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4박 6일 뉴욕 일정 마치고 23일 귀국…"밤낮없는 폭풍일정"
총 41개국 정상들과 연쇄 양자회담 가지며 '부산 엑스포' 유치전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선 러·북 군사 협력 비판·안보리 개혁 언급
1년 만에 다시 온 뉴욕대선 '디지털 권리장전' 5대 기본 원칙 발표
윤석열 대통령이 미국 뉴욕에서 2030 세계박람회(엑스포) 부산 유치 외교 총력전, 유엔(UN)총회 기조연설, 디지털 권리장전 5대 기본 원칙 발표를 통한 인공지능(AI)·디지털 규범 선도 등의 임무를 완수하고 23일 귀국했다.
제78차 유엔총회 고위급 회기 참석을 위해 뉴욕을 방문했던 윤 대통령은 4박 6일의 일정을 마치고 김건희 여사와 함께 이날 오후 6시 30분께 대통령 전용기인 공군 1호기 편으로 경기 성남 서울공항에 도착했다.
윤 대통령은 22일(이하 현지시간) 출국 직전까지 양자회담을 가지며 2030 엑스포 부산 유치를 위해 총력을 쏟았다. 윤 대통령은 뉴욕에 머무는 동안 아시아·태평양 8개국, 유럽 13개국, 중남미 9개국, 아프리카·중동 11개국 등 총 41개국 정상들과 양자회담을 갖는 강행군을 소화했다.
2030 엑스포 개최 도시는 11월 28일 국제박람회기구(BIE) 총회에서 189개 BIE 회원국들의 비밀투표로 최종 결정되는데, BIE 총회를 앞두고 한 표라도 더 획득하기 위해 세계 최대 외교무대인 유엔총회를 계기로 승부수를 던진 것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주최 리셉션, 카리브공동체(카리콤) 정상들과의 만찬, 태평양도서국(태도국) 정상들과의 오찬까지 합하면, 윤 대통령이 만난 국가는 48개국에 달한다. 윤 대통령은 몬테네그로·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산마리노·북마케도니아·부룬디·모리타니아·에스와티니·네팔·아이티 등 9개국과는 수교 이후 최초로 정상회담을 가졌다.
김은혜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이날 뉴욕 현지 프레스센터 브리핑에서 "양자회담 외교사에 전례가 없는 강행군이고, 밤낮을 가리지 않고 몰아치는 폭풍 일정"이라며 "국익을 위한 소리 없는 전장에 선 야전사령관으로서 대통령은 한치 남김없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했다.
김 수석은 윤 대통령이 각국 정상들을 만난 자리에서 "엑스포는 경쟁하는 장소가 아니다"라며 "메달을 놓고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과학기술과 산업 발전을 전 세계 모든 시민들에게 정당하게 공유하고, 그 혜택을 나눔으로써 국가 간 격차를 줄이고 인류의 평화와 지속 가능한 번영의 토대를 만들어내는 것이 부산 엑스포의 목적"이라고 설명했다고 전했다.
윤 대통령이 폭풍 릴레이 양자회담 임무 완수가 가능했던 배경에는 '치밀한 전략'이 있었다.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은 20일 현지 프레스센터 브리핑에서 "유엔본부 바로 앞에 위치한 우리 유엔대표부의 지리적 이점을 충분히 활용했다"며 "대표부 2층에 회담장을 2개 이상 설치해서 양자회담이 연속적으로 계속 열릴 수 있도록 조치했고, 연속적으로 개최되는 양자회담 일정이 밀리지 않도록 우리 의전 요원들이 유엔본부 일대에 파견되어 상대국 정상을 제시간에 모셔오는 '첩보' 작전을 하루 종일 수행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또 "1층 입구에는 부산 세계박람회를 홍보할 수 있는 백드롭을 설치해서 홍보 효과를 극대화하였고, 촘촘하게 짜여진 회담 일정상 각 정상들이 대기할 수 있는 공간과 오·만찬 장소를 따로 조성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20일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제78차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러시아와 북한의 군사 협력 등을 경고하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개혁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윤 대통령은 "북한이 러시아에 재래식 무기를 지원하는 대가로 대량살상무기(WMD) 능력 강화에 필요한 정보와 기술을 얻게 된다면, 러시아와 북한 군사 거래는 우크라이나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의 안보와 평화를 직접적으로 겨냥한 도발이 될 것"이라며 "대한민국과 동맹, 우방국들은 이를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윤 대통령은 러시아를 겨냥해선 "세계 평화의 최종적 수호자여야 할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이 다른 주권국가를 무력 침공해 전쟁을 일으키고, 전쟁 수행에 필요한 무기와 군수품을 안보리 결의를 정면으로 위반하는 정권으로부터 지원받는 현실은 자기모순적"이라며 직격한 뒤 "이러한 상황에서 안보리의 개혁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폭넓은 지지를 받게 되는 것"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은 또 한국이 2024~25년 안보리 비상임이사국으로서 세계평화를 진작하고 구축하는 데 책임 있는 역할을 수행해 나갈 것이라며 △개발 △기후 △디지털 등 3가지 분야의 격차 해소를 위해 한국이 기여를 확대하겠다고 약속했다.
윤 대통령은 21일에는 뉴욕대를 1년 만에 다시 찾아 한국이 글로벌 디지털 규범을 선도하겠다는 의지를 재차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뉴욕대에서 개최된 '뉴욕 디지털 비전 포럼'에 참석해 기조연설을 통해 디지털 심화 시대에 새로운 디지털 질서의 방향성을 담은 '디지털 권리장전' 5대 기본 원칙을 제시했다. 5대 원칙은 △디지털 환경에서의 자유와 권리 보장 △디지털에 대한 공정한 접근과 기회의 균등 △안전하고 신뢰할 수 있는 디지털 사회 △자율과 창의 기반의 디지털 혁신 촉진 △인류 후생의 증진 등이다.
윤 대통령은 작년 같은 장소에서 '뉴욕구상'을 통해 디지털 심화시대의 새로운 질서 정립과 국제사회의 연대 필요성을 처음으로 제시한 바 있는데, 1년 뒤 디지털 권리장전 5대 기본 원칙을 발표함으로써 AI·디지털 분야에서 '룰 세팅'을 주도해 주도권을 잡으려고 하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최상목 대통령실 경제수석은 뉴욕 현지 프레스센터에서 브리핑을 통해 "유럽연합(EU), 미국, 중국 등 주요국들이 각기 다른 수준과 방식으로 디지털 규범 정립에 접근하면서 경쟁하고 있다"며 "새로운 룰 세팅에 앞장서면서 우리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표준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디지털 권리장전을 조만간 발표하고 국제 사회의 공감대를 이끌어 낼 수 있도록 미국, 영국 등 주요국과 유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 국제기구에도 이를 공유할 계획"이라고 했다.
이번 포럼을 계기로 한국의 카이스트(KAIST), 정보통신기획평가원, 한국소프트웨어기술진흥협회는 뉴욕대와 'AI·디지털 비즈니스 파트너십'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AI·디지털 분야의 연구개발과 인력 양성, 사업화를 공동으로 추진하기로 했다.
최 수석은 "이번에 파트너십을 체결한 한국 3개 기관과 뉴욕대는 세계 최고 수준의 AI 원천기술 개발과 산업적 활용을 위한 AI 융합연구를 추진할 계획"이라며 "우리나라가 5년간 총 450억 원을 투자하고 미 측이 상응하는 매칭을 할 계획"이라고 했다.