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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재옥이 보는 국민의힘, 박광온이 보는 민주당


입력 2023.08.13 10:00 수정 2023.08.13 10:46        김희정 기자 (hjkim0510@dailian.co.kr)

'찰떡 호흡' 尹·朴, 당 설득 왜 어려울까

국민의힘은 일사불란, 민주당은 다양성

현안마다 정쟁화..."의회정치 복원" 강조

여야 정치원로들도 나서 "정치 복원 해야"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7월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 로텐더홀에서 열린 제75주년 제헌절 경축식에서 웃으며 대화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일사불란 국민의힘" "민주정당 더불어민주당"


거대 양당의 윤재옥·박광온 원내대표가 각각 자신의 '취임 100일' 평가한 국민의힘과 민주당 모습이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국민의힘이 의견을 모으는 과정은 쉽지만, 거대 야당인 민주당을 상대하는 것은 쉽지 않다고 했다. 반대로 박광온 민주당 원내대표는 민주당 의견을 하나로 모으는 과정이 쉽지 않다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그래서 민주당이 다양한 의견을 포용하는 '민주정당'이 될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각 당 '반장' 격인 원내대표는 흔히 '극한직업'으로 표현된다. 소속 의원들을 통솔하고 의견을 취합해, 이를 바탕으로 상대당 원내대표를 만나 원내 협상을 이끈다. 거대 정당의 경우 100명이 넘는 의원 개개인 의견을 하나로 모으는 것이 쉽지 않다. 겨우 모은 의견을 가지고, 주로 대치 상황에 있는 상대당과 협상하는 것은 원내대표들에게 더 쉽지 않은 일이다. 윤·박 원내대표는 각자 이 '쉽지 않은 이유'에 대한 분석을 내놓은 것이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7월 14일 국회에서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윤재옥 원내대표는 지난 7월 14일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박광온 원내대표와 호흡이 좋은데, 두 사람이 합의하고도 각 당을 설득하기 어려운 이유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내 판단으로는 민주당이 당내에서 의견을 하나로 모으는 과정이 우리 당보다 힘든 것 같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 당은 당내 이견이 있어도 원내대표가 의원총회를 해서 설득하면 거의 수용해주는 분위기"라면서 "민주당은 법안 하나를 처리하는 데에도 개별 의원이 반대하면 발목이 잡히는 일들이 많다. 예를 들어 보호출산제도 민주당에 찬성하는 의원이 많은데 일부 의원들이 다른 의견을 제시하니 한 발짝도 못 나가고 있는 것이다. 각 당의 환경과 처한 상황이 법안처리 합의에 약간의 걸림돌이 되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국민의힘이 의견을 모으는 과정은 '일사불란' '단일대오'로 설명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집권여당은 대통령의 존재로 의견조율이 비교적 쉬운 편이다. 거기에 더해 국민의힘은 민주당에 비해 상대적으로 계파 갈등이 옅게 나타나고 있다는 점도 작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 112명 의원들은 대개 '친윤(親尹·친윤석열)'을 표방하고 있다. 당 최대 친윤 공부모임인 '국민공감' 회원만 해도 70여명에 이른다. '비윤(非尹)'은 숫자도 목소리도 작은 편이다.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단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뉴시스

168명의 의원이 소속된 민주당은 '친명(親明·친이재명)' 세가 훨씬 강하기는 해도 '비명(非明)' 목소리를 무시할 수 없다. 여기에 '이낙연 전 대표' 등 이재명 대표를 위협하는 외부세력도 만만치 않다. 당장 '대의원제 무력화'라는 민주당 혁신안이 나오자마자 친명계와 비명계는 정면충돌했다. 대통령 같은 확고한 리더십이 없기 때문에 야당은 의견을 모으는 과정이 쉽지 않은 측면도 있다.


박광온 원내대표도 이를 인정했다. 박 원내대표 역시 지난 6일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윤재옥 원내대표가 민주당이 당내 의견을 모으는 과정이 조금 힘든 것 같다. 개별의원의 의견에 발목 잡히는 것 같다고 말한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을 받고 "좋은 충고라고 생각하지만, 역설적으로 민주당이 민주정당임을 보여주는 예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그는 "우리 당은 정말 다양한 견해가 많다. 모두 수렴해서 하나의 결정을 하기까지 시간이 다소 더디다. 하지만 의견수렴 과정을 거쳐 추진했을 때 동력을 얻을 수 있다"며 "이 소통을 바꾸지 않을 것이다. 일부 반대 의견이 있는데 밀어붙여 당론을 만들면, 불만이 계속 쌓이게 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윤 원내대표가 예시로 제시한 보호출산제 법안의 경우, 지난 6월 보건복지부는 김미애 국민의힘 의원안, 조오섭 민주당 의원안을 기초로 법안을 마련해 국회에 제출한 바 있다. 다만 민주당은 보호출산제에 다소 신중한 입장이다. 박 원내대표는 "보호출산제는 우리당 의원들 이견으로 처리를 미뤘는데 당내 이견 뿐 아니라, 사회에서도 많은 의견이 있기에 지속적으로 더 토론해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신영균 국민의힘 상임고문과 권노갑 더불어민주당 상임고문을 비롯한 여야 원로 의원들이 7월 17일 오전 서울 중구 웨스틴 조선 서울에서 열린 '11인 원로회' 발족식을 마치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정세균 전 국회의장, 강창희 전 국회의장, 신영균 국민의힘 상임고문, 권노갑 더불어민주당 상임고문, 정대철 헌정회장, 김형오 전 국회의장, 김원기 전 국회의장, 문희상 전 국회의장) ⓒ뉴시스

온건파로 분류되는 두 원내대표는 매주 월요일 오찬을 하는 등 '찰떡 호흡'으로 유명하다. 두 사람은 자신의 기자회견에서도 각각 서로를 향해 "부드러운 분" "대화가 잘 되는 분" 등이라며 아낌없는 신뢰를 보냈다.


그럼에도 두 원내대표 합의안이 결국 거대 여당인 민주당의 벽을 넘지 못하는 것은 이처럼 각기 다른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다른 당 분위기에 있는 것이다. 여기에 여당의 경우 '당정대(여당·정부·대통령실)' 회의 등 정부와 대통령실과의 국정운영 호흡을 맞춰야 해 더 까다롭다. 민주당은 친명 강성 지지층인 '개딸(개혁의딸)' 등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즉 여야 협상과정에서 국민의힘은 '용산' 눈치, 민주당은 '개딸' 눈치에서도 자유로울 수 없는 것이다.


여야는 '양곡법' '간호법'부터 '이태원 특별법' '양평고속도로' '순살 아파트' '잼버리'까지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내내 정쟁을 이어갔다. 윤·박 원내대표가 앞다퉈 "의회정치 복원"을 외치는 것도 불필요한 정쟁을 줄이자는 뜻으로 보인다.


한편 갈수록 얼어붙는 여야 대치 상항에 '3김' 시대 정치 원로들도 나섰다. 신영균 국민의힘 상임고문·권노갑 민주당 상임고문이 주도하는 원로회 '삼월회'가 지난달 17일 서울 중구 한 호텔에서 첫 모임을 갖고 공식 출범했다. 국회의장을 지낸 김형오 국민의힘 상임고문은 "오늘 모임에서 우리는 한국 정치의 복원을 강력히 염원한다, 정치가 복원돼야 한다는 의견에 대체로 공감했다"며 "정치 복원, 정치의 중심은 어디까지나 국회라는 인식"이라고 밝혔다.

김희정 기자 (hjkim051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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