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래종 품종 퇴화점 극복
올레산 2.2배・저장성 8.1배 높아
경장 짧아 기계수확도 OK
2025년까지 우도올레-1 90% 보급 목표
#. 新농사직썰은 조선시대 편찬한 농서인 ‘농사직설’에 착안한 미래 농업기술을 소개하는 코너다. 지난 2021년 7월부터 2022년 12월까지 50회 시리즈로 시즌1을 마무리했다. 시즌2는 그동안 시즌1에서 다뤘던 농촌진흥청이 연구개발한 기술들이 실제 농가와 현장에서 어떻게 활용되는지, 효과는 있는지 독자들에게 생생하게 전달하기위해 구성됐다. 시즌2 부재는 ‘월령가’로 정했다. 월령가는 ‘달의 순서에 따라 한 해 동안 기후변화나 의식 및 행사 따위를 읆는 노래다. 이번 시리즈가 월령가와 같이 매달 농촌진흥청과 농업 전반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자양분이 되고자 하는 마음을 담았다. 현장에서 만나는 ‘新농사직썰-월령가’가 농업인들에게 좋은 자양분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편집자 주>
우도땅콩은 우도에서 가장 유명한 지역 특산품이다. 우도 지역 경지면적의 약 40%가 우도땅콩을 재해하고 있다. 그만큼 우도 지역 농가의 최대 수익원으로 자리매김한 것이다. 2023년 기준 재배면적은 170ha, 생산량 210t, 조수입 73억5000만원으로 이름을 떨치고 있다.
우도땅콩은 입소문을 타고 관광객 미각을 사로잡고 있다. 우도를 찾는 연간 방문객은 약 150만명이다. 이들 대부분이 땅콩 아이스크림 등 우도땅콩을 활용한 먹거리를 소비하고 돌아간다. 관련소득만 150억~200억원 규모를 형성하고 있다.
이렇다보니 우도 농가에서는 우도땅콩 재배가 필수다. 우도 전체 경지면적 415ha 대비 2019년 96ha, 2020년 133ha, 2021년 140ha, 2022년 144ha, 2023년 170ha로 꾸준히 재배면적이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인기에도 불구하고 우도땅콩 재래종은 점점 퇴화하는 추세다. 생산량도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35년간 재래종으로 재배를 하다보니 품질이 낮아진 것이다. 현재 재배하는 우도땅콩은 1987년 소립종 ‘영호’ 땅콩에서 건너왔다.
이 영호 품종은 자연강우에 의존해 가뭄, 조풍해 등 농업재해에 취약하다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 또 제초제 사용량 증가로 토양오염이 심각해지는 등 재배방법 개선이 필요했다.
고보성 제주동부농업기술센터 팀장은 “우도땅콩이 관광객의 지속적인 관심을 받기 위해서는 기존 재배법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농촌진흥청과 제주농업기술원은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신품종 개발에 착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명품 땅콩의 진화…9년간 실패 끝에 탄생한 ‘우도올레’
제주 성산일출봉 남쪽 바다 앞에 있는 우도는 소가 누운 모양을 닮아 ‘우도’라 불리는 섬이다. 매년 200만명의 관광객이 찾는 제주 주요 관광지 중 하나다. 작고 동글동글한 모양의 ‘우도 땅콩’은 우도 농경지의 40% 정도 재배되고 있다.
원래 우도에서는 재래종이 재배되고 있었다. 그런데 이를 농가에서 계속해서 사용해 자연적으로 종자가 퇴화하는 시기가 온 것이다. 수량성이 떨어지고 흰비단병과 같은 병 발생이 잦아 재배 안정성도 낮아지는 단점이 발생한 이유다.
그리고 우도에서는 땅콩 자체를 출하하기보다 섬 내에서 알땅콩을 볶는 등 자체적으로 가공해 판매하고 있다. 아이스크림, 커피, 막걸리 등 다양한 식음료의 재료로 이용하면서 저장성과 가공성이 중요졌다.
고 팀장은 “땅콩 생산자는 쉽게 재배하고 수량성이 많다. 이를 이용하는 가공업체와 소비자는 가공성이 증진된 품종의 개발과 보급을 요구했다”며 “특히 재래종 단점을 보완하면서도 우도 땅콩의 가장 큰 특성인 작고 동글동글한 외관 유지가 필수적인 품종개발이 요구 조건”이라고 말했다.
제주 농업은 기상, 토양 등 환경 특이성에 따라 밭작물과 월동채소 위주 이모작 중심이다. 우도 역시 겨울에는 유채, 쪽파, 여름에는 땅콩, 콩 등을 이모작으로 재배 중이다. 이 가운데 땅콩은 우도에서 가장 중심인 작물이다. 우도 지역 기상 및 문화 등 환경적 특수성을 고려하고 사용자 편의에 맞춘 품종을 개발하고자 교배조합을 구상한 배경이다.
