막기 위한 것이었다.


하지만 국세청은 이번 안내문을 통해 “경쟁자를 배제하기 위한 술 덤핑 판매, 거래처에 할인 비용 전가 등을 제외한 정상적인 소매처의 주류 할인 판매는 가능하다”고 밝혔다. 시장 질서를 훼손하는 거래가 아니라면, 소매업자들이 술값을 자율적으로 정해 판매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서울 종로구 종각 젊음의거리에서 관계자가 주류를 정리하고 있다.ⓒ뉴시스

주류업계는 정부의 이번 조치에 따라 다양한 마케팅 활동이 가능해진 만큼 신제품을 알릴수 있는 여러 갈래의 길이 열릴 것으로 바라보고 있다. 주류 관련 마케팅은 ‘거래액의 10% 이내 경품을 제공’하는 등 제한적이었으나 큰 폭의 혜택을 소비자들에게 제공할 수 있게 됐다.


다만 업계 간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자칫 소비 진작을 위한 자율 경쟁이 업체 간 점유율 싸움으로 번질 수 있다는 것이다. 주류업계 입장에선 주류 소비를 촉진 시킬 하나의 방안이 생김과 동시에 경쟁사와 가격 경쟁까지 벌여야 하는 처지에 놓인 셈이다.


주류업계 점유율 싸움은 굉장히 치열하다. 여름철의 경우 맥주 시즌을 맞아 시장점유율 확대를 위해 총력을 기울인다. 너도나도 신제품을 출시하거나 마케팅을 강화하며 소비자 눈길을 끌어모으기에 여념이 없다.


주류업체 간 점유율 확대를 위한 뿌리 깊은 비방전도 유명하다. 2021년에도 도를 넘어선 홍보 과열 경쟁으로 소비자 도마 위에 오르기도 했다. 경쟁사 간 홍보물 훼손을 문제로 ‘맞고소’ 사건이 일었다.


주류업계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진 이유는 단연 소비자 확보에 있다. 업체 간 서로 ‘물어뜯기’를 일삼다가 최근 수 년간은 다소 잠잠한 양상을 보였으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와 만나면서 경쟁은 한층 심화됐다.


한편 주류업계에서는 소폭의 출고가 인상이 큰 폭의 식당 판매 가격 인상으로 이어지는 불합리한 구조는 없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동안 일부 식당은 출고가 인상이 결정되기도 전에 술값을 올리기도 했다. 소주 출고가를 핑계로 식당에서는 인건비, 식자재 인상분을 더해 병당 1000원씩 올려왔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제조사들이 주류 가격에 개입해서도 안 되고 공장 출고가로 도매사에 판매를 하면 끝이기 때문에 시장 개입 자체가 어렵다”면서도 “거래액의 10% 이내 경품 제공 규제는 유명무실해질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도매점과 소매점에서 마진을 붙여 판매하는 가격이 다 다르고, 소매점이 앞으로 어떻게 가격을 내릴 지는 지켜봐야 할 일”이라며 “현재로서는 소비 촉진 정도가 기대되는 점”이라고 덧붙였다.


서울 종로구 종각 젊음의거리에서 주류운반차량에 주류박스가 쌓여있다.ⓒ뉴시스

외식업계서는 불만의 목소리가 쏟아지는 중이다. 결국에는 주류보다는 안주 장사를 하라는 이야기인데, 현실을 모른다는 지적이다. 그간 음식값에 대한 소비자 민감도가 높다 보니 출고가가 오를 때마다 주류 가격을 올려 버티는 음식점들이 적지 않았다.


특히 이번 조치가 실제 가격 할인으로 이어질 지는 미지수라는 반응이다. 이미 대부분의 식당이 구입 가격에 상당한 이윤을 붙여 술을 판매하고 있고, ‘6000원 소주’까지 등장한 상황에서 곧바로 술값 인하로 이어지긴 힘들다는 지적이다.


현재 주점과 음식점 등에서 주류를 납품받는 가격이 소비자 판매 가격의 절반을 넘지 않고 있다. 주류를 원가 이하로 판매할 수 있게 허용했지만, 영세 자영업체들은 해당 기준이 적용될 정도로 큰 폭의 할인을 단행할 여력도, 동기도 부족해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외식업계 관계자는 “상황이 어렵기 때문에 향후에도 가격 인하는 어려울 것 같다”며 “주류 할인 판매와 관련해 프랜차이즈 외식 브랜드들은 영향을 받아 주류 가격 조정을 기대해 볼 수 있을 것 같지만, 외식 시장 전반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기에는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사실 기존에도 6000원 소주가 나오지 않아도 될 상황이었으나, 자영업자들이 그 정도의 가격을 책정했던 것은 가격 폭리보다는 식자재, 인건비 등의 부담을 주류로 메꾸려는 의도였다고 판단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그는 “결국 향후 자영업자들의 자발적인 가격 인하를 기대해야 되는데 현재 물가 상황에서 자발적으로 가격을 인하하는 움직임을 기대하기 어려워 보인다”며 “되려 메뉴 가격 인상 등으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된다”고 했다.

임유정 기자 (iren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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