잼버리 케이팝 콘서트 열린 상암월드컵경기장 두고 논란
케이팝 대형 콘서트, 전문 공연장 없어서 스포츠 경기장에서 개최
파행을 겪은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에서 케이팝(K-POP) 아티스트는 구원 투수가 됐다. 거듭된 졸속 진행 탓에 전 세계 청소년들의 야영 축제가 한류 체험으로 급하게 성격이 바뀐 채 마무리됐지만, ‘슈퍼 라이브 콘서트’는 가요 기획사와 아티스트들의 도움으로 화려한 피날레를 장식했다.
그런데 잘 마무리된 줄 알았던 콘서트 이후 또 잡음이 들려왔다. 이번에도 문제의 주체는 정부였다. 지난 14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현재 상암 잔디 현황’이라는 글이 올라왔다. 작성자는 “무대에 깔아 뭉개졌던 곳을 갈아 끼우고 있다”며 바퀴가 달린 장비로 잔디를 보수 중인 상암월드컵경기장의 모습을 공개했다. 해당 글에는 급하게 공연 장소 변경을 추진한 정부를 향한 비아냥과 원성이 담긴 댓글들이 이어졌다.
FC서울은 10억원 이상을 들여 구장의 잔디를 하이브리드 잔디(천연 잔디와 인조 잔디를 혼합한 형태)로 개조했다. 공단 측은 이후 잔디 훼손을 막기 위해 대형 콘서트 개최를 중단했다. 어쩔 수 없이 외부 행사를 진행할 때는 최대한 잔디 바깥에 무대를 설치해 훼손을 최소화했다. 그런데 이번 잼버리 행사에선 잔디 위에 무대가 설치됐고, 그라운드 곳곳에 좌석이 깔렸다.
앞서 이상민 행정안전부장관은 “경기장 훼손을 최소화할 방법을 강구하고 있다”고 공언했지만, 이미 손상된 잔디의 모습이 팬들 사이에 퍼지면서 우려가 커진 것이다. 이 같은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었던 건, 케이팝을 위한 공연장의 부재 때문이다. 잼버리 파행으로 무너진 국격의 대안으로 허겁지겁 찾던 케이팝 가수들이 정작 설 수 있는 무대가 없어 대규모 인원을 수용하기 위해선 체육 시설을 이용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
케이팝 공연장의 필요성은 오래 전부터 제기됐다.
현재 케이팝은 주로 고척돔과 올림픽체조경기장KSPO DOME), 잠실실내체육관 등에서 공연된다. 이번 잼버리 행사처럼 4만명 이상을 동원하는 공연은 모두 올림픽주경기장에서 진행됐다. 그런데 최근 주경기장이 리모델링에 들어감에 따라 대규모 공연을 할 수 있는 장소가 사라졌다.
물론 이들 공연장 역시 케이팝 공연을 하기에 매우 적합한 장소는 아니다. 콘서트를 주목적으로 하는 공간이 아니다보니 대관부터 시작해 무대 설치, 연출 등에 항상 어려움이 따랐다. 다행히 몇 해 전부터 대규모 인원을 수용할 수 있는 케이팝 전문 공연장을 짓기 위한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다. 연말에 인천 영종도에 ‘인스파이어 아레나’가 들어서면서 한국의 첫 케이팝 전용 아레나를 예고했고, 서울 창동에 서울 아레나, 경기 고양시에 CJ라이브시티 등이 지어질 예정이다.
다만 최근 자재와 인건비 상승에 따라 CJ라이브시티 아레나 공사가 일시 중단하는 등 완공에는 수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면서 당분간 케이팝 공연장 가뭄 사태는 계속해서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이다. 한 가요 관계자는 “케이팝이 국가의 이미지까지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할 정도로 위상이 높아졌지만 정작 이들이 설 무대가 국내엔 없다는 것이 안타깝다”면서 “케이팝 음악과 아티스트들의 완성도가 높아지는 것에 걸맞은 공연장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