외관 품질을 유지하기 위해 ‘우도 재래종’을 모본으로 하고 초형과 성분 품질을 개선하기 위해 키가 작고 올레산 함량이 높은 ‘케이올’을 부본으로 선정했다. 두 모・부본 교배와 후대 계통 선발 및 고정을 거친 후 제주 현지 재배시험을 거쳐 유망계통을 최종 평가했다. 외관 품질은 재래종과 같으면서 재배가 쉽고 저장성이 향상된 ‘우도올레-1’가 탄생을 알리는 출발점이다.
기존 땅콩 품종은 100립의 무게가 80~90g이고 길쭉한 모양이다. 그러나 우도 땅콩은 55g 수준이다. 작고 동글한 모양이다. 우도올레-1은 재래종과 비교해 100립 무게와 종자 모양이 거의 유사하다. 또 섬 중의 섬 우도에서 강풍과 해풍은 피할 수 없는 자연환경이다.
고 팀장은 “우도올레-1은 가지가 누워있는 넝쿨성 포복 초형이다. 강풍과 해풍에 잘 견디고 회복력이 빠르다”며 “또 키가 작고 가지가 짧아 수확 시 서로 엉키지 않기 때문에 콤바인 기계수확 작업에 효율적”이라고 강조했다.
우도 땅콩 품질의 첫 번째 척도는 외관이다. 다음으로 중요한 것은 가공성과 고품질 차별화다. 우도에서 땅콩은 볶음 알땅콩, 햄버거, 아이스크림, 커피, 막걸리 등 다양한 식음료의 재료로 활용하고 있다. 우도 재래종에는 지방산 중 올레산이 약 40%인 반면, 우도올레-1은 80% 대로 2배가량 높다.
이에 따라 산패에 8배 강해 장시간 신선도를 유지할 수 있어 가공 저장성이 우수하다. 이러한 저장성 이외에 올레산이 가지고 있는 심혈관질환 예방과 콜레스테롤 감소 등 건강 기능성 효과가 더 우수하다.
▶︎고올레산 함유로 생산・수익・맛 모두 잡았다
땅콩은 자식성 작물로 교배 후 고정이 되기까지 최소 6세대 이상의 시간이 소요된다. 목표로 한 형질을 선발하는 데 큰 노력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초기 세대에서 효율적으로 목표 형질을 선발하는 기술이 있다면 보다 시간과 노력을 줄이면서 품종 개발이 가능하다.
이런 종합적인 배경을 토대로 우도 재래종과 케이올을 교배한 후 후대 계통에서 올레산 조성이 높은 계통을 효율적으로 선발하기 위해 비파괴 분석(Near-infrared spectroscopy) 기술과 분자 육종 기술을 적용했다.
비파괴 분석 기술로 분쇄하지 않고 종자 자체로 올레산이 높은 개체군을 1차적으로 선발, 올레산 유전자 관련 분자표지를 활용한 분자 육종 기술로 그 정확도를 높였다. 올레산 유전자(ahFAD2)는 F2에서 16분의 1 비율로 나타나는 열성 형질이다.
올레산이 높은 개체를 선발하려면 몇백 개가 되는 F2 전 개체 조지방을 추출해 지방산을 분석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하지만 비파괴 분석과 올레산 유전자 관련 분자표지를 활용하면 여러 분석 과정을 거치지 않고 효율적으로 선발할 수 있다.
오은영 농촌진흥청 국립식량과학원 농업연구사는 “우도올레-1은 우도 재래종에 비해 작은 키 등 초형이 개선되고 병 발생도 적어 수량성이 15% 높다”며 “굴취기 등 기계수확 효율이 높아 농가소득 증대와 노동력 절감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와 함께 올레산 함량이 높아 저장성과 건강 기능성 향상으로 단순 1차 가공에서 다양한 가공 소재 개발로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다. 실제로 2022년 우도 현지에서 개최했던 ‘우도올레-1 성능 평가회’에서 생산자들은 기계수확 효과를 눈으로 확인했다.
가공업체에서는 맛과 가공성이 우도 재래종보다 더 좋다고 평가해 2023년 재배 확대 의사를 밝혔다. 농진청과 제주농업기술원은 오는 2025년 우도올레-1의 100% 품종 보급을 계획하고 있다. 이를 통해 땅콩 하나만으로도 우도 지역 브랜드 가치가 더 높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오 연구사는 “10년 전부터 우도 재래종을 교체하고자 기존 땅콩 품종을 우도 현지에 재배해 봤지만 대립 특성으로 자리 잡지 못하고 보급에 실패했다”며 “결국 작고 동글동글한 우도 땅콩의 외관을 유지하는 것이 핵심이었다”고 밝혔다.
오 연구사는 이어 “새로운 품종을 개발하기 위해 교배하고 선발하는 9년의 시간이 필요했다”며 “하지만 현장에서 원하는 품종을 보급하게 돼 육종가로서 세상을 바꾼 것 같은 보람을 한껏 느낄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10월 12일 [新농사직썰-월령가⑭]가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