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미흡한 행사 준비와 진행으로 새만금에서 철수한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대원들을 위해 문화예술계가 팔을 걷어붙였다. 본행사는 파행의 연속이었지만 문화예술계가 발 빠르게 각종 체험을 지원하면서 뒷수습에 열을 올리고 있다.
세종문화회관은 당초 11일 개막 예정이었던 세종썸머페스티벌 ‘그루브’를 이틀 앞당긴 지난 9일 먼저 문을 열었다. 9일에는 디스코 음악 크루인 디스코 익스피리언스의 ‘웰컴 투 서울 댄스 나이트-서울 마이 소울’을 선보였다. 이날 행사에는 월드 스카우트 잼버리 대원 1300여명이 참석했다.
급하게 앞당겨 진행된 행사였지만, 참석한 대원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흥겨운 행사에 참석한 영국 잉글랜드 대원 제임스(16)는 “새만금 야영장을 일찍 떠난 건 아쉬웠지만 그간 박물관, 축구 경기를 관람했고 수영장도 갔다. 오늘 오전에는 태권도 체험을 했고 저녁에는 여기 광화문광장에 왔다”며 “공연은 정말 흥겹고 즐거웠다. 한국에서 좋은 시간을 보내서 행복하다”는 소감을 전하기도 했다.
경기시나위오케스트라는 지난 9일 오후 경기 수원 경기아트센터 대극장에서 깜짝 공연을 펼쳤다. 이 공연 역시 긴급하게 결정됐지만 경기시나위오케스트라는 1400여명의 대원에게 약 100분간에 걸쳐 ‘수제천’ ‘아쟁산조’ ‘아리아라리’ ‘판굿’ ‘산유화/추천사’ ‘편수대엽/별빛아래’ ‘폭포수아래’ ‘신뱃놀이’를 선보였다.
마포문화재단은 9일과 10일에 걸쳐 400여명의 잼버리 대원을 초대해 공연을 선보였다. 9일에는 난타, 비보이, 국악 공연 등을 관람하고 직접 체험했고, 10일에는 마포구청 강당에서 대한민국 가곡과 가요를 한데 묶은 남성 중창단의 유쾌한 클래식 공연을 관람했다. 공연의 하이라이트였던 ‘꼬레아 리듬터치’는 31일 예정된 ‘마포 M 국악 축제’를 위해 준비했던 터라 긴급한 일정에도 선보일 수 있었다.
뮤지컬 ‘태권, 날아올라’ 제작사 ㈜라이브는 영국 잼버리 대표단 4500명 전원을 대상으로 9부터 13일 총 11회에 걸쳐 초대하기로 결정했다. 비용으로 환산하면 약 2억 7000만원 상당의 티켓 후원이다. 작품은 가상의 한국체육고등학교 태권도부를 배경으로 태권도 유망주들의 성장 스토리를 감동적으로 그린다. 먼저 지난 9일에는 약 1300여명의 영국 대원이 공연장을 찾았고, 관객 참여 이벤트에 참가해 무대에서 송판을 격파하기도 했다.
메가박스는 잼버리 참가자를 대상으로 극장 입장료 50% 할인에 나섰다. 또 한국 영화의 영문 자막 서비스도 함께 제공한다. 코엑스점과 상암월드컵경기장점에서 ‘밀수’ ‘더 문’ ‘비공식작전’의 영문 자막을 만날 수 있다. 메가박스 측은 “잼버리 마무리를 위해 정부와 민간기업의 협력이 이어지고 있다”며 “극장 입장에서도 힘을 보태기 위해 신속히 검토했으며 각국 참가자들이 남은 기간 동안 좋은 추억을 가지고 돌아갈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전했다.
행사를 며칠 앞두고 거듭된 날짜와 장소 변경으로 잡음이 이어졌던 ‘케이팝 슈퍼 라이브’ 콘서트도 11일 서울 상암월드컵경기장에서 진행된다. 앞서 정치권에서 방탄소년단의 출연을 요청하면서 가요계와 팬덤의 비판을 받기도 했다. 일정 변경에 따른 출연진 공백이 생기자 결국 KBS ‘뮤직뱅크’ 출연진을 이 무대에 올리기로 결정하고, 담당자 역시 ‘뮤직뱅크’ CP로 변경됐다. 덕분에 당초 출연자 명단에 없었지만 급하게 섭외된 뉴진스를 비롯해 콘서트와 같은 날 예정되어 있던 팬사인회 등 다른 일정을 연기한 마마무와 아이브 등을 비롯해 총 19개 팀이 출연하게 됐다.
그런데 다양한 지원을 위해 발을 동동 구르는 건 민간 단체들이다. 막상 잼버리 파행의 원인인 정부는 행정의 실패를 민간에 떠넘기고 뒷짐을 진 모양새다. 그러면서 “반전 드라마를 연출하겠다” “한국의 위기대응 역량을 보여줄 시점”이라는 등의 황당한 발언으로 국민들에게 비판을 받고 있다. 잼버리 행사가 모두 마무리된 이후, 문화예술계 지원과 관련해 정부가 어떤 태도를 보일지도 관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