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족 측 "고인, 업무스트레스 극한 이를 때 '연필사건' 발생…학부모 민원 계속돼 감당 못 해"
"휴대전화로 온 학부모 민원에 '소름끼쳐' 반응 보이며 안절부절…퇴근 못한 채 교실서 숨져"
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에서 목숨을 끊은 교사의 유족 측이 순직유족급여 청구서를 냈다. 문제학생 지도와 학교 업무로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아온 만큼 교사 업무와 사망 간 인과관계가 높다고 판단해서다.
31일 복수의 언론보도에 따르면 유족 측은 이날 서울 강남서초교육지원청에 고인에 대한 '순직 유족 급여' 청구서를 제출했다.
순직 유족 급여는 공무원이 공무상 부상 또는 질병으로 재직 중 사망했거나 퇴직 후 그 질병 또는 부상으로 사망했을 때 유족에게 지급하는 급여다. 현행법에 따라 교사 등 공무원이 공무상 질병이나 부상으로 재직 또는 퇴직 후 3년 이내에 사망했다고 인정받으면 유족에게 전체 기준소득월액 평균액의 24배의 보상금이 지급된다.
유족 측 대리인인 문유진 변호사는 강남서초교육지원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문제 학생 지도와 교육행정정보시스템(나이스·NEIS) 업무로 고인이 맡은 업무는 일반 교사가 홀로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벗어나 있었다"며 "고인의 업무 스트레스가 극한에 이른 순간 '연필 사건'이 발생했고 그 과정에서 학부모의 민원 등이 계속되자 고인은 이를 감당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고인이 연필 사건으로 느낀 두려움은 개인용 휴대전화로 오는 학부모 민원에 '소름끼친다'라는 반응을 보이며 안절부절못하는 행동에도 드러난다"라며 "그 결과 고인은 연필 사건 발생일로부터 5일이 지난 7월 17일 오후 9시경 퇴근도 하지 못한 채 교실에서 사망했다"고 지적했다.
유족 측이 청구서를 접수함에 따라 공무원연금공단과 인사혁신처는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인사혁신처는 심의위원회에서 순직 처리 여부를 최종 판단하게 된다. 최종 판단까지는 통상 수개월이 걸린다.
서이초 교사뿐 아니라, 2년 전 극단적 선택으로 숨진 경기 의정부시의 한 초등학교 교사 2명, 최근 신림동 등산로로 출근하다 성폭행을 당해 숨진 초등학교 교사에 대해서도 순직을 인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교육계에서 나오면서 이들의 순직 처리 여부에도 관심이 쏠릴 전망이다.
서이초 교사의 경우 아직 경찰 수사가 진행 중이다. 경찰은 이 교사에게 '갑질'했다는 의혹을 받은 학부모들에 대해 아직 범죄 혐의를 찾지 못했다고 밝혔다.
반면 유족 측은 극심한 업무 스트레스가 정상적인 인식능력을 현저히 떨어뜨려 자해에 이르게 됐을 때도 순직을 인정받을 수 있으므로 학부모에 대한 범죄 혐의가 순직 인정과는 별개라는 입장이다.
문 변호사는 이날 기자들에게 "개인적인 사정이 있다면 굳이 출근 장소인 교실을 (사망 장소로) 택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자살하기 전에 무엇 때문에 자살한다는 문서가 없으면 순직으로 인정되지 않는다는 말인가"라고 되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