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품권 매입→물건 결제 유도
안전·정식 등록업체라며 현혹
신용카드만 있으면 현금을 손에 쥘 수 있다고 소비자들을 유혹하는 이른바 카드깡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이같은 피해를 입지 않도록 도와주겠다며 접근한 뒤 도리어 더 저렴한 이자로 돈을 빌려줄 수 있다며 대출을 권유하는 식이다.
당장 급전이 필요한 취약차주들의 절박함을 파고드는 금융사기가 활개를 치면서 피해 우려가 커지고 있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에는 '신용카드 현금화 피해 예방'과 같은 제목의 글들이 다수 올라오고 있다. 신용카드 현금화란 카드깡을 일컫는다. 카드깡은 업체가 제공하는 허위 가맹점에서 물건을 구입하듯 카드 결제를 하면 수수료를 제외한 현금을 제공하는 방식이다.
이는 일종의 사기 또는 불법 대출로, 현금 결제와는 달리 신용카드로 결제하면 카드사로부터 판매자에게 며칠 뒤에 대금이 들어온다는 점을 악용한 금융 범죄다.
이밖에 환금성이 좋은 물건을 신용카드로 구입한 뒤 미개봉 상태로 되파는 중고거래나 상품권을 신용카드로 구입한 후 다시 상품권을 매입하는 곳으로 액면가의 80~90%에 되파는 상품권 교환과 관련된 광고도 다수다.
광고를 게재한 이들 업체는 신용카드 현금화 이용 시 고금리로 피해를 볼 수 있다는 경고와 함께 자신들은 상대적으로 저금리의 대출을 해줄 수 있다고 강조한다. 물론 정식사업등록업체라며 사업자 등록번호도 공개하고 있다.
기자가 이들 업체 중 한 곳에 직접 확인한 결과 카드깡을 유도하는 대답이 돌아왔다. ○○업체는 “직접 운영하는 쇼핑몰에서 물건을 신용카드로 결제하면 85%를 현금화 해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식 등록된 쇼핑몰이라 절대 불법은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정부는 신용카드를 이용해 현금화하는 행위를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여신전문금융업법 제70조3항은 물품의 판매 또는 용역의 제공 등을 가장하거나 실제 매출금액을 넘겨 신용카드로 거래하거나 이를 대행하게 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또 신용카드 회원에게 신용카드로 구매하도록 한 물품‧용역 등을 할인하여 매입하는 행위도 불법으로 보고 있다. 이를 위반할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금융권은 1차적으로 금융당국과 카드사들의 적극적인 대처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실제 카드깡 범죄는 규제 사각지대 속에 매년 증가세다. 연도별로 보면 ▲2017년 1만2793곳 ▲2018년 1만5970곳 ▲2019년 2만6703곳에 이어 2020년 3만1290곳의 신용카드 가맹점에서 카드깡 범죄가 발생했다.
아울러 경기악화로 급전이 필요한 차주들도 주의해야 한다고 경고한다. 만약 이들을 통해 대출을 받게 된다면 예상보다 훨씬 높은 이자가 붙어 감당할 수 없는 규모로 불어날 것이라는 이유다.
만약 카드깡 적발 시 이를 통해 대출한 소비자도 7년간 금융거래 제한을 받으며, 대금 납부가 연체될 경우 신용불량자가 될 수 있는 점도 유의해야 한다. 따라서 이런 광고에 현혹되지 말고 합법적인 방법을 찾아 도움을 받으라는 조언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카드깡으로 인한 피해를 입었다면 관할 경찰서 경제범죄수사계 또는 국세청, 여신금융협회에 신고해 달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