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서 한국계 연예인도 인기
케이팝(K-POP)이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지만 케이팝이라는 단어가 생겨나기 전 '한류'라는 이름이 더 익숙했던 1990년대 중반부터 동남아시아는 한국 콘텐츠를 접해왔다. 한국 드라마와 영화, 음악, 패션 등이 베트남으로 수출되며 베트남 청소년들 사이에서 한국 문화를 향한 관심이 높아졌고, 2000년대 중후반부터 한국 아이돌, 배우들이 베트남에서 팬미팅, 콘서트 등을 개최하며 더 높은 인기를 끌게 됐다.
이는 두 나라 간의 문화적 상호작용을 더욱 깊게 해주는 통로가 됐고, 케이팝이 인기 절정에 있는 현재도 마찬가지다. 베트남의 젊은층들은 케이팝의 중독성 강한 멜로디와 누구나 쉽게 공감할 수 있는 가사, 화려하고 역동적인 안무를 여전히 좋아하고 있으며, 스트리밍, 소셜 등 온라인을 통해 더욱 장벽 없이 케이팝을 즐길 수 있게 됐다.
이는 베트남 음악 시장에도 영향을 줬다. 베트남 뮤지션들이 케이팝을 향한 신뢰와 리스너들의 취향을 반영해 케이팝을 레퍼런스 삼아 노래를 만들기 시작했다.
베스트윌의 권영준 대표는 "요즘 만들어지는 노래들을 들어보면 케이팝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는 걸 느낄 수 있다. 베트남 사람들은 좋은 음악 감각들을 가지고 있다. 케이팝 음악을 젊은 사람들이 많이 듣다보니 듣는 귀가 좋아졌고, 만드는 음악들이 업그레이드 됐다. 우리도 제이팝과 팝을 레퍼런스 삼아 우리만의 해석으로 케이팝을 만들지 않았나. V팝도 마찬가지다. 작곡가들이 케이팝 스타일을 레퍼런스 삼아 여러가지 시도를 해보는 중이다"라고 전했다.
지난해 데뷔한 가수 모노(Mono, Viet Hoang)는 EDM의 색깔과 케이팝을 입힌 데뷔곡 '웨이팅 포 유'(Waiting for you)로 젊은 세대들에게 어필했다. 이 뮤직비디오는 유튜브에서 7600만 뷰를 기록했으며 많은 포럼, 음악 행사, 소셜 네트워크 플랫폼에서 소개 됐다.
국내에서도 많이 알려진 민의 '카 페'(CA PHE) 역시 케이팝의 매력적인 점을 취해 완성했다. 나인뮤직의 김민구 헤드 프로듀서는 "팬데믹 이후 V팝을 들었을 케이팝과 굉장히 유사하다고 느낀다. 인트로 벌스부터 시작해 프리 코러스, 코러스로 이어지는 케이팝의 일반적인 곡 구성과 그 구성마다의 리듬 패턴 변화가 케이팝과 굉장히 비슷하다. 사용하는 악시 소스들도 마찬가지다. 멜로디의 구성도 코러스에 캐치한 훅을 이용하는 점도 케이팝의 특징이 잘 녹아있는 걸 볼 수 있다. 유일한 차이점은 전체적으로 봤을 때 장르와 분위기가 케이팝과 다르게 따뜻하고 서정적인 장르가 훨씬 많았다는 점"이라고 설명했다.
베트남에서는 전 세계에서 V팝을 주목하고 있는 이유에 대해 젊은 작곡가들의 세대교체라고 분석했다. 케이팝뿐만 아니라 여러 국가들의 음악과 작곡가들의 음악을 스포티파이, 틱톡 등 트렌디한 글로벌 플랫폼 등을 통해 접하고 분석하는데 주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노이 타임즈는 "베트남의 이전 세대 음악가들은 종종 복잡한 의미와 이야기가 담긴 세련된 멜로디와 은유적인 가사를 작곡해 국내에서 인기를 얻을 수 있었지만, 해외 청취자들이 노래를 들었을 땐 간신히 느끼고 공감할 수 있었다. 반면 젊은 프로듀서들은 글로벌 음악 트렌드를 지속적으로 파악하는 동시에 대중가요도 철저히 연구한다. 결과적으로 그들의 노래는 외국 리스너들의 취향을 더 잘 만족지킬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케이팝이 베트남 내에서 큰 사랑을 받자 한국계 연예인에 대한 호감도 상승했다. 한국계 베트남 가수 한사라, 하리원, 히든싱어 베트남 판 우승자 진주가 베트남에서 큰 인기몰이 중이다. 하리원은 2001년 한국에서 키스로 데뷔한 후 2003년 키스 탈퇴 후 베트남으로 건너가 2013년 댄스 오디션 '틴스 댄스 스텝'에 출연하며 얼굴을 알렸다. 이후 2015년 '수상한 그녀' 리메이크 영화 '내가 니 할머니다' 주연을 맡으며 스타가 됐다. 특히 2016년 '베트남의 유재석'으로 불리는 스타 쩐탄(Trấn Thành)과의 결혼 이후 더욱 승승장구 했다. 현재 케이팝의 인기가 거세지고 있는 만큼 하리원의 주가도 날로 올라가고 있다.
진주의 경우 베트남판 '히든싱어' 출연 이후 다양한 베트남 프로그램 출연뿐만 아니라 한‧베 문화교류 관련해 여러 행사에 초청되어 한국과 베트남의 문화적 가교 역할까지 해내고 있다. 특히, 진주는 베트남 U23 준우승이라는 쾌거를 이뤄낸 베트남 영웅 박항서 축구감독 팬미팅에 초청되며 베트남 현지인들에게 사랑받는 한국인임을 입증했다. 그는 현재 RBW 소속사와 전속계약을 체결해 한국과 베트남 양국에서 활동 중이다.
김도헌 평론가는 "실제로 베트남 뿐만 아니라 동남아시아 아티스트들이 케이팝 아티스트들을 언급하고 영향을 주고 받으면서 성장하고 있다. 케이팝의 소스들과 소셜 미디어, 풍부한 인구 등 로컬을 바탕으로 V팝의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